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더불어 찾는 우리 시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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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더불어 찾는 우리 시대의 가치
  • 지창영 시인, 번역가
  • 승인 2014.10.27 0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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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푸는 것은 우리 역사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일이다."
 10월 24일 저녁 부평구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인천시민 간담회

지난 24일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인천시민 간담회>는 세월호 문제를 더욱 깊은 차원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진실 규명의 길에서 잠시 망설이고 방황하던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확고한 의지를 심어 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6개월 동안 더욱 굳어진 의지
 
보통의 경우 6개월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비바람마저 몰아치는 벌판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어떤 굳은 결심도 풍화작용에 시달리다 보면 포기하고 좌절하게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민들이 진실 규명을 외치며 유가족들을 응원해 왔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과 거짓 언론으로 인하여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겉돌고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지겹다느니, 이제 그만 해야 한다느니, 유가족들이 너무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진실규명을 응원하던 시민들도 내심 이제는 지친 것 아닐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조심스레 내비치던 무렵이었다.
 
이러한 시점에 유가족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속마음을 주고받는 자리는 참으로 시기적절했다. 차분하지만 굳은 결의가 배어 있는 유가족들의 흔들림 없는 자세는 우리 가슴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참사 이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아픔을 우리는 가슴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 굳게 결의했다.
 
세월호에 집약된 역사적 과제
 
세월호 문제에는 역사의 무게가 실려 있다. 진실과 거짓 간의 싸움으로 이어온 우리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세월호 문제다. 우리 역사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은 번번이 좌절돼 왔고 일부는 세월이 지나서야 진실이 규명됐다. 광주민중항쟁의 경우 뒤늦게나마 진실이 어느 정도 규명됐으나 반민특위 활동의 경우 진실 규명이 좌절된 채 굴곡진 역사를 배태하고 말았다.
 
응당 처단되었어야 할 친일 세력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고 난 자리에서 민중은 고난의 삶을 이어올 수밖에 없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친일 역사관의 부활과 부정선거를 덮으려는 조직적 악행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으니 이 사건은 파면 팔수록 깊은 뿌리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친일 행위를 밝혀서 처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 과연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군인의 손에 죽었겠는가? 그런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겠는가? 설사 사고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한 생명도 구하지 못했겠는가? 민주국가에서 진실 규명이 이토록 힘겹고 고달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문제에는 역사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세월호 사건을 그대로 묻어 버리고 싶어한다. 이간질로 유가족과 국민을 멀어지게 만들고 심지어 유가족들 내부에서 분열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경찰이 동원되고 언론이 동원되고 있다. 부정선거에 국가 기관을 대거 동원했던 것처럼….
 
진실 규명 속에서 찾는 삶의 가치
 
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푸는 것은 우리 역사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일이다. 온국민이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유가족을 돕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고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삶의 가치는 역사의 부름에 응답할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치를 잃고 방황하는 오늘,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를 세월호 진실 규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 회복을 위한 삶이야말로 가치로운 삶이라 할 수 있다. 나와 이웃,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를 이어 주는 가치관은 세월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참여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담회 말미에 어느 시민은 실명 현수막 게시 외에 우리가 무엇을 해 드려야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예은엄마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세월호 문제는 밝은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노란 리본을 달아 주어도 좋고, 진실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도 좋고,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진실을 말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좋고, 집회에 참여하여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해 주는 것도 좋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중 비보를 접했다. 유가족 중 태범이 아버지 인병선 님이 암으로 소천하셨다고 한다. 먼저 간 자식 곁으로 가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남은 한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한이요 우리 역사의 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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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2014-10-27 09:39:36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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