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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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기까지
  • 김기용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 승인 2014.12.16 23: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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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76)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을 무렵이다. 초등학교의 평가시스템이 갑자기 바뀌어 좀 어수선할 때였는데, 그날은 마침 국어 상시평가가 있는 수업이었다. 평가내용은 띄어쓰기에 유의하며 부탁하는 글쓰기.

바뀐 평가 계획에 의해 평가 후 시험지에 교사가 간단한 멘트를 붙여 가정에도 보내게 되어 있었는데, 삼학년이라 그런지 출제 의도와는 상관없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글들이 더러 나오곤 했다. 그날의 명작(?)은 바가지 머리에 개구리 배, 유난히 빵빵한 볼퉁이가 특징인 우리 반 도윤이의 글이었다.

 

산신령님께

안녕하세요.저는 석남초등학교에다니는도윤이입니다. 저의소원은먹을 것을 산더미체려주세요.왜냐하면,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프기때문입니다.그리고먹을것을많이먹으면공부가 잘되기때문입니다. 꼭선물해주셨으면좋겠습니다. 부탁드려요.

                                                                                            -도윤이 올림
 

산신령님께 바라는 도윤이의 요구는 간단했다. 먹을 것을 산더미처럼 차려 달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많이 먹으면 공부가 잘된다, 그러니 꼭 먹을 것을 선물해 달라, 부탁한다….

후한 점수를 줄 순 없겠지만 돌덩이가 아닌 다음에야 이 글을 대한 그 누가 미소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도 마찬가지. 마침 여러 가지 일로 녀석에게 줄 주의 사항을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편지를 읽는 순간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되레 내 마음은 오랜만의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물론 아침 댓바람부터 배고프다는 도윤이의 먹거리 타령은 요즘도 계속이긴 하지만….

2014년 6월 선거 이후 인천시 교육청의 비전은 '모두가 행복한 인천 교육'이라는 모토로 바뀌었다. 모두가 행복한? 아마도 학생, 교사, 학부모를 아울러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 상황으로 그 중에 우선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어찌 할 것인가? 당연히 학생이어야 한다. 학생을 가운데에 두고 교사든 학부모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숙의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우리들의 모임과 이야기 속에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없고 어른들만 들어 앉아 있기 일쑤 아니던가?

교육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불행한 아이가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행복감을 느끼고 경험한 아이들이 미래에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아이들이 미래에 문제 상황을 만나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혹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미리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가? 아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수고나 고난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제 우리들은 아이들의 모습에 집중해야 한다. 녀석들이 언제 눈을 반짝이고 깜박이는지, 언제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많아지는지, 언제 웃음이 터지고 얼굴이 환하게 열리는지….

행복한 학교란 무엇인가? 아마도 학생들이 자주 오고 싶고, 교사들은 더 머물고 싶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 누구나 그런 학교를 행복하고 좋은 학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게 해달라고, 우리 반 도윤이처럼 산신령님께라도 빌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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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규 2014-12-17 11:24:13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 며칠 전 북구도서관 금빛평생교육봉사단 연수 및 평가회 초청강연에서 이청연교육감도 강조하시더군요. 미래의 주역이 될 작금의 청소년들을 올곧은 심성과 창의성이 풍부한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교육의 핵인 '학교가 변해야 되고 또한 구성원 모두 특히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가장 행복해야한다' 는 이야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요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덕목들이 각 주체들간에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년퇴임 전, 학생들의 질 높은 수업 전개를 위해 뭔가 하나라도 더 해 놓고자 하면 '예전에 그런 것 없어도 학교 잘 굴러갔다' 면서 발목잡던 일부교사들의 행태가 지금도 묵은 영화필림처럼 회상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 라 하는 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차지 않습니다. 학생의 미래보다 현재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는 다분히 인기영합적인 교육시책들이 너무 쏟아져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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