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삐라 총격전 이후 영화 <나의 독재자>를 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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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삐라 총격전 이후 영화 <나의 독재자>를 본 단상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4.12.01 0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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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2. 남·북한 국민과 인민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도...

지난 달, 대북삐라로 남북이 긴장감에 휩싸였었다. 풍선에 매달려 북으로 넘어간 삐라뭉치를 향해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고 남한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초유의 헤프닝이 벌여졌기 때문이다. 남북 간에 삐라전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6.25전쟁 때부터 60년을 넘게 이어져 온 의례적인 일이며, 총격전 또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여러 차례 있었기에 야단법석 흥분할 사태는 아닐 진데 왜 북한군은 사람도 아닌 삐라를 향해 총알을 쏴댔을까? 총알 아깝게시리...

그 까닭을 요약해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해 독재 운운하며 사생활을 건드리고 역시 고인이 된 이승만, 박정희 前대통령과 박근혜 現대통령에 대해서는 영웅 운운했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북한사회에서 누구도 논할 수 없는 성역을 건드렸기에 뚜껑 열렸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뭐 한두 번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지... 못한 걸 보면 북한 사회에 좀 수상스런 분위기가 있는 걸까?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도통 알 수가 없다. 대통령께서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고 보수적인 종편방송에서는 하루 죙일 북한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어떤 이는 곧 북한체제가 무너지고 통일이 될 거라는 황당한 얘기를 거침없이 흘리기도 한다. 귀가 솔깃하면서도 정보가 한정되어 있으니 며느리도 알리 만무하다. 이런 복잡한 심경 속에서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1972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 대역이 있었다는 당시 보도내용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나의 독재자>. 설경구 분의 성근은 중앙정보부에서 오로지 몽둥이찜질과 고문으로 테스트되는 비밀 오디션에 입이 무겁다는 이유로 최종 합격된다. 연극영화과 교수가 연출을 맡고, 서울대 주사파 운동권 학생이 각본을 맡으며, 당근 중앙정보부가 제작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맞짱 뜨는 국가적인 공연에 당당히 김일성 역으로 당당히 캐스팅 된 것이다. 그리고 뼛속까지 김일성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김일성이라는 인간에 대한 정보는 중정에서 입수한 공식행사에서의 필름과 로동신문뿐이다. 결국 김일성 개인의 감성과 심리는 얼굴 표정을 참작하여 상상으로 때려 맞추고 그럴싸하게 동일시시킨다. 영화에서만큼은.

이 영화 자체가 비약이 심해서 따질 필요는 없지만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과연 무엇이 그럴싸하고 무엇이 동일시되었을까...? 왜냐하면 우리는 무엇이 진정한 김일성이고 김정일이고 김정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동포이지만 적국의 수장들. 40대 이후 나이는 이해할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김일성은 독재자로 머리 뿔 달린 괴물로 배워왔다. 김정일은 어떠한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화해분위기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알콜쟁이, 호색쟁이로 인식되어왔다. 이와 다르게 조금이나마 객관적인 발언이나 글을 쓰면 서슬 시퍼런 군부정권시대에는 빨갱이로 몰려 고문을 받고 죽어나가기도 하였다. 모두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벌이는 참극이었다. 역지사지 북한 또한 세습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때론 남한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성역 도전에 대해 숙청극을 벌였을 거라 짐작된다.

어쩌면 남·북한 국민과 인민 모두는 피해자인지 모른다. 독재에 세포까지 길들여질 때로 길들여져 그것에 저항하면서도 뇌의 한 구석에는 이율배반적으로 독재에 편승하고 은근히 옹호하는 그리고 스스로가 독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지 모른다.

남과 북은 반세기를 넘게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온갖 왜곡과 불신 속에 살아왔다.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그 세월만큼의 양국 간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필자는 프리랜서 작가로 인천 미디어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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