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질주하는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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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질주하는 타임머신
  • 지창영 시인, 번역가
  • 승인 2014.11.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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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전속력으로 후진하는 버스에 탄 승객과 같은 처지다.”

예상치 못한 후진 속도
 
정말 이 정도까지일 줄은 미처 몰랐다. 세상이 아무리 거꾸로 간다고 해도 이토록 빠른 속도로 역주행할 줄은 몰랐다.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혼미할 지경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당선증을 받고 국립묘지에 있는 선친의 무덤을 참배할 때 섬찟하기는 했어도 박정희를 능가하는 부작용을 이 나라에 초래하리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박근혜가 이른바 대통령이 된 지 2년을 보낸 지금 이 나라가 과연 어디쯤 와 있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시대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후진하고 있었으니 이를 청산하지 못하고 계승한 박근혜 정부는 자연히 동반 후진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명박근혜라고 하는 것이다.
 
이른바 이-박(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자. 이-박 정부는 전 정권들의 업적을 계승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후진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전속력으로 역진했다.
 
남북 관계의 역진
 
이-박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간단히 지나쳐 후진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혁혁한 공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와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탄생과 함께 이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비핵개방 3000’으로 북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더니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넘지 못하고 삐걱거리다가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이며 ‘5.24 조치’를 단행했다. 그 후과는 연평도 포격으로 확대되어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수습하여 다시 미래로 향하는 대신 후진 기어에 가속 페달을 더욱 세게 눌렀으니 삐라로 북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애기봉에는 등탑을 뽑아낸 자리에 굳이 새로운 등탑을 설치한다고 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이었던 철길은 다시 막히고, 남과 북이 손 잡고 오르던 금강산 관광길은 막히고, 서해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남북이 사이좋게 꽃게를 잡자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개성공단은 존폐 위기를 맞아 업체들이 곤욕을 치른 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북 관계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서 훨씬 후퇴한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사고 수습 능력의 부재
 
박근혜 정부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보다 더 후퇴했으니 김영삼 시대를 지나쳐 후진하고 말았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유난히 사고가 많아 육?해?공?지하에서 골고루 참사가 이어졌다. 한강 다리도 무너지고 백화점도 붕괴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단 한 생명도 구하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수수방관하거나 구조를 방해하면서 보냈다는 비난에 있어서는 박근혜 정부가 더하다.
 
김영삼 정부는 실정도 많았지만 군정을 끝장내고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는가 하면 금융실명제의 전격적인 실시로 건전한 경제활동에 이바지하는 등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게 그와 같은 업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군사주권의 역진과 국가 재원 탕진
 
박근혜 정부는 이에 머물지 않고 더 후진하였으니 드디어 노태우 시대를 지나치게 되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 국군의 작전권을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니 현실성을 감안하여 평시작전권부터 시작하였다. 그 결실로 1994년에 평시작전권은 한국군에게 환수되었다. 이후 전시작전권 환수도 협의되어 2012년에 이양하기로 되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으로 연기되더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무기한 연기로 가닥을 잡았다.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되돌려 주겠다는 작전권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는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의 역진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계속되어 드디어 전두환 시대도 지나치기에 이르렀다. 단군 이래 최대 도적이라고 불린 전두환은 대통령직에 머물면서 비정상적으로 거두어들인 돈을 결국 추징당하게 됐는데 그 금액이 수천억 원에 해당한다. 요즘 등장한 '사자방'이라는 신조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에 걸쳐 천문학적인 국가 재원을 탕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철저히 조사하지 못하고 그대로 덮고 있으니 공범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요구에 못 이겨 조사에 나설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하겠으나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간첩 조작과 부정선거
 
박근혜 정부의 후진 속도는 너무 빠른 나머지 박정희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민청학련, 인혁당, 울릉도간첩단 사건 등 무수한 간첩 조작으로 양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무고한 사람을 죽게 한 박정희 시절의 일이 되살아난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하려다 들통난 사건도 그렇거니와 내란음모 또한 조작하려 했고 나아가 정당을 해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 아니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니 시대를 거슬러 온 것이다.
 
그뿐인가 하는 순간 한술 더하는 것이 있으니 이는 이승만 시대까지 후퇴하는 일로서 바로 부정선거 문제다. 현장에서 집계도 끝나기 전에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가 하면 집계 숫자가 현장과 다르게 나와 있는 등 오류가 부지기수로 발견되었고, 다른 후보의 투표 용지가 박근혜의 표로 분류된 경우도 상당 수 발견되었다. 백서로 발간될 정도의 증거들을 바탕으로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제대로 조사할 의지를 보이는 대신 어찌된 일인지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 대해 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인정하고 하야한 이승만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영토주권 수호 의지의 후퇴
 
거기까지인가 했는데 아뿔싸, 더 후진하고 있으니 이제는 일제시대로까지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인다. 정부가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두고 외교의 성과라고 좋아하고 있다. 우리 땅에 우리가 필요한 시설을 하겠다는 데 일본의 눈치를 보아서 이를 연기한 것이다. 북을 자극하는 전망대 시설은 하겠다고 하면서 일본의 눈치를 봐서 우리 땅 독도에는 시설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우리 영토를 수호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역대 정부보다 못한 상태로 회귀하고 있다. 국민은 전속력으로 후진하는 버스에 탄 승객과 같은 처지다. 언제까지 뒤로 갈 것인지, 그러다가 결국 절벽을 들이받고 추락하여 침몰하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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