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지속성의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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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으로 지속성의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돼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2.22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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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의 인천 인물/단체’ - 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
 
1,2편에 이어 계속 (지난회는 하단 기사 링크)

2014년 한해 인천지역 곳곳서 종횡무진 활약한 인물/단체로 [인천in]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 공연을 준비해 대시민 서비스에 노력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한은숙 공연기획팀장과 정수산나 공연기획팀원을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눠 봤다. 지난 1편에 대해서는 신설된 공연기획팀원들의 한 해 소회와, 프로그램 [밴드 데이]의 성과 및 내년 전망에 대해 대화를 나눴었고 2편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및 뮤지컬을 모아 브랜드로 기획한 [스테이지 149]와 한 회를 평가하고 전망해 봤다.
 
세 번째는 마지막으로, 회관의 대표 브랜드 기획공연인 [명품 클래식]과 [썸머 페스티벌], [스테이지 온 스크린] 등 클래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짚어 보고, 회관의 내년도 전망 등을 짚음으로서 대미를 장식해 보고자 했다. 회관 관계자들은 “재정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내년 역시 양질의 콘텐츠로 시민들에게 보답할 터”라고 밝혔다.
 
- 기획공연의 세부 성과 -
3. 명품 클래식

 
배영수 [인천in] 기자(이하 배) : 이제 [명품 클래식]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이게 제가 알기로 그전 정명근씨(정명훈의 형)가 관여하던 [인천 & 아츠]의 사업에 들어가 있던 것인데, 그분이 시정과 관련된 부적절한 문제가 생겨 인천서 발을 떼며 없어질 뻔한 것을 개선해서 다시 살린 성격이라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특별한 문제는 없죠?
 
한은숙 공연기획팀장(이하 한) : 네. 2012년부터 회관의 자체 기획으로 넘어왔고 문제를 없애면 충분히 좋은 진행이 가능하겠다 해서 맡게 된 거죠. 다만 이전에 비해 클래식 관련 공연에 할당된 예산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고, 올해는 작년 대비 절반 예산으로 진행해야 했어요. 그걸 타파해 보고자 특화된 브랜드로 정리를 한 거죠. 예산 안에서 진행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배 : 일류 오케스트라를 한 번 부르는 데에 3억 원 정도 개런티가 들죠? 근데 예술회관 한 해 예산이 1억 5천만 원 선인데, 오케스트라 섭외는 꿈도 못 꾸겠는데요.

한 : 국내에 오는 오케스트라가 서울과 인천 말고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하며 티켓 수익을 챙긴다고 하면 가능하긴 해요. 올해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공연도 그래서 가능했던 거고요. 예산도 예산인데, 그 이전에 클래식 공연은 그전까지 기획 자체가 좀 미숙했다고 인정해요. 관객 스스로가 클래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축적도 안 되어있을 거고, 관 행사다보니 급작스럽게 관객들에게 초대권이 가고 그러다보면 초대 관객들의 ‘무개념 행태’ 때문에 민원도 많이 오고 그랬어요,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초대권을 거의 없앴는데 그렇게 하니 효과가 오더군요. 인천에서 이런 관람 수준이 가능하구나 싶을 정도로 관객 수준이 엄청 높아졌어요. 예매자들 보면 재구매하는 소위 ‘충성도’도 높고, 가장 브랜드다웠다고 봐요.
정수산나 공연기획팀원(이하 정) : [인천 & 아츠] 때 진행했던 사업이 당시엔 문제도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 영향을 보이는 부분이라 판단돼요. [명품 클래식] 같은 경우엔 지출대비 수익도 ‘효자 종목’에 속하죠. 1월 이무지치 내한 공연은 거의 매진됐고, 앤더슨 & 로 공연은 젊은 층이 많이 오고, 스테판 피 재키브 공연은 연주자가 잘 생겨서 여성 관객이 많기도 했죠.
 
