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뭐래?”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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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뭐래?”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프로그래머
  • 승인 2014.12.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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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6
 
벨기에 출신의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는 덴마크 출신의 빌 어거스트, 미국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보스니아 출신의 에밀 쿠스트리차와 함께,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거장이다. 두 수상작인, 절망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한 소녀의 목숨을 건 고군분투를 다룬 <로제타>와 어린 커플 브뤼노와 소냐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변화하는 인생을 다룬 <더 차일드>, 시민권을 얻기 위해 한 위장 결혼이 애증으로 변하는 과정을 다룬,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의 <로나의 침묵> 그리고 자신을 버린 아빠를 찾는 11살 소년 시릴과 그런 그의 주말 위탁모가 되어주는 미용실 주인 사만다와의 가족을 넘어선 인간적 사랑을 다룬, 역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의 <자전거를 탄 소년> 등, 다르덴 형제는 만드는 작품마다 칸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형제 감독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역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그들의 신작이다.

우울증으로 휴직상태인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에게 회사동료들이 그녀의 복직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투표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하지만 작업 반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투표가 불공정했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집안 경제사정 때문에 일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산드라는 주말 이틀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찾아 설득해야만 한다. 각자마다 한 푼이 아쉬운 어려운 사정의 동료들에게 천 유로(한화 약 135만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님을 알기에,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쉽지 않다. 배신했다는 괴로움에 마음을 바꿔주는 동료들과 오히려 차갑고 냉정하게 거절하는 동료들. 하지만 자상한 남편의 지원과 한 명 한 명을 찾아가서 사정하고 설득한 노력 끝에 2명뿐이었던 지지자들은 8명까지 늘어간다.

크게 보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내일’의 ‘내 일’을 위해선 동료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유리하다. 자신이 같은 상황을 처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해고시켜 동료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은, 올해 개봉한 유사한 내용의 한국영화 <카트>에서처럼 ‘정규직 전환’이나 ‘승진’이라는, 이름만 다를 뿐 결국 사주의 부당한 해고를 불합리하게 합법화시키는 비열한 수단에 불과하다. 비단 직장뿐만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외면하면 모든 게 쉽다. 눈감으면 모든 게 편하다. 그런데 그 외면을 받는 당사자가 내가 된다면? 모두 우리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내 얘기는 아니라고 감히 판단한다. 사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는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의 사정일 뿐이었다.

나이가 한 살 더 들어서일까? 아니면 올해 가슴 아린 사건 사고가 많아서일까? 2014년을 일주일 앞둔 지금은 결코 남의 일만 같지않고 ‘내일의 내 일’ 같아 불안하고 착잡하다.

2015년 1월 1일 새해 첫날 개봉하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12월27일(토) 오후4시 영화공간주안 <제20회 사이코시네마 인천>을 통해 미리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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