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계기로 지역사회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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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계기로 지역사회 깨어나야”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8.11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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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건축재단 주최 포럼에서 지역 집단지성 역할 촉구



(사)인천건축재단이 주최한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이 11일 오후 5시 인천근대문학관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발제는 이승지 인천카톨릭대학교 환경디자인학과 교수와 전진삼 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인이, 토론은 손장원 재능대 부교수와 이종복 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대표가 맡았다.

이승지 교수는 ‘지역 고유의 장소와 경관-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공간은 ‘주어진 조건’이라는 의미에서 환경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공간과 환경은 같이 간다”며 “여기에 체험과 의미가 더해지면 장소가 된다”고 언급했다.

또 “장소에는 신념, 가치가 내재돼 있다. 도시민의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에드워드 랠프는 장소의 원형은 집(보금자리)이며 장소의 본질은 외부와 구별되는 내부 경험 속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소와 반대되는 개념은 무장소인데 장소의 특징을 무심하게 지우고 표준화된 경관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무장소는 진정성이 상실된 장소이며 인간과 관계 맺지 않은 수동적, 강제적, 관습적인 곳은 진정성이 있는 장소라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이탈리아 마을로 쇼핑몰을 짓는다든가 브라질 블루메나우에 독일 게르만 마을을 본 따 조성하는 것 등의 무장소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좋은 예로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와 미국 메인스트리트 프로그램을 꼽았다.

건축평론가인 전진삼 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인은 ‘건축 없는 사회’라는 타이틀로 특히 지역 리더의 문제점을 축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먼저 ‘건축’의 개념을 짚었는데 한자어 건축(建築)은 “세우고 쌓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기본적인 정서가 있”는 반면 “서구의 ‘architecture’에는 구조와 기능이 포함된 논의가 담겨있다. 건물뿐만 아니라 건물이 담을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전문가, 지역 오피니언 리더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조급함, 지역 리더가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더 나아가 관광산업에도 철학이 필요하며, 창조적 인재를 모아 기획해야 하고, 가시적 가업에 앞서 자동차 없는 거리 만들기 등을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장원 교수는 중구의 각국거리뿐만 아니라 대불호텔, 동화마을이 비슷한 콘셉트라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자문위원과 진정성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관광만을 앞세우지 않고 역사성과 삶이 담겨야 껍데기에 불과한 허상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3대째 신포동에 살고 있다고 밝힌 주민 이종복 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대표는 비민주적인 사업진행 문제점과 함께 독자성, 창조성이 없는 공간은 무의미하며 문화를 훼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난 뒤에는 류권홍 변호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인천건축재단 멤버, 지역 연구자, 주민, 활동가 등이 모여 1시간 가량 라운드 토크를 진행했다. 토론과정에서는 지역사회 지식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네트워크를 꾸려 더욱 활발하게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나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지역주민과 상의하지 않는 행정의 문제점과 행정이 모든 걸 해주기만을 바라는 주민들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각국거리 조성사업으로 예정됐던 구역은 지역에서 가장 침체된 곳이다. 주민과 상인이 주체로 나서서 계획하고, 그 지역에서 가치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날 포럼은 인천건축재단(IFA)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한 첫 자리였다. 구영민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인천건축재단 대표는 “민주적 공동체는 지역구성원이 참여하는 풀뿌리 공동체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집단지성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 포럼에는 중구청 공무원도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경청했으며 50명 이상의 IFA멤버, 지역문화예술 활동가들도 라운드 토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지역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고민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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