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갑질’의 시대! 이제 그만~ 카트! 카트! 시켜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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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갑질’의 시대! 이제 그만~ 카트! 카트! 시켜주면 안되겠니?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4.12.15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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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4

“회장님은 눈 하나 깜짝 안 할 걸~”

때는 노태우 정권 말기, 92년 봄으로 기억된다. 지방 소도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중심이 되어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동처우개선, 인간대접.

그 당시 전문직, 비전문직 할 것 없이 대개의 사업장들은 노동환경이 열악했다. 그렇다고 노조를 만든다는 건 생고생을 사서 하는 거와 진배없었다. 회사 측의 협박과 폭언은 기본이요 빨갱이로 소문나고 손해배상 폭탄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런 무서운 존재였다. 아니 정확히 사주의 힘이 무섭다는 게 옳다. 그 병원의 사주 또한 인근 지역 대학 이사장님에다가 그쪽 지방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언론사 회장님이셨으며 무슨 제약회사까지 소유하신 그 지방 최고의 부호이셨는데 꼭 악덕이라는 호가 앞에 붙는 그런 유명한 분이셨다. 한마디로 슈퍼갑님이라는 말씀! 그러므로 도지사도 쥐락펴락 하시는 그 슈퍼갑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왔거나 머리가 헤까닥 돌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였다. 헌데 노조?!! 헐~ 회장님은 눈 하나 깜짝 안할 걸~

통빡을 굴리는 이들은 콧방귀를 꼈고 역시나 슈퍼갑님께서는 눈 하나 깜짝 안하셨으며 노조설립신청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소도시에 딸랑 하나 뿐인 종합병원을 폐업시켜버렸다. 당황하지 않고 잽싸게 점거농성에 돌입했지만 조족지혈! 곧바로 단전단수, 끝!

자포자기 대다수 노조원들은 뿔뿔이 컴백홈했고, 망연자실 20대 중후반의 노조 임원들은 물어물어 그 지역 청년단체에 SOS를 요청했다. 마침 단체 사무국장으로 정의감이 끓던 20대 초반의 나는 열심히 얘기는 들었지만 도무지 방도가 없어 청년회원들과 몸빵으로 대신했다. 다름 아닌 구사대가 들이닥칠 사태에 대비하여 그립감 기똥차게 깍은 각목 들고 촛불과 후레쉬로 근근이 밝힌 병원 내 농성장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허나 그립갑 좋고 묵직한 나의 각목이 두려웠던지 구사대 줄 돈이 아까웠던지 온다던 구사대형아들은 그날그날 소문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린 서서히 지쳐갔다.

하나하나씩 떠나가는 노조원들을 보며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부어댔으며 젊디젊은 여성들인 노조 임원들은 악을 써댔다가 눈물을 쏟아냈다가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런데 때론 악다구니가 용기가 되기도 하고 눈물이 약이 되기도 한다.

병원 안에서의 싸움이 더는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남은 노조원들은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려는 듯 그 지역 야당 국회의원 사무실을 점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익숙하게 라면박스와 스티로폴로 바닥을 꾸미고 대자보도 벽에 촤자작 붙이고 끝가지 간다는 결의를 다지며 데모노래도 배워 부르고 장구도 치고 북도 치고 그렇게 6개월여를 그 서늘한 바닥에서 먹고 자며 자신들과 싸웠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들 편이 아니었고 그걸 너무 잘 아는 슈퍼갑님은 여전히 눈 하나 깜짝 안했고 겨울이 오기 전 그들은 해산했다. 깊은 상처만을 안은 채......

문민정부를 거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이어지며 대한민국 노동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하여 노동자들의 삶도 펴졌고 삐딱하다고 회사가 막 자를 수 없게 됐다. 우린 그들을 ‘정규직’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1800만 명 중 900만 명이 정규직이라고 한다. 그럼 나머지 900만 명은? 당연 비정규직이다. 계약기간 채우면 언제든 자를 수 있다. 물론 ‘비정규직 보호법’이 있지만 곳곳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90년대까지는 노사갈등만 존재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리면서 2000년대는 노노갈등이라는 기이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영화 <카트>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해고로 인한 512일간의 파업 실화에 충실하여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감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과 대립을 여실히 드러낸다. 중반부터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하나가 되어 부당한 사측과 싸우는 이야기로 풀어가지만 변할 수 없는 건 정규직은 또 하나의 ‘갑’이고 비정규직은 또 하나의 ‘을’이라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이 땅은 갑과 을로 극명한 이분법적 사회로 공고해지면서 ‘갑질’이 횡행하는 엿 같은 나라로 굳건해지는 것 같다.

국회에서는 다수의석당이 소수의석당에게 갑질, 출신학교 가지고는 IN서울 대학이 OUT서울 대학에게 갑질, 대학 내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갑질, 부자는 가난한 자에게 갑질, 잘 생긴 년놈은 못 생긴 년놈에게 갑질, X알 큰 눔은 X알 작은 눔에게 갑질, 쥐뿔 없는 놈들끼리는 쥐뿔 없는 것 가지고 갑질, 여기 가도 갑질, 저기 가도 갑질이 판을 치는데, 그 분한테만큼은 모두 꼬랑지 내려야한다. 한국에서 하다하다 식상하시어 이제는 아메뤼~카 그것도 막 이륙하려는 뱅기 안에서 심심풀이 땅콩을 문제 삼으시와 뱅기를 빠꾸시키시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갑질을 창조해내신 나이스울트라캡숑슈퍼짱갑질의 바로 그 님 말이다. 땀 흘려 오른 자리가 아니라 그저 부모 잘 만나 얻은 자리에 있으신 님들 눈에는 모두가 ‘을’이고 ‘하인’이냐! 쓰... 카트(Cut) 당하기 전에 니들이 내려!... 라고 소심히 외쳐본다.

이 영화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묻는 의미 있는 대사가 있다.

“정말... 낙수가 바위를 뚫을 수 있을까요?”

간단히 답하면 뚫을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고 인내를 동반하며 일치단결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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