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는 과연 해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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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는 과연 해제될 것인가?
  • 지창영 시인, 번역가
  • 승인 2014.12.15 02: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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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남북 관계 개선

흥사단의 5.24조치 해제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사진출처=흥사단)
 
뜬금없는 5.24 조치 해제설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서 연일 5.24 조치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남북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남북간 현안이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경제 협력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24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이후 남북 관계를 꽉 막히게 한 핵심적 브레이크 장치다. 이로 인하여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어진 남북 간의 상생 정책은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쳤다. 이 와중에서 개성공단도 홍역을 치르고 천신만고 끝에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북 관계를 경색시킨 5.24 조치의 해제가 왜 지금 거론될까? 국내외 상황을 보면 참으로 뜬금없는 언급이다. 미국은 유엔을 앞세워 북의 인권 문제를 걸고 드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통합진보당의 해체를 감행하려고 하는 와중이다. 국방부는 애기봉 등탑을 철거했다가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듣고 기독교계 일각에서 추진하는 대형 성탄 트리 건립을 용인하고 있다. 북의 현실을 소개하는 통일콘서트장에서는 폭발물 테러까지 벌어졌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들이고 상당 부분 북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들이다. 그런 마당에 5.24 조치 해제가 거론되는 것이다. 북과의 화해가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정권의 위기 돌파와 남북 관계 개선
 
과거 역사가 말해 주듯이 남북 관계의 개선은 국내외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불러온다. 웬만한 위기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현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의 경우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72년 7월 4일 남북한 당국은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합의했다. 유명한 ‘7·4 남북 공동 성명’이다. 민중의 여망이 분출하고 그것을 정부 당국이 수용하여 이루어진 일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그 당시 배경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1971년 하반기는 권력형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학생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불붙었다. 정부에서는 위수령을 발동하고 주요 대학에는 군이 투입됐다. 중앙정보부가 이른바 ‘서울대생 내란예비음모사건’을 발표하면서 위협했지만 그래도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 책동 강화’를 핑계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물밑에서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북을 방문하면서 협상 끝에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남북 간에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국민들은 평화 공존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석 달 후인 10월 17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광화문에는 탱크가 등장했으며 주요 기관과 시설에는 군이 투입됐고 국회는 해산됐다.
 
사면초가의 박근혜 정권과 5.24 조치의 해제 가능성

박근혜 정권의 현 상황은 어떤가. 출범 당시부터 국가기관이 동원된 부정선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이를 조사하라는 요구가 촛불의 바다를 이루었다. 이를 덮기 위한 온갖 공작이 이어졌고 NLL 대화록 음해, 부정선거 조사 담당 검사의 숙청, 간첩 조작, 내란 음모 등이 이에 활용되었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진실을 밝히려는 국민과 이를 은폐하고 무마하려는 세력 간의 대결도 박근혜 정부를 옥죄고 있는 데다가 이제는 이른바 십상시라 하여 권력 주변 실세들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사면초가 신세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출구가 있으니 바로 남북 관계 개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대박’이라고 한 데는 그런 이유도 숨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5.24 조치를 두고서는 남북 관계가 개선의 길로 접어들 수 없으므로 이의 해제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24 조치가 과연 해제될 수 있을 것인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의도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로 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 박근혜 정권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남북 관계 개선의 조건
 
5.24 조치가 해제되고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조건은 많지 않다. 다른 돌파구가 없는 박근혜 정권이 의외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박근혜 정권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와 산케이 신문에서 보도했던 추문성 기사나 십상시를 둘러싼 잡음처럼 박근혜 정권의 기반을 위협하는 사건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북과 미 사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종의 거래와 합의가 있을 경우다. 위기 때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미 당국자들이 북과 어떤 합의를 했느냐가 관건이다. 클린턴 정부 말기처럼 북과 미 사이에 관계 개선이 합의됐다면 미국은 남북 관계의 개선을 막아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약 5.24 조치의 해제로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과거 선친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위기를 벗어나면 돌아설 것이라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국민이 그것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일시적으로 묻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더 나은 환경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남북 화해와 상생의 노력 그리고 그 결실을 분명히 보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 이후의 대결 정책이 가져온 연평도 포격 등의 후과를 지켜보았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살 길인가를 똑똑히 알게 되었다. 박정희 시절 그랬듯이 일시적으로 북을 이용하고 돌아서서 국민에게는 유신의 철조망을 덮어씌우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번 터진 화해의 물꼬는 걷잡을 수 없이 차고 넘쳐 통일의 바다로 흐르게 될 것이다. 새로운 물결 속에서 어둠의 세력이 장난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민족이 함께 살 길은 열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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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2014-12-15 16:21:13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29377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4.12.15 15:57:34)

[정부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방북을 승인했다.
통일부는 1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93) 명의의 조화를 전달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일행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바쁩니다. 2015년이 되기 전에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 지렛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남북화해의 주역밖에 없습니다. 박지원의 도움을 받는 걸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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