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세상 속 피터팬의 사랑” <무드 인디고(L'ecume des jours)>
상태바
“레고 세상 속 피터팬의 사랑” <무드 인디고(L'ecume des jours)>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프로그래머
  • 승인 2014.12.11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욱의 영화이야기] 4

<휴먼 네이쳐>, <이터널 선샤인>과 <수면의 과학>,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몽환적 영상미의 감독 미셸 공드리가 어른이기를 거부하는 레고 세상 속 피터팬의 사랑을 다룬 <무드 인디고>를 가지고 돌아왔다.

<휴먼 네이쳐>와 <이터널 선샤인>의 시나리오작가 찰리 카우프만과의 결별 이후, 영상 감각은 뛰어나지만 스토리 구축이 빈약하다는 혹평을 받아왔던, 더구나 할리우드 히어로물 중 최악의 성적과 악평을 기록한 <그린 호넷>의 대실패 이후이기에, 다시 온전한 그만의 감성과 아이디어로 돌아와 반갑기까지 하다.

재산이 많아 발명으로 소일을 하는 주인공 콜랭(로맹 뒤리스)은 자신의 발명품으로 가득 찬 아파트에서 풍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즐긴다. 칵테일 제조 피아노를 발명해 더 부자가 된 콜랭은 어느 파티장에서 아름다운 여인 클로에(오드리 토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설프지만 진정 어린 고백으로 결혼에 성공하지만, 클로에의 폐에서 수련이 자라면서 아프게 되어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콜랭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전 재산은 물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바쳐 극진히 간호하지만 클로에의 병은 더욱더 악화된다. 영화는 당대 최고의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장 폴 사르트르의 비틀기)에게 열광하여 재산도 사랑도 잃게 되는, 콜랭의 절친 시크와 그의 여자친구 알리즈의 사랑 이야기가 또 하나의 평행 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영화 전체에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넘쳐난다. 직접 만들어낸 유아적 소품과 동화적 장소들은 그 어떤 세련된 CG보다 화려하고 다채롭다. 감독 스스로도 인정했던 전작들의 스토리 부재의 비판이 감독으로 하여금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인 보리스 비앙의 1947년 출간 베스트셀러 <세월의 거품>에 보다 충실하게 하였다. 거기에 생생하고 선명한 파스텔톤에서 무채색의 모노톤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색체는 감독 특유의 ‘비주얼 스토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삶은 사랑이든 사상이든 지나치면 결국은 슬픈 걸까? 아니면 현실은 고통이고, 사랑하는 동안에만 동화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는 걸까? 지난 주에 썼던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코먼 교수(크리스토퍼 플러머)가 강연장면에서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아이일 때는 모든 게 가능했고, 행복했고, 완벽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지금, 이젠 모든 것이 옳지 않고 잘못됐다!”

참말로 성장은 어렵고 어른이기는 힘든 세상이다. 이 우울함을 나이 탓, 세월 탓으로 돌리려니 새삼 더 슬퍼진다. 그래서 더 춥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