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천만 관객, 연극은 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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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천만 관객, 연극은 왜 안 돼?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2.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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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전문 공연장 ‘문학시어터’ 김문광 극장장을 만나다

인천에서 제일 큰 연극제인 인천항구연극제와 청소년연극제가 열리는 곳은? 인천에서 제일 큰 극장은 아니지만 해마다 굵직하고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 곳은? 바로 문학경기장역 1루 매표소 옆에 위치한 ‘문학시어터’다.

2010년 8월 오픈했으니 올해로 6년째. ‘연극 전문’ 공연장으로 탄생했다. 홈페이지로,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그리고 카페를 통해 공연 소식을 알리고 있지만 ‘영화’보다 연극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일까. ‘극장’보다 연극 공연장의 접근성이 떨어져서일까. 문학시어터는 더 많은 인천시민과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인천지하철 문학경기장역에 하차, 2번 출구로 나가면 문학시어터를 만날 수 있지만 ‘조금 걸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 만날 이야기, 오늘 연기할 배우를 상상하며 바닥에 난 붉은 화살표를 따라 이동한다. 감동을 미리 상상할 필요는 없다. 좋거나 혹은 재미있거나. 충격적이거나 혹은 독특하거나. ‘요소(부분)’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언제나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
 
▲ 문학시어터를 이끄는 사람들. (왼쪽부터) 김문광 극장장, 이봉열 조명감독, 이병복 음향감독


문학시어터는 인천 연극인들이 ‘연극 전문 공연장’을 만들어달라고 인천시에 꾸준히 요청한 끝에 생겨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다목적이 아닌 ‘연극 전문’을 고집했다. 무대크기, 분장실, 연습실, 로비 등을 잘 갖췄고, 144석의 좌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 연극인의 작품을 많이 상연한 탓에 일반인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세 번째 단장으로 문학시어터를 맡은 김문광 극장장은 만화가로 살다가 일본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극작가로 활동했다. 재작년에 전국 투어를 했는데 인천에서 무대에 올리면서 인천예총과 인연을 맺었다.

영화는 관객이 천만씩 드는데 왜 연극하는 사람은 못 먹고 산다고 말할까. 해답은 재미에 있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연극을 하면 돈은 벌게 돼있다. 대학로에는 관객이 미어터지는 공연도 많다.

돈 버는 ‘공동기획전’

문학시어터는 항구연극제와 청소년연극제를 필두로 지난해부터 ‘공동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익보다 상연에 목적을 두고 초대공연을 많이 했지만 그러면 서로 죽는 거거든요. 공동기획전은 유료예요. 단돈 5천원이라도 받자는 거죠. 거의 공짜로 할 때보다는 손님이 줄었지만 돈 내고 오는 분들 많다 보니 적게나마 수익이 생겨요. 우리는 극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시설 투자’를 하고, 연극단체는 ‘콘텐츠’를 제공하죠. 같이 티켓을 팔아 수익금을 나누는 형태예요. 공연은 돈 주고 보는 것이다, 연극은 재미있는 것이다, 를 알리는 목적도 있고요. 어려운 작품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는 작품을 많이 올리려고 해요.”

항구연극제는 전국 연극제의 인천 예선이다. 상업연극보다 예술성을 높인 연극이 많이 올라온다. 연극이야말로 아날로그 문화의 정수라고 강조하는 연극인들의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는 시간. 하지만 김문광 극장장은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고민했다. 극장 유지를 위해 관객이 재미있어 하는 작품을 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공동기획전은 그렇게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가 연극인을 초청하는 게 아니라, 우리 취지를 설명하고 같이 해볼래? 하는 거예요. 일방적으로 돈을 받고 공연을 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약해지거든요. 책임을 지게 하면 티켓을 열심히 팔게 되죠. 초청공연 할 때는 멀리서 관객이 오는 일이 드물었는데 공연팀이 친구, 식구를 부르니 서울, 수원에서도 관객이 옵니다.”

공동기획전은 한 해 몇 번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같이 할 수 있는 팀이 모이면 그때 일정이 잡힌다. 지난해는 6월과 11월에 두 번 진행했는데 1차에 4작품, 2차에 3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 문학시어터는 문학경기장역 문학야구장 내에 위치해 있다.


가장 관객이 많았던 연극은 ‘소년 B’

‘극단 연미’는 서울 극단인데 1차, 2차 연속으로 작품을 올렸다. ‘소년 B’는 2차에 상연했던 작품.

“연미는 젊고 힘이 있는 극단이에요. 기획팀도 따로 있고. ‘소년 B’가 학생들 얘기잖아요.(관련기사 하단 링크) 공연 후에도 무대를 철수하지 않고 인천 시내 학교와 연계해서 단체관람 기회를 제공했어요. 4-5천원의 저렴한 비용으로요.”

이달 말, 극단 연미 작 ‘지금’이 3일 동안 문학시어터에서 소개된다.

연극계에서 투자 대비 환수율 30%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기획전’은 24.7%였다. 1, 2차 7팀 통 틀어 2천만 원밖에 들지 않았던 기획. 투자대비 40%를 기록하면 공공 극장으로 ‘거의 기록적’인 성과라고 한다.

“공동기획전 1차는 유료율이 25%였어요. 4팀 중 3팀이 인천팀이었는데 유료가 10%정도? 그런데 ‘연미’팀의 심생은 60%가 넘었어요. 2차 라인업은 대학로 히트작 ‘러브스토리’, 신춘문예 당선희곡, 소년 B 3작품이었는데 유료율 63.3%를 기록했어요. 상도 타고, 좋은 작품이라고 알려진 것을 무대에 올리니 호응이 좋았죠.”

