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가능성?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관계 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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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가능성?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관계 형성이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06 2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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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활예술’ 시대다-②생활문화지원조례 실현 방안 모색 포럼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분과는 11월과 12월 총 4회에 걸쳐 문화정책 연속포럼을 개최한다.

6일 그 첫 번째로 ‘생활문화지원조례의 올바른 실현 방안’에 관한 포럼이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생활문화, 혹은 생활예술이 시민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예산과 행정, 생활문화(생활예술)에 대한 개념정립 등에 대해서는 교수와 인천문화재단 관계자, 시의원, 문화예술과 소속 공무원이 각자의 위치에 맞게 다양한 의견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박상문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상임회장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4회 연속 포럼을 열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생활문화의 실현과 효율적 운영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빈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지난 8월 발령을 받은 뒤) 문화불모지인 인천에서 당신이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공연만 문화가 아니라 역사, 음식, 옷도 문화다.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체험이 곧 생활이 되고, 예술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민들 속으로 흘러들어가 함께 즐기고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문화가 새롭게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수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무용원 교수로는 이례적으로) 자신이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와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밝혔다. “사춘기 때 ‘마음의 병’이 있었는데 우연히 연극 활동을 하게 되면서 병이 나았다. 지금도 그때 만난 친구들에게 애정이 깊다. 그들이 부르면 무조건 나간다. 연극을 했던 때가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간’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교수는 이어 “생활예술과 전문예술은 다르다. 나는 지나치게 전문적인 곳(대학)에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생활예술(연극)을 더 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 무대에 서고 싶다. 전문적인 실력은 떨어지지만 내 안의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런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향할 삶은 아무리 어려워도 인생에서 빛나는 시절을 만드는 것이다. 보는 예술로는 빛나는 삶을 얻기 힘들다. 해봐야 한다. 직접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삶의 질이 다르다”고 고백했다.

전 교수는 생활예술의 가능성을 첫째,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짜릿한 변화 둘째, 새로운 관계형성 또는 관계성 전복에서 찾았다.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인식 아래 세계적, 전국적, 지역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많다며 문화권(문화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과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간 격차 해소를 통한 균형 발전과 해당 지역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이 주도하는 형식이 되면 지금까지의 예술과 차별성도 없고 시민들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관 행정을 최소화하고 체계적이고 유연하게 자발성을 담아야 한다. 공적 재원과 시민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토의도 있어야 한다. 생활예술을 위한 시설 개방이나 작품의 질 등도 차분히 논의돼야 한다.”

허명희 생활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 기획팀장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서럽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팀장은 ‘어떻게 하면 시민을 오게 할까’와 ‘어떻게 하면 온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할까’ 두 가지 측면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통기타 동아리 회원 50명에게 물었다. 왜 ‘문화바람’에 오느냐. 싸서? 편해서? 단지 기타를 배우려고? 메모지를 제출한 43명 중 38명이 ‘사람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서로서로 불편을 감수한다. 무엇보다 활동가(문화매개자, 예술가)의 힘이 중요하다.”

그는 사려 깊은 접근 없이는 생활예술이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우려와 함께 현장에서 겪은 사례를 통해 명확한 비전과 실천적 정신을 요구했다.

또 한 명의 토론자로 참석한 손덕인 인천시 문화예술과장은 인천시의 문화예술관련 재정을 설명하고 생활문화지원조례가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한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용어의 개념을 정리하고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주무부서는 어디로 할 건지, 연관부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현실적인 부분을 짚었다.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사업인 만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조례도 너무 간단해서 세부사항을 추가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생활예술을 취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취미도 시에서 지원해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학교교육, 평생교육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생활체육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생활예술도 그런 면에서 병행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생활문화는 긍정하지만 조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연스럽고 일상화된 예술을 규제(조례) 속에 가두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손동혁 본부장은 “‘지원’과 ‘제도’에 얽매이지 말자”며 “공공영역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임승관 인천의제21 문화분과위원(정책포럼팀장)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는 ‘왜 하는가’에 대해 의미 있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자리였다”며 다음 포럼에도 많이 참석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역예술인과 단체의 현실을 살피고, 문화의 본질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시민의 사회통합과 공동체의식, 문화의 가치와 효용성을 밝히기 위해 마련된 문화정책 제2차 포럼은 오는 13일(목) 오후2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전문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최원영 인하대 교양교육원 겸임교수, 류성환 화가(문화기획자) 등이 발제를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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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관 2014-11-13 14:16:16
생활문화 활성화에 희망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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