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통해 잇는 30년의 세월” <그라운드의 이방인>
상태바
“야구를 통해 잇는 30년의 세월” <그라운드의 이방인>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겸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4.03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욱의 영화이야기] 18

야구는 축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다. 현재와 같은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광이 2002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전까지는 야구가 한국의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였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그 정치적 배경의 논의를 떠나, 1982년  OB 베어스,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삼미 슈퍼스타즈 등 6개 구단의 출범으로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는 누적 관중 1억 명, 연 관중 700만 명, 사회야구인 50만 명 등 오늘날 가장 많은 관중과 팬을 보유한 국민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김명준 감독의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1982년 그 해 여름, 잠실야구장을 달리던 재일교포 야구소년들의 현재를 찾는다. 일본에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채 살아가는 재일한국인 동포들. 특히 30년이 지난 그 당시 소년 야구인들을 찾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들을 찾아 그 당시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잠실야구장의 마운드에 다시 세우겠다는 야심차고, 다소 감상적인, 그러나 감동적인 목표를 가지고 감독과 제작진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닌다. 힘들게 찾아도, 당연하게도 그들을 의심하고 의도를 의아해하는 중년의 야구소년들을 감독은 차분하게 설득하고 진중하게 소통한다.

홋카이도 조선학교 아이들의 용기와 희망을 다뤘던 전작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에 이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재일한국인, 재일동포들에게 깊은 관심과 애증을 갖는다. 그들을 통해 한국과 북한, 우리 한민족 현재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비춰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불필요하게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고 즐겁고, 그래서 신나고 감동적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해방 후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고 관찰하는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하다. 야구에 대한 사랑과 재일동포에 대한 애정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지금의 한일관계에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일본을 누비는 감독의 모습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관객들도 있겠으나, 타의에 의해 조국을 잃고 살아가는 재일한국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오히려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겨진다.

30년 만에 조국 한국의 땅을 다시 밟은 그들은 말한다.

“반짝이던 햇빛, 코끝을 스치던 바람,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야구를 통해 30년의 세월을 잇는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4월4일(토) 오후4시 상영 후 김명준 감독과의 대화까지 이어지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톡>에서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