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선고를 보며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떠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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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선고를 보며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떠오른 이유......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4.12.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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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5. "고백컨대 나 주사파야. 진담 좀 늘어놔도 돼?"

대한민국 가라사대 찌라시는 십상시를 낳... 아니 해산하시고 십상시는 자살을 해산하시고 자살은 땅콩을 해산하시고 땅콩은 갑질을 해산하시고 갑질은 해산을 해산하시고... 또 무엇이 해산되실까? 뭔 귀신 땅콩 까먹는 소리시냐구? 그러게... 한 달 내내 연달아 나라가 들썩거리니 골까지 들썩거려 헛소리를 하시게 되네. 헛헛헛...

숨찬 12월, 결국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그것도 8대1 압도적으로. 1958년 법에 의해 해산된 진보당 이후 두 번째다. 해산 이유도 북한 노동당과 상통하는 불법단체, 즉 ‘종북’으로 어쩜 그리 똑같다.  

다들 알다시피 진보당은 인천 출신의 죽산 조봉암 선생이 당수로 있었던 대한민국 최초 진보를 간판에 내건 정당이다. 조봉암 당수는 이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지고 만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 치고 올라오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꼼꼼히 조작하신 사건이었다. 또 세심하게 불법선거, 부패비리 등 국민들의 분노 유발에 크게 기여하심으로써 쫓겨나는 초대 하야 대통령이기도 하시며 아직까지 그 기록을 깬 대통령이 없으시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을 해산에 이르게 한 이석기 前의원의 내란음모도 조작된 것일까? 애석하게 아직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논란이 많다. 판결도 나오기 전에 당을 해산시켰다고. 진보를 죽였다고. 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고. 보수일변도의 ‘헌 법재판소’ 라고. 여기서 복잡해진다. 과연 통합진보당은 종북일까?

솔직히 먼저 까놓고 가자. 종북을 대표하는 ‘주사파’는 민족진보 진영의 아킬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당 해산 이후 맥이 끊겼던 민족진보진영은 80년대 군부독재와의 끈질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맥을 되살리기 위해 롤모델을 찾았다. 아마 피 터지는 논쟁들을 했던 모양인데, 요약하자면 맑스 할아버지의 말씀 받들어 모든 사회는 계급모순에 있으니 노동자·농민이 중심이 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우선이다와 한국은 특별히 분단돼 있어 민족모순에 있으니 계급만 따지지 말고 조국통일을 선행하자로 의견이 나뉘다 궁극에는 정말 피 터지는 철전지 원수로 상극이 되었다. 이리하여 우리 현대 운동사에 양대 산맥인 민중민주파 PD계와 민족해방파 NL계가 탄생된 거였다. 다는 아니겠지만 이 두 계열 사람들은 거의 같이 밥도 먹지 않았고 서로를 무슨 웬수보듯 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던가?

여기서 집중! 조국통일 선행 노선인 범NL계에 조작 아닌 진짜 종북의 원조인 주사파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먹혀들었다. 왜냐, 조국통일하려면 북한과 손을 잡아야 하고 당시 북한의 짱은 누구? 바로 장군님 아니신가! 김·일·성 장·군·님!

그때부터 누가 몰래 배타고 북으로 넘어가 장군님을 알현했네 지령을 받아 고정간첩들과 내통을 하네 등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고 순수 빠진 감성적 운동권들은 서로 이놈이 혹 위의 지령을...? 저놈이 혹 공작금을...? 내심 눈치 보지 않았을까!... 라고 지방 시골운동권 언저리의 끄트머리에 살짝 걸쳐봤던 쌈마이로서 상상해본다.

여하튼 북한이 민족진보진영의 롤모델이 아님은 이미 정치경제적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그저 주사파는 분단이 낳... 해산한 역사적 아픔이고 시대적 오류일 뿐이었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서면서 사라졌거나 아니면 오류를 인정하고 새로운 진보의 길을 열었어야 했다. 진보란 게 나아가는 거지 후퇴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북은 시대에 덜떨어진 진보지 시대가 요구하는 진보가 아니라고 감히 판단한다.

헌데, 통합진보당 전체를 종북으로 봐야 하나? 17만 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공소서류를 읽을 길이 없으니 헌재 재판관들의 판결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래도 전국에서 3만 여명의 진성당원이 활동하고 있다는데... 다 주사파고 종북일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다 태운다고 한줌의 주사파 잡으려다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인정하며 진보이념을 지닌 애먼 당원들 죄다 주사파 종지부가 찍혀 이 사회에서 매장시켜지는 건 아닐까? 그럼 민주주의를 위배하는 꼴이 되잖어?

통진당 해산 사태를 보며 2003년 개봉한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떠올랐다. 예지원 주연의 이 영화는 창녀가 국회의원이 되는 B급 싸구려 상업영화다. 온갖 음모와 계략이 판을 치는 여의도. 여·야 의석수가 동수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 친구의 억울한 죽음으로 뚜껑 열린 윤락녀의 출마. 황당한 이 삼류 영화에서 한국사회 현실정치의 더러운 이면이 사실적으로 배여 있다. 그래서 아주 쉽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구를 이해하게 된다. 어쨌든 선택은 국민이 투표로 하는 거니까는!

이 통진당 해산을 통해 앞으론 이래야 한다. 선거 때마다 무리하게 종북논란을 일으켜온 여당은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야 하고, 역시 선거 때마다 무리하게 종북논란에 휘말려온 야당도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콕 집어 무슨 신공안정국이네 뭐네 이런 식으로 끌고 가 다양성을 해치고 획일성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고백하건대... 나 주사파다! 술 얼큰 취하면 위아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주사를 부린다. 이것이 상습적이고 동 부류들과 어울리는 걸 즐겨하니 주사파라 할 수 있다. 하여 주사파가 한마디 하겠다.

“앞으로 종북 얘기 꺼내기만 해? 확 해산시킬 거야!!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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