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사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이루는 것이 아니다.
상태바
문화예술 사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이루는 것이 아니다.
  • 배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4.09.22 0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으로 듣는 세상 6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에 대한 소감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 중 [글래스톤베리 인천]의 현장.

지난 20일 인천 신포동의 [글래스톤베리]와 [버텀 라인], [흐르는 물]의 3개 라이브 클럽에서는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이하 ‘펜타포트’)]라는 클럽 공연 형태의 이벤트가 시작됐습니다. 오는 26일에는 부평구의 [락캠프], 다음 달 3일에는 연수구의 [뮤즈]에서 같은 주제로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첫 시작인 이날 신포동의 음악 클럽 문화를 대표하는 3곳에서 홍대의 ‘클럽 데이’ 형태로 열린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들 클럽을 중심으로 한 ‘펜타포트’가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라는, ‘관’ 주도 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와 도시공사가 기초적인 플랫폼을 짜는 동시에 금액 등의 부분에서 지원을 하고, 3개 클럽에서 그 플랫폼에 맞춰 뮤지션 섭외와 진행을 직접 했던 것이죠. 사실 서울이나 부산 등에서도 관이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형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천은 유독 예술회관에서 두 달 터울로 열리는 [밴드 데이]를 비롯해 오는 10월 3,4일 열리는 [K-Festival] 등 관 주도 하에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공연을 기획하는 형태가 많다는 것은 흥미롭게 들여다볼 구석이 있습니다.

자생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신이 형성돼 있는 서울의 경우, 사실 관 주도의 클럽공연 형태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판이 유지되는 데에 관의 지원이 없다 하여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예술문화 신이 거의 죽어있는 상황에서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노리는 인천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관이 관여하거나 주도하는 형태라도, 국제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술 콘텐츠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관객들 상당수가 그런 점에서 적잖이 반가운 면을 비추더군요.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 어쨌든 지자체가 예술문화의 콘텐츠를 하찮게 여기지는 않는다는 얘기니까요.

[글래스톤베리 인천] 공연 중 ‘예술빙자사기단’의 무대

때문에 저는 이날 굉장히 바쁘게 이 세 곳을 돌아다니며 취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영상도 남겼습니다. 다음날까지 없는 실력으로 사진과 영상 보정 등 작업을 하느라 주말이 따로 없을 정도였죠. 3개 클럽은 각각 록과 재즈, 아날로그 LP 등 그곳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이 클럽들을 이끄는 ‘주인장’들 역시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부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홍대 유명 인디 밴드들의 일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팀 ‘여섯개의 달’을 비롯한 록 밴드들의 공연이 이루어진 [글래스톤베리], ‘솔’과 ‘쿠데렐라’ 등이 무대에 올라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재즈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 [버텀 라인], 그리고 ‘김마스타’가 주도해 올드한 공간감의 감성을 이끌어낸 [흐르는 물]까지 세 곳을 돌아보면서 관객들을 살펴본 결과 모두 그 흥에 어색함 없이 취해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글래스톤베리]에서 진행한 공연은 다른 측면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곳에서는 [뮤지션 유니온]이라는, 쉽게 말하면 “음악가들의 작품에 대한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펜타포트’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되면서 이 조합에 가입된 4팀의 밴드가 차례로 공연을 보여줬습니다. 인천지역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도 예술가들이 비교적 꽤 상주하는 편인데 향후 이런 류의 노동조합, 혹은 협동조합 등이 생기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버텀 라인]에서의 공연 중 라틴 재즈 밴드 ‘쿠데렐라’.

그런데 이들 공연을 마친 뒤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살짝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펜타포트’의 관객 수요층이 아직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2010년 경에 본격화된 이 축제에 모든 인천 시민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공연 자체가 무료여서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고, 맥주 한 병 정도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까지 제공됐을 정도로 대시민 서비스가 좋았음에도 막상 시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보니 이런 서비스가 안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공연 중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두 팀 이상이 한 타임에 공연하는 때는 무대 중간 중간 세팅하는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부지기수였고, 공연하는 뮤지션들을 그저 ‘노래주점 반주자’들 수준으로 인지하고 연주 중에 고성을 지르는 등 타인의 관람에 민폐를 끼치는 행위도 즐비했습니다. 클럽이 주류를 판매하기도 하는 곳이다 보니 그저 술집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이러한 민폐 행위가 나오는 것인데 구경하는 관객들 상당수가 민망해하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더군요.

저는 그래서 이 축제를 이끄는 인천시와 도시공사의 관계자분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향후에도 ‘펜타포트’를 계속 이끌 요량이라면, 현재 ‘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돼 있는 이 축제가 왜 제의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제대로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클럽의 문화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지 등 여러 방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대중예술문화의 저변을 위해 공연의 플랫폼을 짜서 클럽들과 협력한 부분은 충분히 박수 보내줄 일이긴 합니다. 또한 이 축제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도 충분히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역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축제를 돌아보면서 다가왔던 아쉬움은 분명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느껴졌으리라 봅니다. 때문에 축제의 기획이 보다 좋은 결과로 도출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큰 고민을 해 주길 바랍니다.

실제로 이번 ‘펜타포트’를 홍보하는 주체들을 보니, 도시공사가 아니라 공연이 열리는 클럽의 주인장들이 직접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몇몇 언론사에서는 ‘펜타포트’가 한 곳에서 치러지는 것처럼 오보를 내보내기도 했고, 클럽의 주인장들은 공연 진행 자체에 집중을 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보니 그들끼리도 타 클럽의 출연진이나 출연 주체 등에 대해서는 공유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분은 사실 도시공사 측에서 해주어야 할 역할이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더라는 말입니다.

[흐르는 물]에서 노래하는 ‘김마스타’.

그래도, 홍대 인디 신에서 비교적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클럽데이 형식의 공연을 인천에도 도입해 이제 관의 의지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사의 고위공직자들 혹은 인천시의원 등의 정치인들이 당장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없애려 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관 주도의 예술 기획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정치인들이라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아직 우리나라 정치인들 대부분은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해 거의 개념이 없고, 지금의 인천시의원들 역시 수준은 비슷합니다. 예술이 정치를 이유로 가로막히는 것은 사실 상당히 마음 아픈 일이거든요.

아무튼, 이번 축제를 보면서 인천이 영국의 ‘글래스톤베리’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긴 했습니다. 향후엔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다만, 글래스톤베리 역시 오랜 기간 동안 그리 정착이 된 것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예술의 사업이란 게, 원래 그리 단기간에 쉬이 성과가 나지 않는 법이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그 점을 알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버텀라인]에서 Sole의 연주 중 ‘인생의 회전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 사운드트랙)
http://www.youtube.com/watch?v=tLfwPaaqecc&feature=youtu.b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