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외유 시의원들, 대(對)시민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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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외유 시의원들, 대(對)시민 사과해야”
  • 배영수
  • 승인 2014.08.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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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듣는 세상 5
<지난 10일 노경수 시의장 등 시의원 8명이 몽골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임했다고 주장한 현지 사진

며칠 전 저는 [인천in]에 접속했다가 경악할 만한 소식을 접하고 말았습니다.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새누리당)을 비롯해 시의원 8명과 공직자 3명이 몽골을 ‘사실상 외유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인천시의회, 출범 두달도 안돼 해외 출장에 거짓 해명까지 '망신살'>, 8월 18일자) 

의회 측에서는 울란바토르 시의회의 초청이 있었고 이왕 가는 김에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홍보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는데, 해명도 어이가 없었지만 확인 결과 해명 내용도 사실과 매우 달랐습니다. 관련 자료들을 받아보고 또한 이것들을 지인 몇 명과 함께 보기도 한 결과 칭기즈칸 동상과 전망대 관람, 승마 체험 등 마치 ‘여행상품’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했더군요. 당연히 지인들이 보인 한결같은 피드백은 “이게 무슨 홍보냐, 관광이지”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출범 두 달여 만에 시의원들이, 시민 혈세로 마련된 의정활동비를 갖고 핑계거리 마련해서 여행 다녀왔다는 거죠.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이를 인증한 모양입니다. 시의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 출장 중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확인 결과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름을 밝히면 혹시 무언가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심리에 실명공개를 거부한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돈 전달하고 기념 촬영한 게 전부”라고 합니다(온라인 해외 송금도 가능한 한국의 은행체계를 무시하셔도 유분수지요.). ‘봉사 활동’과 ‘성금 기부’라는 단어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중학생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소식이 나간 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이런 분들에게 표를 주었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미는 시민들도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시안게임 홍보’라는 해명 역시 기가 차다 못해 웃기기까지 합니다. 이번에 인천시의회에 들어간 의원들의 면면을 보니, 물론 초선의원들도 있지만 재선도 많고, 정치적 활동을 꽤 오래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는 어떤 일이 옳고 어떤 일이 그른 것인지에 대한 사리 분별을 명확히 하실 수 있는 분들이란 얘기죠.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바로 9월인데 한 달 남은 상황에서 ‘해외 홍보’라는 행위가 시민들에게 납득될 행위인지 아닌지는 자신들이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적절한 일이 일어난 겁니다. 둘 중 하나죠. 알면서도 사리사욕을 위해 여행 가자는 심산으로 다녀왔거나, 그런 사리 분별조차 불가능한 일자무식(一字無識)의 집단이었거나.
 
이 상황을 보니 지난 달 잠시 부산에 살며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지인과의 전화 통화가 생각났습니다. 전화로만 간단히 이야기한 것이기에 확인까진 해 보진 않아 그게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장에서 마련된 상가 번영회 기금을 지역의 조직폭력배들이 횡령해 그것으로 술판 벌이고 해외 관광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상인들 인심이 흉흉해졌다는 겁니다.
 
요즘 대형 마트 외의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의 상권이 좋지 않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서도,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의 체감 등을 통해 잘 알 것입니다. 더군다나 부산의 경우 지역경기가 가시적인 침체를 보이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상경하는 경우들이 많아졌죠. 작년 일신상 이유로 부산 서면의 한 호텔에서 1박을 하는 상황이 생겨 일을 마치고 여유가 생겨 서면 인근을 돌아다녀 봤는데, 서면은 부산의 다운타운가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밤 11시도 안 되어 주말 거리가 한산해진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습니다. 군 생활을 부산에서 했기에 1998년 즈음에 자주 갔던 서면의 당시 번화가의 모습과 180도 바뀌어 있는 모습이, 제겐 다소 충격이었던 거죠. 현재 부산의 경기를 말해주는 모습입니다. 다운타운가도 그러한데 재래시장 경기는 오죽했을까요. 그런데 그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폭력배들이 그러한 행위로 상인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는 거예요. 상인들이 얼마나 분노했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인천의 민심도 제가 전화 통화를 했던 그 상인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내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 경제 활동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데다 재정에 허덕이는 시의 모습까지 보자니, 억장이 무너지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인천 시민들이 마찬가지일 것으로 사료되거든요. 얼마 전에는 인천지역이 수도권 중 경기침체가 가장 심각하다는 뉴스 보도도 나온 바 있죠.
 
그렇다면 이 시민들 옆에서 서서 그들의 마음을 가장 빨리 어루만져주어야 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시의원들입니다. 몸이 한 개뿐인 시장이 미처 닿지 못한 곳에, 몸 닿으라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특히 재정이 어려워 많은 시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상황에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행사들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의원들이 인천 땅 위에서 걷고 있는 시민들 두고 해외로 뜨다니요. 제가 시의원이라면 아무리 그곳에서 초청을 했다 쳐도 차마 그런 결정을 하지는 못 했을 것 같은데, 제 마음만 그럴까요? 민심도 저의 마음과 비슷할 텐데요.
 

 
통화를 했던 그 지인의 이야기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조직폭력배’들이라 “그 녀석들 인성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의원들이 조직폭력배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시면 어쩌시려는지요? 인천 시민들 무작정 잡고 의원님들 한 행동과 부산의 폭력배들이 한 행동이 과연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물어보면 “예, 달라요.”라고 할 사람들 한 명도 없을 것 같네요. 상인들 호주머니에서 꺼낸 푼돈 모아서 마련된 번영회 조성 기금으로 해외여행에 술판 벌인 폭력배들이나, 인천시민들 호주머니에서 꺼내진 세금으로 핑계대서 해외로 외유하는 거나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거든요.
 
해당 의원들은 조만간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서 90도로 머리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합니다. 만약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시의원들은 자신들 스스로 본인들이 조직폭력배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을 인증하는 것일 터. 이에 저는 이 지면을 빌어 그들의 진심어린 ‘대(對)시민 사과’를 요구합니다.
 
* 추천 음악 :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팝 그룹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이 1998년 발표한 이 곡의 제목은 <Gangster Trippin>, 가히 기가 막히는군요. 어쩜 이렇게 인천시의원들의 행위를 한 마디로 잘 표현했을까요. 해당 의원님들께, “깡패들의 여행”, 혹은 “건달들의 발걸음” 등으로 해석 가능한 제목의 이 곡을 추천해 드립니다. 자신들의 주제가로 사용하면 ‘딱’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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