배 : 그런데 아직도 한국의 클래식 공연은 팸플릿에 사인을 받는 경우가 많더군요. 사실 현장서 판매하는 음반을 직접 구입해 받는 것이 나름의 에티켓인데 말입니다.
 
한 : 사실 그게 당연한 건데, 앞으로 더 함양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당장 정착은 힘들 것 같아요. (웃음). 아, 올해는 다섯 번 정도 이 기획공연을 할 거에요. 뮤지션들 일정 조율도 해야 해서 아직 날짜까지 나온 건 내년 3월 3일에 열릴 임동혁과 김수연 듀오의 콘서트입니다. 차후 모두 날짜까지 게시가 될 거예요.
 

앤더슨 & 로 (사진 제공 = 아트 앤 아티스트)
 
4. 썸머페스티벌
 
배 : [썸머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에 회관서 진행하는 청소년들 음악 클래식 입문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한두 차례 참여해 보니 주로 중고생들이 대다수인데, 학생들이 관람보다는 수행 평가를 위해 오는 부분이 많아 그건 좀 아쉽더군요.
 
정 :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는데,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하는 오페라 작품 공연은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다고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괜찮았어요. 아무래도 스토리가 있는 작품과 그러지 않은 작품은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편차가 있을 테니까요. 또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이해가 쉽도록 해설이 있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이 어떤 학생들에게 힘든 시간일수 있지만, 어떤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일 수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은 소위 ‘복불복’의 부분은 있다 생각해요.
한 : 일각에서는 지도교사가 오는 게 바람직하다 하시는데,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선택권한 없어지기에 그런 부분이 보이더라도 현행이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또한 시즌이 방학이라 선생님이 인솔해 오는 건 어렵고, 아이들이 자의에 의해 찾는 건 아니나 자신이 공연을 직접 예매하고 찾고 공연 보는 프로세스 자체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배 : 내년에도 이건 정상적으로 진행되죠?

정 : 네, 비슷합니다. 일반 관객 중에서도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면 오는 경우도 많고요. 다만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티켓 예매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헤당 학생의 교사가 가이드 정도는 해 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스테이지 온 스크린]을 관람중인 시민들 (사진출처 =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

5. 스테이지 온 스크린
 
배 :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 [스테이지 온 스크린]도 한 번 훑고 넘어가죠. 회관 앞 광장이 사실 넓고 접근성이 좋은데 사실 이곳이 시 행사나 장터 등으로 많이 쓰여서 문화예술 행사다운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한 : 사실 저희의 고민도 같았습니다. 저 공간이 회관의 대표적 장소이기도 한데 어떻게 활용해 시민들게 ‘문화예술 공간’으로 인식하게 할 거냐, 그거였죠. 아무래도 대형공연은 예산이나 규모 때문에 유치 어렵고, 특히 인천에서 발레나 오페라는 공연 한다고 객석을 다 채울 지도 의문일 정도로 관객에 대한 개발이 다 되지 않은 상태예요. 때문에 “우수한 공연 콘텐츠를 무료로 친근히 접할 기회는 주자”, 그런 식으로 운영케 된 거죠. 2013년부터 시작했는데, 사실 처음엔 영상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관객을 잡아 끌 수 있는지 고민이 됐어요. 그렇지만 유료가 아니니까 지나가는 사람들 보더라도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해 봤는데, 관객 분들 반응도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야외에서 제제 조건이 없다보니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어린아이들도 오고 가족단위로도 많이 왔어요. 돗자리나 와인, 음식 등 싸갖고 와서 보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오페라 보면서 와인 마시는 게 일생에 몇 번 없기도 할 듯해요. (웃음) 비 와서 망했다 싶을 때도 우비 입고 끝까지 보기도 하시고... 참고로 작년엔 뮤지컬과 오페라를 각각 4편 했고, 올해는 뮤지컬과 발레를 두 편씩, 오페라는 종전대로 4편 상영했습니다.
 
배 : 야외이기에 음향 등 외부 환경 변수가 예상되는데요. 민원도 있을 것 같고요.
 
