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사라진 인천의 극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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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으로 사라진 인천의 극장들
  • 디비딥 장윤석 블로거
  • 승인 2014.12.19 16: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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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딥의 인천이야기] 7. 인천의 극장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네 형들을 따라 극장을 다녔던 나에게 극장과 영화는 인생을 함께 하는 친구같은 존재였다. 어린 꼬마들에게는 영화표를 받지 않고 들여보내주었기에 동네형들이 어린 나를 데리고 여기 저기 극장을 출입했었다.
 

그때의 기억속의 영화중 하나가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 였는데... 어린 나는 내용은 몰라도 웃기는 장면들이 기억이 난다. 한글도 모르는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까지 이모들 데이트에 들러리에 껴서 극장에 가곤 했는데, 영화 록키가 아마 그때쯤이 아니였을까 싶다.
 

중학교 방학이 되면 할일 없이 빈둥거리다 어쩌다 어머니께 용돈이라도 천원을 받으면 화평동냉면거리에 있던 동시상영의 인천극장을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어가 500원을 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떼우곤 했었다. 당시 명작 한편과 야한 에로영화를 교차상영해 주었는데 어린 딥에게는 아마도 성교육까지 해준 셈이었다 ㅎㅎㅎ

 

친구들과 만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거, 오락실에서 오락하는거 말고는 딱히 놀이 문화가 없었던 우리들에게 극장은 현실을 잠시 피해 즐길수 있는 환타지의 세계였으며, 영화는 기꺼이 우리를 데리고 그 세계로 몰입하게끔 해주었다.
 

당시 인천에는 신포동과 동인천을 중심으로 개봉관이 몰려있었는데, 서울과는 달리 예약 개념이 없었고 한번 들어가면 몇번이고 볼수 있었으며, 좌석제가 아니라 먼저 들어가 자리를 맡는 사람이 임자였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는 미팅후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면 당연히 가는 코스가 바로 극장이었으며 그 극장안에서 영화를 보는 단 몇시간동안만은 입시의 스트레스를 잊을수 있었던 어쩌면 나만의 해방구였다.

 

성인이 되어 안경사가 되면서 극장은 점점 나의 일상에서 멀아져갔다. 퇴근이 9~10시가 되는 직업탓에 영화보기가 여의치 않았던 나에게 희소식은 멀티플렉스극장이었다. 심야영화... 어쩌면 나같은 직업을 가진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극장이었다. 그 편리함과 깔끔함...

그렇게 찾다보니 어느날 돌아보니 구도심의 나의 추억이 묻어있던 극장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인천의 극장들은 점차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난 모르고 그렇게 지냈던 것...
 

그렇게 사라져간 기억들...내 어린시절부터의 놀이터와 다름없었던 사라진 극장들을 한번 들러보았다. 옛추억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공연장으로 유명한 애관극장... 유일하게 아직도 상영관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아래 사진속 승용차가 있던 골목에 오징어,쥐포,군밤을 연탄불에 구워팔던 할머니가 계셨다.
 

수많은 명작을 보며 꿈을 키웠던 그 곳... 인디아나존스를 아침부터 마지막 밤까지 보고 나서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이~^^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음에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애관극장과 함께 개봉관의 라이벌이었던 인형극장. 지금은 보인요양원이 되었던 이 극장도 내겐 인생을 관통하는 많은 좋은 영화를 만났던 곳이다. 초딩전에 보았던 007 나를 사랑하는 스파이 부터 거의 모든 007 시리즈 영화를 보았던 곳이다.
 

인형극장의 위치적 장점은 근처 호프집과 경양식집등 맛집이 많아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좋았다. 단지 아쉬웠던 점은 도심에 지어진 극장이라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어릴적엔 차가없었으니 몰랐던 불편함이었다.^^ 인디아나 존스 3편을 이 곳에서 볼때 줄을 10미터정도 서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액션영화의 교과서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다이하드 1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머리를 빡빡 밀고 있는 걸 보니 고2때나 고3때가 아니였을까? 그다지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쉽고 즐거운 방법.. 바로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며 잠시 현실을 잊는 것..^^
 

문화, 국도, 중앙, 현대, 오성 등 개봉관과 동시상영관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당시엔 홍콩 느와르 영화와 우락부락 근육미를 자랑하는 스텔론과 아놀드등의 마초적인 액션영화가 인기가 많았다.^^

 



 

동방극장... 아마도 내 기억속에 제일 먼저 사자진 극장이 아닐까? 세계, 장안극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내 기억속엔 전무하고 유일하게 어릴적 가본 극장 중 하나였는데... 그 후에 나이트 클럽으로 지금은 3류 스탠드바로 바뀌어 있다.

