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점검] ④ 일본우선주식회사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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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점검] ④ 일본우선주식회사의 ‘현재’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7.14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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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에 사무용으로 건축, 2009년부터 아트플랫폼 자료실로 활용중

구 일본우선주식회사는 1888년 일본 조계지에 지어진 사무용 건물로 현재 남아있는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80여평 면적으로 당시에는 규모가 큰 건축물에 속했다.

개항장 인천은 물자운송의 국제항구일 뿐 아니라 인천항에서 강화를 거쳐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용산에 이르는 국내항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인천에는 인천항에 본점을 둔 해운회사와 일본해운 회사의 지점이 설치됐는데 호리리키타로가 세운 호리 기선회사,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과 오사카상선 인천지점 등이 있었다.

본점을 도쿄에 둔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은 1883년 4월에 설치됐다. 우선회사가 설립되면서 우리나라 연안의 물류수송을 독점했던 여러 해운회사들은 지점을 철수하기도 했다.

 

▲ 중구 해안동1가에 있는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서측면 ⓒ 이재은

 

등록문화재 제248호,
상량문에 건립연도와 시공자 새겨져 있어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은 2006년 4월에 등록문화재 제248호로 지정됐다. 2001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등록문화재’가 도입된 지 5년 만에 행해진 것이다. 구 일본58은행 인천지점이 1993년, 구 인천일본18은행지점이 2002년에 인천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2004년 인천시는 이 건물을 근대건축물의 새로운 활용방안 모색의 일환으로 ‘미술문화공간’으로 조성키 위해 매입했다. 3년 뒤 2007년 보수공사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이 건물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 중에서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모델링 공사 중 남측과 북측 창고, 사택 및 헛간은 철거됐다.

‘인천중구의 옛 풍물’(신태범)에는 건축년도가 1886년으로, ‘인천부사’에는 일본우선주식회사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기가 1895년이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07년 보수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으로 정확한 건축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량문은 5cm 두께의 나무판에 건립연도와 관계자의 명단을 기록해 지붕 트러스 왕대공의 북쪽면에 못으로 고정돼 있었다. 이를 통해 건축연대는 1888년이고 건축주는 일본우선회사이며, 시공자는 일본 효고현의 前原常市임이 확인되었다.”(구)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의 건축특성, 도윤수&손장원,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제28권 제1호(통권52), 2008.10.24.)



항만관련 회사 사무실로 사용
현재는 아트플랫폼 입주작가를 위한 자료실로 활용 중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은 미쓰비시기선 인천지점, 호리기선회사, 무인창고(1933년) 등으로 사용됐으며, 해방 후에는 동화실업주식회사, 천신항업, 대흥공사 등 항만관련 회사 건물로 활용됐다. 인천시의 위탁을 받아 2009년부터 아트플랫폼에서 운영, 관리는 인천문화재단이 맡고, 공간 소유권은 인천시가 갖고 있다.

아카이브는 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의 창작활동을 위한 자료비치와 열람, 활용을 위한 자료실 3개로 구성돼 있으며 미디어 작업을 할 수 있는 미디어랩 공간도 있다. 자료 분실우려와 관리 문제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구 일본주식회사 인천지점의
건축사적, 문화적 의미와 가치



건물 지붕은 붉은색 시멘트 기와로 개조돼 있으며 외벽은 조적 위에 노란색 계통의 타일로 처리돼 있다. 이 타일은 중구청을 비롯, 비교적 고급 건물에 사용되고 있는 재료로 당시 건축재료 상태를 알게 해준다. 창문은 2중 철제 오르내리창으로, 내부는 비교적 층고가 높고, 문틀이나 문짝 등이 건립당시 원목 그대로 남아 있다. 출입구 계단은 석조로 견고하게 돼 있으며, 현관은 포치형태의 페디먼트로 구성됐다.

문화재청이 발간한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기록화조사보고서(2008)’에는 “(우선주식회사는) 초기 근대건축의 관공서나 은행처럼 서구 역사주의 건축양식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근대기 서구의 역사주의적 표현이 시도되는 건축물들이 양식적 표현을 바탕으로 권위와 위계를 표출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반해서 우선회사는 권위와 위계의 표현보다는 활용성과 실용성이 우선시되는 사무소 건축이라는 용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 근대건축물 중 종교시설과 공공시설이 아닌 민간 소유 건물이 원형으로 남아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평면을 단일 트러스로 구성했고, 천장에 중요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목재함이 설치됐다는 건축 구조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 남서측 전경  ⓒ 문화재청 기록화조사보고서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아트플랫폼 오병석 팀장은 “내부 리모델링은 특별히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없다”면서 “가을쯤 외부 벽돌과 타일 세척이 예정돼 있고, 타일이 벗겨지는 등 부분 파손에 대해서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마다 시 문화재청과 중구청에서 ‘문화재보수정비사업 신청 안내’ 공문이 내려오는데 지난해에 신청한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올해는 특별히 보수정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구청 문화재 시설팀 김선민 실무관은 “지난해 요청받은 벽면 균열과 타일 보수 등에 관해 문화재청에서 설계 중”이라며 “설계가 끝나는 대로 아트플랫폼과 협의해 공사일정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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