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가진 힘으로 재조명하는 연평도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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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가진 힘으로 재조명하는 연평도와 인천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4.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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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의 바위’전 여는 사진가 김보섭 인터뷰
ⓒ배영수
 
인천에서 활약하는 김보섭씨(61)는 “사진은 흐르는 시간의 조각들이다”고 말한 윌리엄 클라인처럼 인천의 흐르는 시간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사진 작가다.
 
김 작가는 오는 22일부터 내달 4일까지 중구 선광문화재단에서 ‘연평도의 바위’라는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바위의 힘이 나로 하여금 찍게 했습니다”라고 말한 김씨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도의 바위를 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인천in]은 곧 사진전을 여는 김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 작가는 "연평도를 비롯한 인천을 사진의 힘으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김 작가와의 일문일답.
 
몇 년 정도 사진을 하셨나요?

1983년도에 ‘인물’ 이라는 주제로 진도에 배로 3시간거리에 있는 관매도의 풍경과 ‘비둘기’호 완행열차 안 사람들을 찍어 동아일보에서 주최한 ‘동아미술제 사진부문 대상’을 받았었습니다. 당시 원시적인 느낌으로 관매도 사람들을 찍었는데, 화교를 리얼리티로 담은 사진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런걸 보면 나의 사진의 시작은 여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열차’라는 제목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당시 밤에 제천에서 청량리로 떠나는 열차 새벽 1시에 만석열차에서 사람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더라고요.
 
가장 최근에 한 사진전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올해 '기억하다'라는 사진전에서 ‘시간의 흔적’이라고 하는 동구의 공장을 찍은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이름 있는 사진가들이 ‘인천’이라는 주제로 모여 함께 진행한 점이 가장 큰 의의가 아닐까싶습니다. 저는 사진전을 진행하면서 ‘사진’이 가진 힘들을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천 관련 사진 5~6권 정도를 냈습니다. 지금도 인천 구도심을 돌아다니는데 ‘서해안은 동해안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제목을 진행하려고 하기도 했었어요. 하하. 결국 못했지만 어쨌든 서해안의 바위들을 보고 어떤 에너지를 분명 느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서해안의 에너지들을 사진으로 온전히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하실 ‘연평도의 바위’도 서해안의 에너지를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하신 건가요?
 
동해안이나 남해안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 발견된 장소가 많죠. 하지만 연평도 경우엔 아직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새롭게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아직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정치적 이슈를 떠나, 자연의 위대함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진전을 통해 연평도와 인천을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2003년에 35mm카메라로 자연 상태의 바위들을 김씨가 그대로 담은 사진. 
 

진행 과정은 어떠셨어요?
 
지난 2000년에 진행했던 ‘한의사 강영재’ 라는 전시 이후 농사를 하는 친구의 초대로 연평도에 여행을 떠났었어요. 원래는 연평도에 못 들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들어가서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바위의 원시성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대연평도에서는 안개가 꼈을 때 바위의 모습들을 몇 차례 찍었습니다.
 
이후 소연평도에 다시 가서 더 원시적인 바위들을 담았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이 좋아는 ‘얼굴바위’라는 커다란 에너지를 가진 바위를 보고 더 절실하게 찍고 싶어져 2003년 8월에 소연평도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당시 태풍이 심하게 왔었는데, 다음날 태풍 때문에 바위들이 깨지고 물결에 따라 자국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4시간 넘게 바위들을 찍어댔습니다.
 
연평도 ‘얼굴바위’ 근처에 있는 바위들. 김씨는 “태풍 때문에 처음엔 눈에 띄지 않던 바위도 색다르게 인간의 척추처럼 느껴져서 찍었다”고 말했다.
 
이영욱 사진가가 선생님의 사진을 ‘즉물적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셨는데요.
 
누구나 바위를 보고 위대함을 느끼겠죠. 저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을 구도나 기법 등을 계산 하지 않고 전달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사진가가 “바위를 ‘바위’로 보는 시선”이라고 평가한 것 같습니다. 당시 검은색에 매료되어 태풍에 깨어진 모든 것들에 놀란 마음을 계산하지 않은 시선들에 집중했습니다.
 
2010년에 진행한 시간의 흔적들 전시 이후, 중 대형 카메라(리노프6X12)로 소연평도에 다시 들어가 기존에 찍었던 장소에 가서 찍었는데, 다시 찍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자연이 이끄는 힘에 따라 물이 낮고 흐린 날 4시간 정도 집중해서 다시 찍었습니다.
 
요즘엔 어떤 작품을 진행하시는지요?
 
배다리사람들, 신포동, 중구 등 인천의 구도심의 옛 흔적들을 찾는 중입니다. 인천 출신이라 옛날 모습들과 지금의 모습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더라고요.
 
김씨는 P카페가 인천 구도심 옛건물을 카페로 재보수하는 진행과정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배영수

인천 어디가 가장 변했던가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자유공원이나 개항장 쪽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사진작가로서의 향후 계획은요?
 
지난 1995년에 출간한 차이나타운(淸館)은 인천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진집이라 다시 사진집들을 다시 정리해 재판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후 북성부두, 화수부두을 배경으로 해서 인물 사진전 진행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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