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굴업도 핵폐기장 소란, 그 후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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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굴업도 핵폐기장 소란, 그 후 20년
  • 정희윤(전 인천앞바다 핵폐기장 대책 범시민협의회 사무국장)
  • 승인 2014.12.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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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경주핵폐기장 가동을 앞두고

지난 12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핵폐기장을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을 내렸다.

따라서 내년부터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이곳에서 본격 처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로 부터“암반이 취약하고, 지하수를 통해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활성단층이 발견되어 지진발생시 위험하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는 전남 영광, 부산 기장 등지에서 핵폐기물을 해상 혹은 육로로 운송해 와야 하는데, 핵폐기물 운송을 위한 규정이 아직 없고, 해당지역 어민들과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보도를 접하니 답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부터 만 20년 전 문민정부 과기부 장관이던 김시중은 덕적면 굴업도를 핵폐기장 최종후보지로 확정해 발표하였다.

그 이유로 “굴업도가 방사성물질 흡착력이 뛰어난 응회암으로 이루어졌고, 수심이 깊어 항만건설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굴업도가 왜 적지인지, 후보지 10곳 중 3곳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굴업도로 압축한 기술적,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아마도 영덕, 안면도, 울진의 경우 해당주민들이 총궐기하여 반대함으로서 핵 폐기장 추진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기에, 인구 9명이 살고 있는 굴업도가 선택된 것이 아닐까 판단된다.

발표 당일 경찰당국은 전국에서 전투경찰을 차출해와 10개 중대 1,500명으로 『인천경비단』을 창설하고, 그 중 250명의 전투경찰을 해경함정에 태워 덕적도에 상륙시켰는데, 이로서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밀어 붙이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이후 지정고시 강행, 500억원 복지재단 출연 등 일정대로 진행하였다.

이에 분기한 600여명의 덕적주민들은 『덕적면 반투위』를 결성하여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1년 동안 서명운동, 각종시위, 무려 258일간 전개한 인천가톨릭회관 농성 등 반대투쟁을 전개하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인천지역사회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인천핵대협』을 결성하여 100만인 서명운동, 공청회, 토론회, 3차에 걸친 궐기대회 등을 전개하였다. 『인천핵대협』은 투쟁만 전개한 것이 아니라,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기술연구소에 용역의뢰하여 “굴업도 핵폐기장 예정지 주변의 해양지질·물리환경”를 발표하였고, 정부에 민간합동 조사단을 구성하여 굴업도 핵폐기장의 적지성을 검토하자는 제안도 하였다.

그러나 1년간의 투쟁으로 덕적주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이지만, 추운 겨울에 시위를 하다 딸집에 늦게 귀가한 김계월 여사가 사망하신 사건이 발생했고, 『덕적면 반투위』 상임대표 송은호, 사무국장 허선규 씨를 비롯한 주민 6명과 인하대, 인천대 대학생 16명, 총 22명이 사법당국에 구속되어 옥고를 치루는 등 어려움을 당했다.

굴업도 핵폐기장 추진을 둘러싼 소란은 결국 1995년 10월 7일 굴업도 인근 해저에서 2개의 활성단층이 발견되었다는 발표와 12월 16일 『원자력위원회』에서 지정고시 해제가 의결됨으로서 일단락되었다.

정부기관과 전투경찰이 철수하고, 복지기금 500억원도 회수되었지만, 반대와 찬성으로 갈라진 덕적도 주민들은 이후에도 엄청난 혼란을 격어야 했다. 10여년이 지나도록 서로 관혼상제에 다니지 않는 등 갈등이 지속되었고,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서먹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굴업도 핵폐기장 소란이 끝난지 20년이 지났다.

정부는 경주핵폐기장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과연 우리 정부의 실력을 믿어도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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