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유원지 보트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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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유원지 보트장의 추억
  • 디비딥 장윤석 블로거
  • 승인 2014.11.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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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딥의 인천이야기] 4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하지만 한때는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의 좋은 휴양지였던 송도유원지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어릴적 가족들과 함께 찾아간 송도유원지에서 해수욕장에서의 온종일 물놀이를 마치고 오후가 되면 아버지께서는 어린 누나와 저를 데리고 바로 옆 보트장에 데리고 가셔서 보트를 태워주셨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순서를 기다리시며 담배를 한대 태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보트 바닥에는 물이 새서 누나랑 나는 가끔씩 물을 퍼야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능숙하게 저 끝편까지 저어가시고 그렇게 석양을 함께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이 드네요. 

 

어릴적만 해도 송도해수욕장은 어린 우리들에게는 즐거움이 가득한 놀이동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인공이지만 해변도 있었고, 각종 놀이기구도 있었으며 보트장까지... 여름의 휴가를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던 곳이죠. 후에 송도풀장에 생기면서 그쪽으로만 가기는 했지만 ... 어린 시절의 여름휴가하면 언제나 송도유원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수도권에서 휴가를 지내려 오는 사람들과 회사들의 하계수련회등 여름만 되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입니다.

제가 그곳을 찾은 건 송도유원지가 문을 닫기 전 시민들에게 무료개방을 했던 그 마지막 순간과 그 이전 해의 여름 휴가철이었어요. 아침 일찍 찾아간 그곳에는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해수욕을 하고 있었고, 당일치기로 온듯한 가족들은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찾아온 가족들은 바로 옆에 새로 단장된 물놀이공원으로 많이 가는 듯 하더군요.
 

 

흔히 송도해수욕장 물은 똥물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었습니다만 어린 시절 그 짠물에 지치도록 놀고 나오면 할머니께서 밥이라도 먹고 놀라며 붙들고 고기와 밥을 억지로라도 주시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똥물이던 뭐든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물놀이가 그렇게도 재미있었나 봅니다. 어린 꼬맹이였던 그때는 제일 싫었던 것이 발에 모래와 진흙이 묻는 것이었네요. 발을 깨끗히 닦고 다니다보면 진흙이 묻고 또 닦고... 슬리퍼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와 흙이 그리도 싫었었나 봅니다. 야외로 놀러가면 당연한 것이였는데도 말이죠.


어릴적 누나랑 이곳에서 놀다가 빠져 죽을 뻔한 기억 때문에 우리 가족들도 모두 놀라 그 다음부터는 풀장으로 찾아가게 되었어요.

 

신흥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 캠핑을 송도유원지 캠핑장으로 온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들 스스로 텐트를 치고 말뚝을 박고 고랑을 내고 나서 맛있는 카레로 저녁을 먹고 텐트에서 놀고 있을 무렵,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짐도 챙기지 못하고 유원지 내의 매점으로 피신한 적이 있었습니다.

맨바닥에 수건을 깔고 기나긴 여름밤을 보내고 나니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듯 화창하였고, 물에 젖은 옷가지와 도구들을 그나마도 젖은 매낭에 넣고 말리고 있을 무렵 어머니들이 걱정스런 눈빛을 하며 우리를 찾으러 오셨더군요. 사실 우리 어머니는 큰 걱정 안하셨다고... 남들이 가자고 해서 왔다고 하셔서 참 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들과 선생님들께서 마무리를 하실 때 친구들과 대나무 낚시로 이 보트장에서 망둥이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보트장에도 바닷물이 들어왔던 터라 망둥이도 흔했고 운이 좋으면 우럭도 잡았다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소풍을 송도유원지로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소풍 가는 기간이 비슷해서 여러 여학교 학생들과의 조우하기도 했습니다.


보트를 타고 괜히 노를 젖는 척하면서 상대 여학생들에게 물세례를 보내곤 도망가기도 했고 나중에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쭐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의 마지막 보트장의 추억은 대학 졸업 후 90년도 초반입니다. 서울에 살던 친구여자 둘이 영종도로 놀러간다며 인천에 왔을때 인천에 사는 저를 불러냈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영종도 가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를 하고 월미도가 한눈에 보이는 2층의 회집에서 낮술을 한잔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그들을 데려간 곳이 바로 송도유원지입니다.
 

해수욕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름 유원지의 느낌이 좋을 듯해서 데려갔는데 막상 가보니 할 것이 없어 셋이서 보트를 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 토박이였던 친구는 이런 보트 처음 탄다며 신기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둘 중에 한 친구가 제가 맘속으로 좋아했던 친구였는데... 셋이 함께 다니니 내색도 못하고 왠지 따라온 친구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삼 납니다.

 

이제는 보트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수출용 자동차들만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천에서 보트를 유일하게 탈 수 있던 곳이었는데 ... 이나마도 사라지고 마는군요.
 

조금은 낡고 초라해진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송도유원지... 이젠 그마저 사라지고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아직도 인천시민들에게 적어도 제겐 많은 추억과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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