정 : 네. 관심이 없으시거나 인근 주민 분들의 경우 한참 저녁에 각자 생활에 집중하는데 음향이 크니까 소음이라는 이유로 민원이 있기도 합니다. 사실 근데 기상 변수는 특별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가끔 저희가 작품 해설지를 나눠주면 모자라는 경우도 있어요. 별 장식 없이 텍스트로만 되어있는 건데도 본인들이 보는 콘텐츠가 궁금한 거죠. 그게 나름의 ‘학습효과’라고 한다면 저희로서는 고마움도 있죠.
한 : 요즘은 카메라 기술이 뛰어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들을 영상으로 접할 기회도 많아지니 향후로도.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메이저급의 공연을 실제로 접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면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배 : 영상물의 저작권이나 기타 운영 문제는 없나요?

한 : 공연실황은 국내에서 DVD로 발매된 지 6개월이 지난 타이틀의 경우 공공시설의 비영리 상영은 문제될 부분은 없어요. 6개월 지났다고 식상할 프로그램들도 아니니까요. 다만 운영비의 빠듯함은 있죠. 다른 공연들은 초청료와 운영비가 별도로 책정되는데 이 콘텐츠는 전액 운영비로 해야 하다보니 재정난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죠. 때문에 내년부터는 이 프로그램이 공연장 내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야외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강구 중에 있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것이 이미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실내보다 예산은 더 들긴 하나 초창기에 부여했던,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의미가 망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 재정난 극복 위한 회관의 대안은? -
 
배 : 근래 예술회관의 공연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앞서 [명픔 클래식]을 언급할 때 말했던 것처럼, 관객들의 관람 수준이 참 높아졌어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회관 내에서 담배 피우려 하는 분들까지 본 것 같은데... (웃음) 그런데 관객 수준이 올라오면 회관의 대시민 서비스도 올라와야 하는데, 재정이 심각해서 걱정입니다.
 
한 : 사실 저희 팀원들이 모두 전반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고, 현재 저희의 모든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고 있죠. 특히 신규 프로그램 개발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기존 프로그램의 유지 자체가 힘들다는 것은 큰 타격입니다. 궤도에 올라가는 프로그램들이 실제 나오고 있는데 엎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거죠. 그간의 노력이 다시 ‘제로’가 될 수 있기에 말입니다. 그렇게 제로 상태로 망가지고 나서 예산 정상화가 된다 해도 다시 그것을 구축하는 기회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임을 잘 알기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더군다나 우리는 20주년이라는 단기 효과를 기대한 게 아니라, 차제에 방향성까지 잡자는 비전을 펼친 것인데, 지속성의 동력을 잃으면 향후 재정에 여유가 생겨도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게 가장 큰 우려예요. 또한 그게 안타까우나 우리만 죽는소리 할 순 없는 일이고요.
 
배 : 시는 회관에게 “웬만하면 쉬라”는 주문을 자꾸 넣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 : 소위 ‘멘붕’ 상태인 건 사실이에요. (웃음) 하지만 더 쥐어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이미 그럴 수 있는 ‘최대치’로 매번 해온 상황이거든요. 횟수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이번에 안타깝게도 수를 줄이게 됐어요. 그러나 질적인 유지관리는 계속 하겠습니다. 정체성과 방향성, 어떻게든 다 잡아야죠.
 
배 : 네, 이제 대화를 마칠 시간이 왔네요. 저는 두 분이 올해 이뤄놓은 수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일전에 한 중앙언론의 기사를 봤는데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하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증가한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여행이 직접 적인 체험이지만, 인천서 할 수 있는 간접적인 체험 가운데서는 회관의 공연이 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이 돼요. 시민들이 그런 간접 체험이나 삶의 여유 등을 회관에서 찾는 방법도 안내되면 좋을 것 같네요. 어쨌든 두 분 긴 시간 동안 말씀해 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 주세요.
 
한, 정 :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예술회관은 재정난 속에서도 내년 좋은 콘텐츠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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