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화된 주류경제, 사회적경제가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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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화된 주류경제, 사회적경제가 대안입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2.25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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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의 인천 인물/단체’ - ② 윤성구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장

지난 10월 사회적경제과 폐지 소식에 인천시를 방문해
항의 메시지를 보내던 윤성구 사회적기업협의회장(가운데)의 모습

올해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의 민선6기를 출범시키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그중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비판을 받는 몇 가지 정책이 있었는데 하나가 민생예산 축소 그리고 다른 하나가 전 시장 시절 일반경제의 단점을 메우고자 출범시켰던 사회적경제과의 폐지 방침이었다. 민생예산의 삭감은 지금도 시민사회에서 공방이 있지만 사회적경제과는 시민들의 여론을 결국 시장이 무시하지 못해 존치가 확정됐다.
 
시민 여론에 의한 사회적경제과 폐지 철회 결정은 비록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민선6기 시 정책 중 경제분과에서 자칫 좋지 못한 방향으로 역주행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을 막은 사례로 올해 시민들이 힘을 보탠 최고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윤성구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시의 방침 철회를 위해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협회와 손을 잡고 대시민 호소를 전개,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를 이뤄냈다.
 
[인천in]이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추운 겨울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사회적기업협의체들의 올 한해를 돌아보는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게도 시의 사회적경제과 존치 결정은 아주 ‘짜릿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인천in] 선정 올해의 인물로 꼽혔습니다. 소감이 어떤지요?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3월에 사회적기업협의회장에 출마 하면서 개인이 아닌 나의 생각을 옳다면 지지해 달라 부탁하고 그 호소가 통해 회장 직을 맡아 여기까지 왔네요. 저란 사람 자체는 자격이 없으나, 저를 올해의 인물로 주목해 주셨다면 그건 저를 주목한 게 아니라, 제가 생각한 공동의 가치를 인정해준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사람을 중요시 하는 것보다,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 대통령이었던 링컨이 한 말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당신이 옳은 길을 가는 한 난 당신과 있을 것이다”라는 말, 바꿔 생각하면 사람이 그릇된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을 떠나는 것이 옳다는 얘기예요.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중요시 여기고 그것으로 모든 관계를 실천한다는 명언이라 보고, 그건 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협의회 내부에서도 입버릇처럼 강조합니다.
 
올 한해 사회적경제과 폐지를 막은 큰 성과가 있었죠?
사회적경제엔 사회적기업 외에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으로 이루어진 조직들이 있어요. 사회적경제과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협의회 등과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성과가 있었죠. 우리가 아무리 사회적기업이라 해도, 우리는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할 필요도 있어서 내부 윤리강령을 세워 실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와 동시에, 사회공헌활동의 선행도 필요하죠. 그걸 연대의 방식으로 해야 행정의 협력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민들도 공감해줄 것입니다. 사회적경제를 미래 주류경제에 대해 사회적 가치의 모델을 제시하고 경제 전체의 주체로 선도 활동을 해서 비인간적 경제의 현실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경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자는 내용의 비전 강령을 만든 것도 내부적으론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나고 자란 환경과 현재 이끄는 사회적기업은 어떤 형태인지 설명을 해 주세요.
원래 인천 사람은 아니고 서울 출신이에요. 1992년에 형님과 중소기업 운영 차 남동공단에 넘어오면서 인천과 연을 쌓았고, 1998년에 IMF로 인해 부도가 났죠. 그때 저는 납품에 의존하고 어음 받는 하청업체를 운영했는데, 부도를 보면서 이런 일은 비전이 없겠다 생각했어요. 부도가 난 그 해부터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재활용 사업 시작했는데 이후 정부재활용 사업에 선정돼 나름 자릴 잡고 올해부터는 협의회장 일도 할 수 있었어요. 90년대부터 인천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실제 인천 토박이 소리를 못 듣고 있는 건 아쉽네요. (웃음) 그래도 인천이 어쨌든 제겐 제 2의 고향입니다. 사실 사회적경제 입장에서는 인천은 주변부지만, 통합적인 완결성을 가질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 시 우리가 가구나 가스레인지 생활집기 등을 채워주고 있기도 하고 취약계층에게 재고물품을 나눠주는 등 사회활동도 합니다. 근래엔 ‘인적자원개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인천지역의 사회적기업은 현재 몇 개 정도 업체가 있으며 그들의 경제적 여건은 어떤가요?
인천에는 현재 140여개 정도가 있고 인증 사회적기업과 예비 사회적기업이 절반정도 비율로 있어요. 저같이 일반기업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케이스는 많지 않고, 자활기업이 좀 많고 협동조합도 소수 있죠. 업종으로는 청소나, 교육, 환경, 돌봄, 보육 사회서비스가 주종이고 문화업종도 좀 있고 다양한데, 안타까운 건 대체로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사회적기업이라 해도 ‘확실한 기업가 마인드’는 필요한데 이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도 있고,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목적으로 시작했을 때 견고히 기반을 닦지 못한 상황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소모품 등을 수주하는 경우 안정적인 자리 찾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일반 시장에서의 성과가 다소 침체돼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다른 곳에서 취직이 힘든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엄청나게 고용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게 어쩌면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성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취약계층이 안정된 직장 구하기는 사실 힘든데 그 사람들의 일자리를 해결해 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공공경제는 가장 취약한 상황에서 나오게 돼 있고 그들의 미래 비전이 그 사회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사회적기업의 역할은 상당히 크죠. 일반경제의 시선에서는 이것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나, 현대의 주류경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기에 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이미 선진국에서도 사회적경제는 미래경제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공공의 미래투자와 시민의 관심이 동시에 필요해요. 우리 모두의 과제인 셈이죠.
 
