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교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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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교사가 되자
  • 이수석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석남중학교)
  • 승인 2014.10.30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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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72)

학생들에게 배우자

이제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다는 자기 위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지한 교사가 되자. 이제는 학생들로부터 배우자. 심지어 수행평가의 평가의 평가권과 학생들 문제는 학생들이 알아서 행하라는 학생자치를 보장해주자. 이제 학생들은 더 이상 수업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수업의 주체여야 한다. 교사는 도우미고 안내자일 뿐이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의 교육철학은 참으로 좋다. 수업의 초점을 교사가 아니라 학생에게 두었고, 학생 개개인이 아니라 협동학습에 두었다. 그리고 죽어있는 교과서의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묻고 답하며 깨닫도록 한 활동 위주의 학습이란 점이 탁월하다. 그리하여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도록 한 점이 참으로 탁월하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으로 1년간을 지속하기에는 중학생들이 집중하여 공부하기에는 너무나 지루하다. 또 다른 형식적 틀거지로 교사들과 학생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점을 지적당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참으로 스펀지와 같은 존재이다. 자신이 관심 있고 배움의 욕구가 발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흡수하며 빨아들인다. 하지만 학생들은 너무나 호기심이 많고 때문에 산만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수업 방식만으로 모든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욕심이란 생각도 든다. 모든 교사와 모든 학생에게 배움의 공동체 수업만이 진리고 정답이기에, 그것만을 강조하고 강요한다는 것은 또 다른 고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답이 없다. 특히 수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만이 수업의 알파며 오메가가 될 수는 없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정답이 아니다. 모범답안일 뿐이다. 학교현장, 특히 수업현장에서는 언제나 시대와 상황에 따른 적절한 모범답안 만이 있을 뿐이다. 그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교사들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연구하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도 지금 진화중이다.
 
배움, 학습, 그리고 새로운 모색

아주 우연히 KBS 교육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거꾸로 교실> - 21세기 교육에 대한 3부작이었다.
 
"전체 학습은 동영상 5~10분'만으로, 학생들이 개인별로 학습해 오기로 한다. 학교 수업에서는 활동 위주의 학습이 되면 된다."

"공부하는 게 재미있도록, 학교 오는 게 기다려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은 공부라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자발적인 교사들이 모여 자신의 노하우를 녹여서, 5~10분간의 동영상을 만든다."

"학교 현장 수업에서는 활동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반마다 모둠마다 학생마다 다양한 개별적 학습 활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속적인 학습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3~5명으로 이루어지는 모둠활동을 통해서다. 이는 심리학과 교육학의 실험 결과다."

"수업의 주도권을 바꿔야 할 때다. 이젠 교사가 학생들에게 배워야 하고, 학생들이 교사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기회를 주자. 그들에게 선생을 가르쳐주고,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창조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자. 지식폭발의 시대,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도록 하자."

"과거에는 배움의 원천이 교사에게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은 곳에 다양한 콘텐츠로 널려있다. 문제는 그 콘텐츠를 학생들이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1세기를 살아온 아이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집단적으로 배우고 익힌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친다. 그런데도 19세기 의식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아이들을 자신이 경험한 방법만으로 가르치려고 한다. 그리고 배우려 들지 않는 아이들을 탓한다. 이로부터 교육의 좌절은 시작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인류다.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온 지금까지 디지털 문화를 배우고 익힌 신인류다. 이들은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알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이든지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신인류다."

"학습지는 너무나 많다. 중요한 건 교사의 노하우가 담긴 활동지다. 학생들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토의와 토론이 있을 것이고, 질문과 대답, 역할극, 모노드라마, 한 컷의 그림으로 표현하기, 모의 법정, 시장 놀이, 그림그리기, 주장하기와 이유달기, 색칠하기, 명상하기 등의 다양한 수업방식이 있다."
 
나는 아이들보다 모르는 게 많다

“나는 아이들처럼 엄지 족이 못된다.” “새로 나온 핸드폰 기능, 스마트폰 기능을 아이들만큼 알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한다.” “새로운 기기를 사면, 아이들에게 내게 필요한 기능과 어플리케이션을 깔아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하면, 하루 종일 걸리고 스트레스 받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주 재밌고 쉽게 필요한 옵션을 선택해주고, 앱을 깔아준다.” “내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어른을 가르친다, 선생을 가르친다는 기쁨에 너도 나도 달려 나와 나를 깨우치고 가르친다. 무지한 교사가 좋다. 무지한 교사를 가르치려는 아이들이 있어 좋다.”
 
현실의 좌절?과 새로운 진화

제겐 아주, 못된 습관과 망상(?)이 있습니다. 못된 습관은 출장 가기를 무척이나 꺼린다는 겁니다. 망상은 제가 그 무슨 마법사라고 착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교사는 1시간을 3시간으로, 3시간 분량을 1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요술사고 마법사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수업 결손없애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디 출장을 가거나 기타 행사 등등으로 빠지면 결강에 대한 보강을 반드시(?) 해야 되었습니다. 물론 승진을 위해, 올인 하는 교사들과 기타 등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교사의 역량을 믿고 지지하면서 좀 기다려주는 교사 풍토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갖습니다.

그러나 정말 배우고 익히는 계기가 있는 매력적인 출장과 배움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참여하기도 합니다. 사실 배우고 익히는 데는 게으름 피지 않는 것이 일반 교사들의 정서입니다.
 
학습(學習)은 배우고 익히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지금의 교육현장에선 학(學)만 있고 습(習)이 사라졌습니다. 학은 이제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교사는 학을 할 수 있도록 방향제시를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습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더불어 공부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제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 조금 더 진화해볼 생각입니다. 아이들을 갈등하게 하고, 그들 스스로 학습하게 해 보렵니다. 배우고 익히는데 다시 미쳐보렵니다. 하지만 배움의 공동체 수업만이 수업의 정답이라는 전문가의 백치, 전문가의 오만은 부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교육전문가이지만, 모르는 게 많은 무지한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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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규 2014-10-31 18:22:41
"나는 교육전문가이지만, 모르는 게 많은 무지한 교사" 라는 표현 너무 맘에 와 닿습니다. '3살 짜리 손자한테서도 배울 점이 있다' 는 속담도 있지요. 神이 아닌 이상 인간은 어짜피 부족한 존재입니다. 요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늘 배우며 가르치고자 하는 자세(몸가짐)가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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