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서 혹한으로 폭주하는 대한민국2014 열차, 엔진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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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서 혹한으로 폭주하는 대한민국2014 열차, 엔진은 안전한가?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4.12.2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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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6. 2014년을 돌아본다

열차번호 대한민국2014, 시작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1월부터 가계부채 1,000,000,000,000,000 시대, 일,십,백,천,만... 에잇, 몰라! 세다가 뒷골이 땡기고 눈앞이 캄캄해질 판인데, 설상가상 금융사들 방화벽까지 슝슝슝 뚫려 고객정보가 몽땅 털려버렸으니 온 국민이 영락없는 금융피싱사기의 물고기가 된 꼴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까짓것 그래도 일제 36년에 6.25전쟁, 이승만 초대정부부터 독재와 군사정권까지 40년 넘게 다져온 맷집인데 이정도 쯤이야 했는데, 마음 같지 않은 게 세상사인가...?
 
2월도 심상치 않았다. 공포의 전주곡처럼 한파가 몰아쳤고 폭설이 내렸다. 그러더니 이놈에 폭설이 천년 고도 경주의 한 리조트 천정을 무너뜨려 300여명이 매몰되었고, 결국 꽃다운 젊은이 10명이 사망했으며 10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더 무서운 건 주범이 폭설이 아니라 애당초 허술한 설계와 부실한 시공으로 인한 인재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연이 무언가 암시를 줬는지 모른다. 점점 다가올 재앙에 대해......
 
3월은 간첩조작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이 채 벗겨지기도 전에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인 한 화교를 공문서까지 위조해가며 간첩으로 몰았다. 재야시민사회와 야권은 화들짝 놀랐다. 과거 중정입네 안기부입네 하며 여차하면 엮어버리는 트라우마가 있어서였을까? 이것이 앞으로 닥칠 대한민국2014 열차의 정국을 얼어붙게 할 신호탄? 봄은 왔건만 혹한은 가시지 않았다.
 
4월, 자연의 암시는 불행히도 정확했다. 4월16일. 세월이 가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그 이름 ‘세월호’가 저 시커먼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300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도 함께..... 더욱이 “가만있으라”는 세월호 최고 대빵 선장의 말을 따랐던 고등학생 295명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거나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재앙은 경주라우나리조트 붕괴처럼 인재였으며 대한민국은 관피아, 해피아 등 끈끈한 조직애로 똘똘 뭉쳐 여기저기 빨대를 꽂고 빨아대는 통에 속 텅 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가 터질지 모르며 설사 터져도 진상은 무슨! 쪽수 맞춰 수사하고 구속시키면 끝나는 일인지 알 수 없다. 우리의 부모, 형제, 자식이 당해도.
 
5월은 세월호의 눈물로 뒤범벅 된 속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출신의 총리후보자가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꽤 청렴하고 대쪽으로 알려진 분께서 전관예우와 위장전입 시비에 휩싸여 스스로 사퇴한 것이다. 하여튼 총리네 장관이네 인사청문회 때면 등장하는 투기목적의 위장전입! 지도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가르치지만 결국 돈이 전부인 사회라는 반증 아닐까. 세월호 침몰의 본질도 궁극에는 돈이란 얘기다. 그러니 누굴 탓하겠는가?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사회풍토가 이런 걸. 도리어 사퇴한 분이 대단하다. 다른 분들은 악착같이 하려고 철판 깔던데.
 
6월과 7월은 지방선거와 재보권선거가 있던 달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살얼음처럼 조심스레 치러졌는데도 민심은 요지부동 싸늘했으며 무관심했다. 야당은 플러스 합당이라는 강수를 썼지만 마이너스 잡당으로 변질되었고, 여당은 잘한 것 하나 없으면서 반사이익으로 승리했다. 이 또한 야당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듯했다.
 
8월, 천주교 교황 프란치스코 1세께서 캄캄한 바다 속을 갈팡질팡 달리는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며 위로했고 새로운 가난을 창출하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에 대해 거부하길 원했다. 그리고 교회는 가난해야한다고 말했고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말들이었으며 많은 이에게 힐링이 되었고 용기가 되었다. 늘 혹한 속만은 아니었다.
 
9월은 담뱃값 인상논란으로 불이 붙었다. 인류의 마지막 담배도 아닌데 왜 올리느냐고 흡연자들은 아우성을 쳤다. 국민건강 어쩌구 구라치면서 세수 확대하려는 꽁수라는 게 이유다.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진정성이 안 느껴진 모양이다. 내년에 2000원이나 오른다는데 야심한 밤에 담배 한 모금 맛보려고 더러운 재떨이를 헤집던 담배의 추억을 아시는지...? 그게 지겨워서 3년 전 끊었다. 한방에!
 
10월에 또 사람들 십 수 명이 죽었다. 이번에는 환풍구 붕괴사고다. 판교에서 아이돌 공연을 보려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대형 환풍구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역시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참사였고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까 언급했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스스로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11월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당초 무리하게 해고했다는 2심 판결과는 생뚱맞게 달랐다. 결국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법으로 구제받지 못하게 됐다. 그들은 이제 호소할 곳은 신뿐이라는 건지 고공에서 칼바람 맞으며 농성중이다. 헌데 하늘이 감복해서일까? 유명 연예인들이 동조를 한다. 이효리 굿!
 
12월은 봇물이 터졌다. 청와대 문건과 십상시, 땅콩항공 회항, 통진당 해산, 진보와 시민사회, 일부 야당에서 갈라져 나올 제3당 이슈까지! 연말 대량방출세일도 아니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젠 더 나올 거 없는 거지? 막판에 충격주기있기없기~
 
대한민국2014는 1월부터 12월까지 혹한에서 혹한으로 질주하는 설국열차가 아닌가싶다. 한곳을 향해 가는 열차임에도 양극으로 갈리어 각 칸칸칸마다 계급을 달리한다. 그리고 각 칸의 구성원들은 아랫것들이 올라오는 건 막으면서 윗분들의 칸에 진입하려는 욕망으로 발버둥 친다. 중간쯤 가면 대개는 적당한 욕망으로 적당히 타협하며 나만 아니면 돼, 식으로 자신들에게 직접 피해가 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진다. 그렇게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고하고 주장한다. 엔진이 작살나건 말건 그건 남의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욕망을 불사르는 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가 영웅이 되기도 한다.
 
송강호 분의 남궁민수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왜 이 문을 열지 못해 난리들이야. 다들 저 문을 무슨 벽으로 착각하고 사는데 저것도 알고 보면 문이야. 난 바로 저 문을 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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