회장님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란 뭐죠?
한 마디로 깔끔히 요약하자면, 사람을 최고 우위에 두는 경제죠. 때문에 사회적경제는 당사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것 외에, 공공행정(인천시)이 미래투자의 선상에서 이들과 협력해 일반경제에서 나타나는 불공정의 현실과 사회문제를 보완하고 지속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가 일반경제와 경쟁하라면 그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 세 가지 주체에 의해 완성되어야 합니다. 당사조직이 주체가 되고 행정조직이 의무감으로 이를 제도화하며, 시민조직이 완성해주는 길로 가야 하죠. 세 개 축 중 올해 인천서는 이 행정조직의 의무가 무너질 뻔했고, 그래서 시민에게 호소한 겁니다.
 
시의 사회적기업 폐지 시도는 비록 무산되긴 했으나 하반기에 가장 큰 이슈였어요.
당시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로 귀를 의심했어요. 그리고 처음엔 “정말 그럴 리가?”라고 생각했다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곧바로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정말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를 모르면 그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새누리당 중앙당에서도 사회적경제 도입을 주장하는 마당에, 어떻게 유 시장이 독단적으로 중앙당 흐름과 반대로 갈 수 있을까, 저렇게 당과 의사소통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반드시 맞대응해서 설득하고 시민들께 호소해야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시의 결정은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었고, 전 결국은 철회할 거라고 확신했어요. 사회적경제는 정파적 문제가 아니에요.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이끄는 대구와 제주, 경기는 사회적경제과 출범시켰고, 서울은 사회적경제과 소속을 3개 팀에서 ‘공공기반팀’이라는 1개소를 또 추가할 정도였죠.
 
공직사회에서도 이 폐지안에 대해 반대가 많았죠. 공직자들은 보통 시장의 정책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반응이 좀 흥미로웠어요.
결론적으로 시 공직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정도가 컸다고 봅니다. 조직 내부에서 집단적으로 반하는 의견서를 시에 올렸대요. 그들 역시 자신들보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해야 하니 부담이 많았을 텐데, 이야길 들어보니 망설임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그들 역시 사회적경제의 연속성과 미래 가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고,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감동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서포트 역시 언급하고 싶어요. 26개 시민단체들이 사회적경제과의 존치를 호소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같이 뛰어 줬어요. 그들 역시 주류경제의 나쁜 모습을 본 사람들일 테니까요.
 
아직 사회적기업의 정착엔 난제들이 많죠?
사회적경제의 인프라가 개별기업 지원과 공동시장 개척 등 동시 활동이 필요한데, 지금의 지원 체계가 개별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원칙이라서 아쉬운 점이 있어요. 이보다 더 전진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인프라를 ‘사회적경제 지원센터’가 해야 하는데, 시 예산이 삭감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원센터 예산이 당초 3억 원이었다가 2억 1천만 원 정도로 삭감됐습니다. 또한 사회적경제에 관한 예산이 전년도 5억 원 수준인데 올해는 줄어드는 걸로 압니다. 막막해요. 10억으로 늘어나도 모자랄 판인데 아쉬움이 큽니다. 그나마 사회적경제과 유지에 성공한 것이 천만다행이라 봅니다.
 
경제인들은 현 사회적기업의 전망을 그리 밝게 보고 있는 편은 아닙니다. 종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견해를 이야기해주세요.
경제인들의 견해는 거짓말은 아니에요. 진실의 일단을 분명히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극복할 정도의 합의와 협력 가능하면 사회적경제는 성공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만만찮은 장애물이라 생각하지만요. 주류경제에서 나타난 비인간적인 본질 속에서 그 리스크를 극복하자고 모색한 것이 사회적경제 아니겠어요? 그만큼 이 시대와 이 사회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요구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께서 이미 필요성을 느끼고 계시고, 때문에 잠재적 가능성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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