시교육청-전교조 10년 만에 단체협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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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전교조 10년 만에 단체협약 체결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28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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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교실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인천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는 지난 22일 ‘2014년 인천시교육청-전교조 인천지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서에는 교원의 근무조건 및 근무환경개선, 교사의 전문성 신장, 학생복지 및 자치 신장 등 267개항의 합의내용이 담겨있다.


이번 단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냉난방 스트레스 해소’ 부분이다.


“학교 예산도 있고 기준도 있는데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분하에 목표치를 세우고 관료적으로 압박하는 면이 있습니다. 작년 전기요금과 올해 요금을 비교해서 많이 나오는 학교는 문책하겠다고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자제하게 되는 거죠. 돈도 있고 시설도 있는데 학생이나 교원들이 편하게 쓸 수 없는 겁니다.” 전교조 인천지부 윤재균 정책실장의 말이다.


“학교에서 갈등이 생기면 예전에는 교장에게 항의, 읍소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제 단체협약에서 규정하니까 위반으로 제소하겠다는 압박을 할 수 있습니다. 냉난방 같은 경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경우가 많았어요. 학습효율이 떨어지죠. 환경에 위축받지 않고 공부하려면 냉난방이 충분히 돼야 합니다.”


이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왜 정부지침을 따르지 않느냐’, '단협 위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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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 이재은


- 연구시범학교 선정 시 무기명 비밀투표


연구시범학교 선정에도 큰 변화가 있다. 연구학교 정책은 교육부나 중앙행정기관에서 목표를 정하고 교원평가를 해서 학교가 좋아졌느냐 아니냐에 대한 결과를 포함한다. 이를 테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녹색환경정책을 썼는데 아이들 의식이 변화됐는지 아닌지를 연구한다.


“연구학교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런 것들을 강제적으로 하는 면이 있었어요. 원하지 않아도 간부급 선생의 눈치를 보고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소신에 따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동의’한 사람을 따로 부르면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되는 사례가 생깁니다."


이번 단협 조항에는 연구시범학교 선정 시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과를 첨부하도록 바꿨다. 강제성이 사라지고 자율적 의견을 표명,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해 도전해볼만한 정책과제에 투표결과가 높게 나오면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정책이 만들어지게 된다. 원치 않는데 끌려가듯 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책성과가 좋게 나타나도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구성원들은 멍이 들 수 있습니다. 주체적이지 못한 일을 하게 되면 교사의 사기는 떨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지니까요. 이번 단협에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그밖에 학교별 예산에 따라 1년에 한두 번 용역업체에서 대청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0교시 수업, 방과후 자율학습 제한 등의 조항이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고학년이 저학년 학급을 청소해주는 게 상식처럼 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많은 시간을 들여 청소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학교가 한 차원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두 곳에서 시작하고, 그게 알려져 많은 학교로 확산되면 2, 3년 안에 정착될 수 있을 거예요.”


오는 6월, 전교조가 합법노조 지위를 박탈당하지 않는다면 이번 단체협약은 2년간 유지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판결이 나면 이번 체결을 주장할 근거는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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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2일, 인천시교육청과 전교조 인천지부가 10년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 교육청 제공


- 서울, 경기, 강원도는 교사 잡무 줄여주는 행정인력 고용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는 우리가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협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체결된 것을 목표로 그 정도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천 지역의 협약은 중간 정도예요. 진보교육감 지역보다는 못하고 일반 보수교육감 지역보다 나은 정도죠.”


서울, 경기, 강원도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그 지역의 단협에는 교사의 잡무를 줄여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행정업무를 전적으로 처리하는 인력이 적게는 1명, 많게는 3-4명 채용돼 있는 것이다.


이번 단체협약은 2012년 10월 전교조에서 단체교섭요구안을 제출한 이후 그해 11월에 제1차 본교섭을 시작, 2014년 02월까지 실무교섭 12회, 교섭소위원회 7회를 개최하여 지난 4월 22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단협이 정착되기까지 교육청, 전교조, 단위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안 된다 못한다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타협해서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장에 있는 분회장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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