 

 

나에겐 문화극장으로 나보다 조금 젊은 친구들에겐 피카디리 극장으로 불리워지던 배다라에 있던 극장. 지금은 복합상가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당시엔 개봉관으로 제법 사람들이 몰린던 곳이다.
 

대부분 극장이 1,2층으로 구성되어 층계를 이용해야 했지만 문화극장은 비스듬한 경사로 2층까지 이어져 다니기는 편했지만, 위에서 실수로 깡통이라도 굴리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스크린 앞까지 굴러가 영화몰입을 방해도 했었던 ㅎㅎ

 

 

미림극장, 중앙시장에 위치하면서 양키시장의 오성극장과 인접해 있는 극장으로 큰길가에 출입구가 있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작은 문은 사람이 많을때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출구였다. 당시 한국영화로는 인기를 끌던 돌아이리즈와 고래사냥을 보았던 기억이 나는 극장.
 

지금 생각해보면 각 극장의 내부까지 다 기억이 나는걸보면 참 뻔질나게 영화를 보러 다녔던것 같다. 1960년대 사진(위)에  좌측에 미림극장이 보인다.


<미림극장 경영난으로 문 닫는다>

 

50년 가까이 인천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미림극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미림극장은 1957년 11월  고희석(77세)현 대표가

송현동 중앙시장 진입로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하면서 시작되었다

 

근래에 복합상영관의 등장과 함께 지난 몇해동안

지속돼온 경영난으로   인건비,전기세 까지도 감당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

현재 성수기인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이라 한다

 

지난 7월29일 영화 '투가이즈'를 끝으로 영사기의

전원을 내렸다 한다.

학창시절 추억의 장소였던 미림극장이 문을 닫는

다는 소문에 시민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는다며...

                                                        -2004년 8월 4일 <인천일보>
 

 

양키시장 대로변에 입구가 있었던 오성극장은 개봉관이긴 했지만 다른 극장에 비해 시설이 좀 낡고 지저분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본영화가 쉬리 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에 좌석이 꽉 찰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오성극장자리에 애관극장2관이란 간판이 있는것은 오성극장이 시네팝으로 다시 애관극장이 인수해 2관으로 사영하다 문을 닫았다. 양키시장의 낙후로 거의 빈 건물로 남아있다.

 

 

3류극장 그러니까 동시상영관의 대표주자격중의 하나였던 자유극장. 인천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옐로우하우스 뒷편에 있었고, 에로영화와 흥행영화를 함께 틀어주었는데...
 

나는 이 극장 분위기가 약간 겁도 나고 그래서 잘 안갔던 기억이난다. 다만 어릴 때 동네형들과 걸어서 이곳까지 와서 슈퍼맨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500정도의 입장료를 내었던 기억이...

 

 

어릴적엔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수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영화의 정보를 보려면 이렇게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곳을 찾아 다녀야했다. 동네 구멍가게나 슈퍼에 포스터를 고정으로 걸면 초대권이나 할인권을 주는데 그걸 얻어서 저렴하게 보는 방법도 있었다.
 

또한 개봉관이하 모든 극장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었기에 주로 극장앞에서 쥐포나 음료를 사가지고 들어갔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맥주랑 안주를 사가지고 들어가 마시며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구도심에 몰려있던 타 극장에 비해 경쟁극장이 별루 없었던 주안쪽에 있었던 중앙극장... 이곳은 지금 오랫동안 중앙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작은 아파트건물이 지어졌다. 
 

중앙극장 옆 골목의 중국식당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본영화는 '미술관 옆 동물원' 이었다.^^

 

 


옛 극장들 사진들...

 

 

화평동 냉면골목 초입에 있던 인천극장은 내 중학교시절의 즐거운 놀이터였다.^^ 방학 때면 어머니를 졸라 용돈 천원을 타내면 홍예문을 넘어 인일여고를 지나 바삐 걸어 500원을 내고 이곳을 찾았다.
 

아침에 입장해서 해질 때쯤 나오는 것이 다반사였던... 당시에 적도의 꽃이라고 안성기와 장미희가 나왔던 영화에서의 멋진 사랑씬은 지금도 기억에 ㅎㅎㅎ 당시 고민은 남은 500원으로 허기를 달랠것인가 다음 프로를 보러 남길것인가 하는 절박한 고민을 하며 보았던 ...^^ 인천극장은 대중목욕탕으로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상가로 바뀌어 있다.