현재 문학시어터 관극 회원은 140명 남짓이다. 회원에게 카카오톡으로 기간이 정해진 할인권을 보내주는데, 이미지를 무한 배포할 수 있다. 올해 목표 회원은 1천명. 문학시어터에서 이런 공연을 한다는 걸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종이보다 모바일 할인권이 인기!

“지난해 공동기획전 ‘두근두근 연극제’를 할 때 홍보용 티켓 4만장을 제작했어요. 그 가운데 회수된 건 단 2장 뿐이었죠. 종이 티켓은 효과가 아예 없는 거예요. 초대권 시스템은 카톡을 이용해요. 이미지 파일을 퍼트리는 거예요. 거의 정답에 가깝죠. 연극인들이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저녁에만 할 게 아니라) 타깃에 따라 시간대도 조정해야 하고요. 대학로는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머님들 위주로 평일 11시 공연도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문학시어터는 운영비 외 사업비가 전액 삭감됐다(지난해에는 2천만 원을 받았다). 대관과 사업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김문광 극장장은 “대학로에도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연기학원 수료생 공연이라든지 회원단체 정기공연, 오케스트라 연주회, 성악발표회 등으로 대관하고 있어요.”
 
▲ 객석을 뒤로 밀어 무대만 넓게 사용할 수도 있다(좌), 무대 뒤에 마련된 소품들(우)


인천항구연극제의 변신, ‘프렌즈 페스티벌’이 함께 한다

항구연극제는 인천연극협회 ‘정단체’ 회원들이 참여한다. 협회 가입 2년 동안 4번 이상 공연해야 정단체가 될 수 있다. 매해 7팀 정도가 경선에 나오는데 올해는 10팀으로 늘었다. 하지만 자칫 ‘우리만의 축제’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문학시어터에 들어온 해에는 관객을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최다 관객상’을 만들었어요. 관객이 많이 든 극단에 회식비를 지원하는 거죠. 그랬는데 지난해에는 예산이 없어서 못하고... 연극제는 다른 지방도 비슷한데, 소박하게 진행하는 편이죠.”

올해는 연극협회 소속 단체 외에 자유참가작을 함께 모집했다. ‘인천 팀이 아니어도 좋다, 참가하라!’ 13팀이 자유참가 의사를 밝혔고 그 중 8팀을 선발했다. 프렌즈 페스티벌은 ‘pre’ 형태로 3월 3일 개막, 15일까지 진행된다. 항구연극제 본선은 18일부터 4월 19일까지다.

항구연극제 상연작은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하거나 비극을 다룬 ‘정극’이 많은데 올해는 다양한 작품이 올라온다. 애로 코미디도 있다.

“프렌즈 페스티벌은 장르불문, 지역불문, 아마/프로 불문으로 오직 내용만 봤어요. 연극이 여섯, 스토리텔링국악이 하나, 택견 퍼포먼스도 있죠. 장르의 다양성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뷔페 가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매일 한식, 분식만 먹으면 질리니까. ‘맛있는 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3월 3일(화) 오후 4시에 개막, 6시에 개막작을 선보인다. 오후 5시에는 로비에서 ‘커피 리셉션’도 펼쳐진다. ‘stncoffee’ 협찬으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대접한다. ‘인천항구연극제&프렌즈 페스티벌’의 자세한 안내는 참가작 리스트와 단체, 줄거리와 함께 추후 기사화할 예정이다.
 
▲ (왼쪽부터) 이병복 음향감독, 김문광 극장장, 이봉열 조명감독


3-4월 인천항구연극제와 프렌즈 페스티벌, 5월 가정의 날 기념 가족극, 6월에는 한 달 간 딸 넷이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창작극 ‘네 여자의 방’을 무대에 올린다. 7월에는 청소년연극제를 시작하고, ‘공동기획전’도 3차 4차 준비해야 한다.

“극장 홍보에 많이 주력하고 있어요. 좋은 시설이 있으니 대관하라고 알리고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대기실은 동아리 모임방으로 오픈합니다. 인근에 사시는 분들이 모임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무료로 빌려드려요. 단, 정치, 종교 행사는 사양합니다. 취미활동이나 일시적인 모임이 좋겠죠.

보셨겠지만 로비가 꽤 넓어요. 얼마 전 조명 공사도 새로 했어요. 이곳에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연극만 달랑 보고 가기에는 아쉬우니 전시도 보고 연극도 보는 거죠. 하나라도 더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전문 전시는 불가능하겠지만 수공예품이나 캘리그라피 등 동아리나 시민강좌 수료전 등은 괜찮을 것 같아요.”

문학시어터에서는 노인을 위한 낭독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직접 연기하는 건 어렵겠지만 대본을 서로 읽으며 여가를 보내고 나중에는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가는 기회도 마련하려고 한다. 극단이랑 연계해 준비하고 있다.

“더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로는 자기 돈을 들여 극을 올리고 ‘먹고 살아야하니’ 굉장히 치열하거든요. 문화재단 후원금으로만 공연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유료관객을 끌어보겠다고 결심한 건 큰 결정이었어요. 전국 예술회관 유료율이 40%가 안 되거든요. 거기다 예산도 부족하니 2중, 3중고를 겪죠. 대학로 히트 작품은 생각보다 갖고 오기 어려우니 이름은 없지만 도전정신 있는 작품을 많이 갖고 오려고 해요. 이번 프렌즈 페스티벌에 그런 작품이 많이 소개됩니다. 인천 관객들이 ‘아, 연극이 참 재밌구나’ 하고 알게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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