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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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을 보고...
  • 정대민 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4.11.12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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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선]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정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혹 가슴 아픈 장면이 나와 눈물이 터질까 걱정이 된 것도 있지만 어쩌면 불편한 진실들을 너무 알게 되어 국가에 대해 절망할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좌석에 앉은 내내 긴장했다. 괜스레 목기침을 해댔고 코를 킁킁거렸다. 영화가 시작하여 팽목항이 스크린에 비춰질 때는 미리부터 눈물이 눈두덩 안쪽으로 밀물처럼 쏟아질 태세였다. 그러나 이 다큐영화는 슬픈 영화가 아니었다. 컷컷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들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감성을 자극하여 분노를 유발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세월호 구조현장을 둘러싸고 철저히 통제되는 언론과 방송, 그러면서 왜곡되고 조작으로 이어지는 팩트를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와 다이빙벨 장비투입과정에 포커스를 맞추어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였다.

따라서 1억5천만 원이라는 자비를 들여 다이빙벨을 끌고 내려와 구출에 안간힘을 쓰는 이종인 대표는 주인공격이 된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종인 대표는 해병대 출신의 35년 경력의 잠수사로 (구)민정당 청년위원을 지낼 정도의 극보수에 가깝고 열렬한 반공주의자란다. 이것을 언급하는 것은 이 영화가 무슨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빨갱이 영화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국가의 펑크난 안전시스템과 그것을 진실보도하지 않은 대한민국 언론방송에 대한 내부고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슬프기보다는 내내 답답했다. 21세기 IT강국, 아시아 스포츠강국, 세계적인 기업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생떼같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왜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는지... 권력은 바뀔 수 있지만 국가안전시스템은 오랜 세월 연구되고 훈련되어 왔을 터인데... 또 그것이 민주사회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국민들은 세금을 내는 것인데... 하여, 이상호 기자 아니 이상호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현장에서 봤을 때 왜 구출하지 못한 것 같냐고?

감독은 처음부터 선수투입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바다 위에서 인명구조는 해경이 할 수 있지만 바다 속 인명구조는 해군에서 할 수 있는데 지휘체계가 틀려 한마디로 우왕좌왕 했던 모양이다. 더구나 바다 밑 4미터만 내려가도 딴세상인데 30미터 아래에서의 인명구조는 훈련조차 해온 적이 없단다. 진짜인지 알 수 없으나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걸 보면 반증이 되겠다 싶다. 이제부터 비행기를 타던 배를 타던 바다를 지날 때면 꼭 개인 첨단안전장비를 지녀야하는 건 아닌지... 그걸 구입하기 위해 적금이라도 미리미리 들어 놔야하는 건 아닌지... 후우~

솔직히 난 세월호 참사 책임을 가지고 대통령 퇴진 운운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그걸 빌미로 세월호의 진실을 호도시키며 색깔론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보수네 진보네 돈이 많네 적네 신분이 높네 낮네 여당지지자네 야당지지자네 싸움이 아니라 수백 명의 생명, 또 앞으로 우리 가족과 나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정부도 없다. 잘못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감추려든다면 아니 될 일이다.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진실마저 침몰한다면 대한민국 안전은 누가 기약해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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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2014-11-20 17:34:51
이상호기자님이면서 감독님! 정말 감사드려요. 다이빙벨이 아니였으면, 그저 우리는 TV만을 보고 판단했을거예요. 모든 분들이 다이빙벨을 보면서 느끼고 께달아야 할것 같습니다. 다이빙벨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먹먹해서 어떻게 할수 없었지만, 이종인대표님, 이상호기자님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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