 

 

어릴적 성룡은 나의 우상이자 로망이었다. 홍금보,원표 그리고 오복성시리즈의 형제들까지... 그의 맨몸액션과 잔인하지않으면서 웃긴 액션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NG장면들까지.. 성룡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다 본셈...  

 

 

동인천역 맞은편 하나은행 건물에 있던 동인천극장. 당시에 작은 규모의 개봉관들이 생기고 없이지곤 했는데...이 곳에서 본 마지막 영화는 제대후 첫 영화였던 개같은 날의 오후 였다. ^^

 



 

송림로터리의 현대시장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었던 현대극장. 나의 생활권과 좀 멀어 몇번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곳도 동시상영관이었다. 당시 어린 우리들에게 최고의 영화였던 ㅋㅋ 무릅과 무릅사이를 보았던 기억이 ㅎㅎㅎ
 
현대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쥐와 눈이 마주쳐도 태연해 할수 있는 자세가 필요했다. 지금은 1층에 대형 슈퍼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인하대 후문 번화가에 위치하였던 인하씨네마 ... 전화번호가 두자리인 걸 보니 참 오래된 느낌이다. 고2인가 당시 우리 고딩들에게 태풍처럼 몰아쳤던 천녀유혼은 그 애절한 내용과 함꼐 왕조현의 미모로 최고의 인기였다.
 

개봉 당시는 별 인기가 없었는데 인하씨네마에서 사양 에로영화와 함께 재개봉을 했을때 난 거의 10번이상을 본 기억이 있다. 단지 우리들에게  천녀유혼 영화를 사진으로 찍어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당시 사진부였던 내게 의뢰가 많이 들어와 자율학습을 목숨걸고 땡땡이를 치고 가서 사진을 찍었던...^^ 수고비로 받은 돈으로 개인필름을 충당했던... 당시 왕조현의 청초한 이미지는 우리들의 로망이었다.

 

 

석바위에 있었던 국도극장. 3류극장이면서도 꽤 작은 규모였던것로 기억한다. 하지만 고등학교랑 너무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선생님들한테 걸릴 위험때문에 거의 가지않았던 ㅎㅎㅎ 가끔 야간자율학습 빼먹고 갔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극장이다.

 

 

어른들이 기억하시는 장안극장... 하지만 나에겐 전해 장안극장의 기억이 없다. 당시 장안극장이 있었던 곳의 옛 사진과 지금의 변화된 모습만 남아있다.

 

 

주안극장, 단성사, 동인천 역전에 있던 극장(이름이 생각이 안남),비디오를 틀어주면 오부자극장 등 인천에는 그야말로 규모가 다른 극장들이 많았었다. 부평지역까지 합치면 더 하겠지만 말이다.
 

당시 학교에서 음악의 계보와 영화 계보및 평을 할 정도의 친구들은 항상 인기였다. 영화를 먼저 보고와서 줄거리와 영화의 역사등... 흥미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친구들은 그얘길 듣고 영화를 보러가곤 했다.


나 역시 영화쪽으로 이야기를 해주던 부류였는데... 영화관에서 주는 작은 카렌더와 외국잡지 로드쑈등의 사지을 짜깁기하여 나만의 무비노트를 만들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했고, 공부에 대한 압박을 잠시 잊을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극장은 나에게 놀이터이자 환타지였고, 만남의 장소였으며 추억이 남아있는 즐거운 곳이였으나, 대형 멀티극장들이 생기고 나서 나의 무관심속에 하나둘씩 나의 추억의 장소들은 사라져갔고, 그것들이 다 사라지고 난후에야 추억을 떠올리며 찾는 안타까움만이 남았다.


영화를 보러가는 친구들과 연인들과 혹은 가족들과의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에서의 추억도 남아있는 그때를 생각하면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어쩌면 너무 편리한것만 찾아가는 우리들의 뒷편에 남은 것들을 잊고 사는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이제는 빛바랜 추억으로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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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이 2015-04-14 12:40:20
아~~ 자유극장의 화장실 찌릉내가 그립다.....

정재성 2014-12-22 10:16:20
기억이 새롭네요. 정성껏 자료를 모아 정리해주셔서 이십 년 전에 인천을 떠난 저로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대부분 가본 경험이 있지만 - 어릴 때 답동 쪽에 키네마극장이라는 극장을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 너무 오래되서.. 제 기억이 틀릴 지도 모르겠지만요.
오랫만에 좋은 추억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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