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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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다짐
  •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14.10.06 15: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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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선] 10월 3일,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팽목항에서

사진제공-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전국에서 먼 길을 달려오신 모든 분들, 진정 고맙습니다. 국민대책회의의 제안에 호응해서 전국의 29개 시군구에서 기다림의 버스가 달려와서 이곳에 멈췄습니다. 

이곳은 진도 사람들이 차끝 마을이라고 부르는 팽목항…자동차로 더는 달려갈 수 없는 곳, 가장 먼 곳입니다. 이곳은 비극이 극한에 이른 땅의 끝입니다. 171일(2014년 10월 3일 현재)째 이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유가족이 실종자에게 미안하다 하고, 실종자는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소망하는 이 비극의 땅…아직도 4월 16일이 반복되는 곳, 이곳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가장 슬픈 비극의 땅 

오늘 따라 바람이 매섭게 불고,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팽목항에 나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유가족이 되어 안산으로, 인천으로 올라갔습니다. 실종자에서 유가족으로 바뀌는 건 사랑하는 아이의, 가족의 시신을 건진다는 것입니다. 살아오기를 바랐던 간절한 소원이 가장 비극적으로 중단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10명의 가족들은 가족의 시신조차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6개월째로 접어들기도 훨씬 전에 세상은 이제 지겹다,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덮자고 했습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의 자원봉사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습니다. 수색은 아직도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아직 수색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격실이 그대로 있음에도 인양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로 기다림의 버스를 전국에 제안했던 것입니다. 이곳을 잊지 않고 있는 국민들이 있고,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힘내라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없는, 언어가 실종된 비극의 땅 끝에서 저는 다시 시작하자고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가해자는 가해자의 위치로

유가족들을, 실종자들을 비웃는 자 누구입니까? 조롱하고 모욕하고 막말을 해대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하는 자 누구입니까? 유가족이 특권이냐고 떠들어대는 자 누구입니까? 이제는 유가족더러 종북이라고, 북한으로 가라고 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노란 리본을 떼겠다고 학살과 테러의 광기 집단이었던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자들은 또 누구입니까? 

위에서부터 아래에까지 저들은 하나입니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 그러기 때문에 진실을 억지를 써서라도, 법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덮으려는 자들은 하나입니다. 거짓 약속과 거짓 눈물과 거짓 책임감으로 뭉쳐 있는 자들이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별법을 가장 두려워 합니다. 특별법에 주어진 권한이 날카로운 칼끝이 되어 자신을 겨눌 것을 두려워 하는 자들이, 그래서 자신들이 백년만년 누리는 권력과 기득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여당 정치인들, 그리고 일베와 서북청년단 재건위까지…그들은 모두 가해자라는 동일성을 가졌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던 이들이 유가족들에게, 실종자 가족들에게 칼을 휘둘러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죄인들을, 가해자들을, 죄인의 자리로, 가해자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을 더 모욕하고 울리게 놔둘 수 없습니다. 제 자리로 돌려놓은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전국을 다시 노란 물결로 

국민들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합니다. 10월 한 달 내내 전국을 돌겠습니다. 유가족들과 함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유가족들이 돈 달라 하지 않았고, 의사자 지정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대학입학특례 요구한 적 없다고, 다만 내 자식들이, 내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려고 합니다. 언론이 저들의 가해자의 손에 들려 있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도 저들의 손아귀에서 요리되고 있으므로 언로가 막혔습니다. 막힌 언로를 뚫고 진실의 목소리를 전달하러 갑니다. 

그리고 다시 약속의 다짐들을 모으려 합니다. 진실과 안전을 바라는 사람들로 가칭 추진단을 만들겠습니다. 아무리 특별법을 무디게 만든다고 해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하려고 합니다. 박민규 작가가 일갈한 것처럼 이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을 여야가 다시 야합하여 개판으로 만들었지만, 1천 명 넘는 영화인들이 유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국에서 해외에서 진실의 촛불을 들고, 거리마다 노란 현수막을 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치지 말고 끝내 가야할 길 

우리는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끝내 진실을 밝히고 진실의 법정에 가해자들을 세우고,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이들로 진실의 바퀴를 굴려갈 동력을 조직해야 합니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모아내야 합니다. 그 에너지를 모아 1차적으로 11월 1일 국민대회를 성사시킵시다. 이제는 세월호만이 아니라 세월호를 낳았던 구조적인 문제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민영화, 규제완화, 비정규직 문제와 연계해서 더욱 큰 싸움, 세월호만의 아닌 모든 염원들이 결집된 큰 판의 싸움을 준비합시다. 

우리의 싸움은 져서 안 되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입니다. 야비한 자들의 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이 야만의 시대를 끝낼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 버린다면, 우리 사회를 뒤덮은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누가 감당할 것입니까? “세월호 세대” 앞에서 반드시 그들은 세월호가 아닌 안전호를 탈 수 있도록, 그래서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 행복한 꿈을 실현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의무, 이 의무 앞에서 자유로운 자 아무도 없습니다. 

진실의 전사인 우리는 지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끝내 진실의 바퀴를 굴리고 또 굴려서 유가족과 함께 실종자 가족과 함께 국민과 함께 꼭 승리합시다.
고맙습니다.


인권재단 사람 인권중심 사람 소장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10월 3일,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1천명이 모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자격으로 발언을 했습니다. 그 발언을 보완해서 자료 차원에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소 길므로 읽으실 분들만 읽으세요.

*[인천in]의 필자의 허락을 얻어 지면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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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2014-11-22 03:14:56
잊지않을게

박예경 2014-11-22 03:10:11
잊지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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