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과연 시한부적인 사랑을 치료할 묘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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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과연 시한부적인 사랑을 치료할 묘약은?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5.03.27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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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13.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퇴근길 아버지의 손에 둘둘 말아져 들려왔던 그 잡지. 순식간에 눈에서 사라졌지만 뭔가 세상의 금기를 잔뜩 감춘 듯 했던 녀석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사춘기 청소년을 편집증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어른들 몰래 집 안 구석구석 색출작전을 펼쳐 잡아내고야 말았다. 그 이름하야 <선데이서울>!!

표지부터 섹시한 여배우의 터질 것 같은 풍만한 수영복 자태에 내 심장도 터질 뻔 했고 이런 걸 맘껏 만끽하는 어른들이 마냥 부러웠으며 파라다이스가 먼데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몰랐다. 어른들 세계에 대한 탐닉은 그 표지에서 딱 멈췄어야했다는 것을. 하지만 멈출 수 없었고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으며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인터넷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삐삐도 없고 딸랑 다이얼전화기 하나 있던 시절,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먼저 들어왔다. 간통, 강간, 이혼, 추문, 제비, 카바레, 여관, 호텔, 등등등등등등. 결혼하면 평생을 사는 걸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왜 시장바구니 들고 카바레를 들락거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며, 또 집 놔두고 돈 써가며 여관과 호텔을 이용하는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이 자극적인 기사들에 매료되었고 그 뒤 <선데이서울>의 은밀한 애독자가 되어버렸다.

그 중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유명여배우와 재벌과의 간통이야기였다. 보통 이니셜로 표기되었고 양 눈은 까맣게 가려져 있었는데, 금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지방소도시 평범한 집 안 십대 소년에게는 먼 나라 딴 세상 어른들 이야기였지만 간혹 서울에 가면 돈도 많이 벌고 유명여배우도 쉽게 만날 것 같은 몽상에 빠지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말이다.

2015년 2월16일 헌법재판소는 오랜 세월 논란의 정점에 있었던 형법 241조 간통죄 폐지를 선고했다. 1905년 대한제국 형법대전까지 따지면 110년 만에 일이다. 그 이유는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는데 있다. 시대가 변하였으니 부부들의 잠자리 문제는 알아서들 하시오, 라는 아마도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 같다.

간통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모세의 십계명에도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고 경고했을 정도이고, 우리 민족도 고조선의 팔조법금(八條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전해지니 인간의 욕정이란 참으로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더구나 간통은 이혼으로 거의 직결된다. 특히 20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남녀평등이 대두되면서 그 바람의 욕망을 부채질했고 무슨 유행처럼 서너 집 건너 한 집은 이혼가정이 되었다. 점차 서구유럽을 중심으로 간통죄는 폐지되었으며 그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한국도 폐지에 이르렀으니 논란의 여진은 계속 될지언정 바람났다고 형사 처벌하는 국가는 이슬람국가 빼고는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간통죄 폐지로 누가 이득을 볼까? 모 케이블방송에서 변호사가 나와 이런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돈을 가진 남자와 예쁜 여자가 득을 본다고 말이다. 돈을 가진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위자료 충분히 주고 이혼하면 그만이고 또 하이에나처럼 또 다른 예쁜 여자를 찾아 구애를 할 것이란다. 실제 간통죄 폐지 전에도 재판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평범한 소시민들이라고도 했다. 돈 있는 사람들은 거액소송이 아니면 이미 위자료 합의로 끝내버리기 때문이란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을 비아냥한 게 아니라 현실을 얘기한 것이리라. 그리보면 사랑이란 녀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랑해서 식 올리고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회로 약속하고 아웅다웅 정들며 살다보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건만 작금은 칼로 무 베듯 COOL~ 하게 갈라선다. 그 둘이 부부였다는 걸 기억하게 하는 건 자식들뿐이다.

<수상록>으로 유명한 15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셀 드 몽테뉴는 “결혼은 새장과 같다. 새장 밖의 새들은 안으로 들어오려 애쓰며, 새장 안의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친다”고 말했다. 이 중세 때의 말에도 결혼한 남녀 서로에게 구속과 자유라는 적절한 처방을 하여 미연에 다른 유혹을 방지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영화 <인간중독>은 <방자전>으로 조선시대 양반과 상놈의 성문화를 비틀은 감독의 작품이다. 군사정권시절 규율이 엄격한 고위 장교들이 생활하는 영내에서 벌어지는 치정극인데, 요약하면 아내 있는 남자가 남편 있는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해 가정은 파탄 나고 모든 게 버려진다는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육체적 향연에만 몰입한 인상을 주어 작품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불륜의 시작이 육체적인 요소에서 온다는 역설로 받아들이면 무난하다. 시각적인 게 곧 선차적이라는 걸 반론할 수 없으니까.

막론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가정이다. 하지만 지켜지는 가정보다 깨지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을 유보 또는 기피하는 사회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는 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부추겨지고 있으며 사랑은 드라마에서처럼 잘 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해야 진짜 사랑이라고 주입되어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외모가 다가 아님을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경험을 통해서만이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실패를 통해서만이 사랑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던 다른 사람이 생겨 헤어지던 결혼과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지속적인 사랑을 갈구하고 꿈꾸고 있는 건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한부적인 사랑을 영구하게끔 치료할 묘약은 없는 걸까?

“사랑할 때는 꿈을 꾸지만, 결혼하면 잠을 깬다.” -영국 시인 포프(Alexander P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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