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에서 일어선 삶 - 꿀꿀이죽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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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에서 일어선 삶 - 꿀꿀이죽을 아시나요?
  • 디비딥 장윤석 블로거
  • 승인 2014.12.04 2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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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딥의 인천이야기] 6. 꿀꿀이죽


연말을 보내는 올해의 끝자락에 우리들의 마음은 추워진 날씨와는 반대로 훈훈해지고 있는걸까?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많고 주위에 힘든 이웃도 돌아보는 작은 여유가 필요한 요즘이다. 이렇게 매서운 추위 속에서라면...

하지만 많은 이들이 6.25전쟁이 끝나고 잿더미로 변해버린 삶의 터전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루하루 투쟁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아픈 시간을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나조차도 다행히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외할머니께서 가끔씩 들려주시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던 어린시절이 기억이 나곤한다.
 

아마도 우리가 내 몸, 내 가족 챙기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관심을 갖아야할 이유가 되지는 않을런지.... 

 

 

인터넷에서 '꿀꿀이죽'을 검색하면 유치원에서 원아들에게 저질음식을 먹였다는 기사와 함께 꿀꿀이죽을 파는 음식점까지 나오는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맛난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널렸고, 이제는 웰빙을 논하며 고기보다는 채소를 운운하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꿀꿀이죽의 존재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6.25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살았던 어르신들은 삶을 연명하기 위해 먹었던 음식 중에 '꿀꿀이죽'이라는 것이 있었다.
 

당시에는 먹을 식량조차 구할 길이 없어 굶기를 밥먹듯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궁핍한 세상 속에서 개나 돼지들이나 먹을 법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미군부대에서 미군들이 먹고 남은 잔반을 다시금 한국인들이 먹기 위해 사고 팔았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꿀꿀이죽이었다.

 

수프 속에 식빵, 고기, 샐러드 등 각종 음식찌끄러기가 혼합되어 있는 이 잔반을 치우는 일을 한국인이 했다고 하는데 그 처리업자가 바로 공설운동장(도원역 부근 옛 공설운동장) 야구장 서남쪽 평양옥 가는 길에 있었다고 한다.
 


마당이 넓고 입구 오른쪽에 잘 지은 일본집이 있던 곳이라 하는데 이 꿀꿀이죽이 개, 돼지 대신 사람의 차지가 된 곳이 이곳이라 한다. 

 

남의 침이 묻은 음식이었지만 꿀꿀이죽은 매우 기름지고 풍성하면서 매 끼니 식단이 바뀌는 호사스런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먹을꺼리조차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이 죽은 허한 속을 달래는 요긴한 음식이었던 것은 틀림없었던 것 같다. 

쌀 한 가마니가 만환하던 시절 꿀꿀이죽의 가격은 한되/깡통 하나에 50환이었다고 하니 그렇게 싸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배다리에 출사를 나갔을 때 할아버지께 들은 바로는 그나마도 그것을 사기 위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손에 깡통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하니 당시의 비참했지만 억척스럽게 살아남아야 했던 어르신들의 삶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낮 3~4시경이 되면 드럼통에 잔반을 실은 트럭이 사람들이 기다리는 마당에 도착해 잔반이 두개의 드럼통에 나눠지면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내용물을 조사한 후 고기덩어리는 따로 빼고 숄팅(미제기름)통을 되박 삼아 팔았다고 한다. 제법 먹을 만한 소세지, 햄, 칠면조, 닭고기, 스테이크 조각들은 잘 손질되어 미제고기로 버젖이 팔렸다고 한다.
 

 

창영동 일대에 이런 고기류와 꿀꿀이죽을 끓여팔던 곳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의 배다리쪽 중앙시장과 양키시장이 꿀꿀이골목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막일꾼, 피난민, 노무자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었던 이 죽은 이 골목에서 한번 더 걸러지고 물이 첨가되어 작은 양재기에 5환, 대짜가 10환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담배꽁초나 껌종이 등 불순물들이 많았지만 자기들의 잔반이 밖에서 음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안 미군들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참 없이 살았던 궁핍했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이제 제법 사는 나라로의 발전을 거듭하였다. 지난 우리네 삶의 모습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는 현안을 찾길 바라며...

 

연말연시... 주위를 둘러보는 작은 여유와 미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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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이 2015-04-14 12:43:06
아~~ 저 많던 추억속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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