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영컬럼] 이란 핵 협상 타결과 북-미 협상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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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영컬럼] 이란 핵 협상 타결과 북-미 협상의 추이
  • 지창영 시인, 번역가
  • 승인 2015.04.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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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미국 수교와 이란 핵 협상 타결의 연장선 위에 있는 북-미 협상

SBS뉴스 화면 캡쳐
 
핵 개발을 계속하게 된 이란
 
국제정세가 폭포수 쏟아지듯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쿠바-미국의 관계 정상화가 선언(2014. 12. 17.)된 지 4개월이 되기도 전에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쿠바-미국 관계 정상화가 지닌 역사적 중요성은 지난 글 <역사의 봄을 몰고 오는 징후들>에서 밝혔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관련 글: http://goo.gl/E2nEH1)
 
지난 4월 2일,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핵 협상에 극적인 타결을 이루었다. 6월 말로 예정된 최종합의안 도출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쌍방 간에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겠지만 큰 틀에서 변화의 방향은 이미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 개발을 계속하게 되었고 국제 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이번 협상이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이란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겉치레 말일 뿐이다. 실은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이란에 굴복한 것이다. 이를 모를 까닭이 없는 미국 내 보수당과 이스라엘은 당장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협상 타결에 당황한 미국 보수당과 이스라엘
 
미 공화당은 백악관이 당초 제시했던 목표에서 벗어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중동 지역을 방문해 보니 이란의 테러 확산 노력에 더욱 더 우려를 하게 됐다’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란 중동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전제한 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테러 확산’ 운운하는 것도 핑계일 뿐이다.
 
이스라엘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는커녕 멍석을 깔아 준 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란이 핵시설 대부분을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됐으므로 1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 미국의 지원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달래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툭하면 가자 지구를 맹폭격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던 이스라엘이 자신의 생존 위협을 핑계로 엄살을 떨고 있다.
 
협상 타결을 추동하는 동력
 
미국의 보수파와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발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이스라엘의 전략부 장관 유발 스타이니츠의 성명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란이 핵 문제에서 어떤 양보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란이 양보를 거부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용인하는 쪽으로 협상을 타결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한두 가지 더 짚어 보아야 한다.
 
미국은 협상 상대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한다. 이에 대한 사례는 역사에 무수히 많지만 최근의 예로는 아프간과 이라크 침략이 그렇다. 이라크의 경우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핑계로 침략했으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이 상대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때가 있으니 이는 상대국의 군사력이 강할 때다. 이라크를 침략하는 것을 지켜본 국제정세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미국이 다음 타깃으로 이란을 쓰러뜨릴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아바타 격이다. 반면에 이란은 가장 껄끄러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이란을 공격할 기회를 찾던 미국은 당황하게 됐다. 이란의 군사적 무장 상태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란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교 무대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1년 9월 22일 이란의 대통령(당시 대통령은 아마디네자드)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작심하고 미국을 신랄하게 비난했는데 그 내용이 실로 경악할 만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이란의 배후에 어른거리는 북의 그림자
 
1) 9.11 공격은 의문투성이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삼았다. 2) 아프리카에서 수 백만 명을 강제로 끌어다가 노예로 삼은 것이 누구냐? 그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3) 다른 나라에 언제라도 수천 개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정부, 그러면서도 소말리아 같은 나라에서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원조하는 것은 인색한 정부가 과연 누구냐? 4) 나토의 미사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느냐? 5)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여 바다에 수장하지 않았느냐?
 
마치 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 성명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섭고 날카로운 연설이었다. 이런 말을 내뱉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군사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군사력 증강에 있어 이란과 북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핵무장 과정도 이란은 북을 빼닮았다. 각종 제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고 말았다.
 
핵 개발을 포기한 사례로 대표적인 두 나라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리비아가 그렇다. 두 나라 방식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원하는 대가를 모두 얻은 다음 핵을 포기했으나 리비아는 그 반대였다. 즉, 대가를 얻기로 약속하고 핵을 먼저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9년 9월, 리비아의 카다피는 유엔에서 연설하면서 유엔헌장을 찢어발기며 서방 국가들을 비난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미국과 나토는 리비아를 군사적으로 공격했고 고립된 카다피는 최후를 맞게 되었다.
 
북-미 협상은 파란 불
 
북과 이란의 핵 협상은 우크라이나와도 다르고 리비아와도 다르다. 두 나라 모두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핵 개발을 관철시키고 있다. 북은 이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북은 쿠바와도 긴밀한 관계요,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다. 미국은 쿠바를 무너뜨리지 못하고 결국 관계 개선을 선언했고, 이란의 핵 개발도 막지 못한 채 협상으로 돌아섰다. 그런 미국이 북에 대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과 한국의 보수 언론은 남은 것은 북한 핵 문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란과 경우가 다르다는 이야기로 말끝을 흐리는 분위기다. 북이 먼저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현실을 재대로 보지 못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 뿐만은 아닐 것이다. 여당 대표인 김무성이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고백할 정도면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알면서도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은 결국 보수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하는 말일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같았으면 남북 관계를 호전시켜 평화를 주도했을 것이다. 국제정세는 화해의 분위기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는데 불행히도 지금 한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공안탄압의 서슬만 퍼렇다. 평화를 부르짖는 이들을 감옥에 가두겠단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북-미 사이에도 급변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바와 그랬듯이, 이란과 그랬듯이, 미국은 북과도 화친하게 될 것이다. 그 때 가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처럼 마치 미국에 배신이라도 당한 듯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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