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따라 낭만을 꽃피웠던 아름다운 낙조의 섬, 아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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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따라 낭만을 꽃피웠던 아름다운 낙조의 섬, 아암도
  • 디비딥 장윤석 블로거(인천in 객원기자)
  • 승인 2015.05.1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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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딥의 인천이야기] 27

 

인천에서 태어나 살아오면서,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항구도시지만 멋진 항구나 바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기 어려운 곳이 인천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항구도시다운 인천의 면모를 담기가 참 어렵다는 것...


소래에서 검단까지 65.3km에 달하는 해안선 중에 대부분이 군사목적상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 곳들 중에서 인천에서 자연스럽게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아암도'.

 

한때 군사목적상으로 길게 쳐져있던 철조망이 걷어지고 지금은 해안을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1,920평 규모의 남동구 옥련동 해안가에 위치한 아암도는 쓸모가 없다고 판단, 개인에게 매각되었다가 인천시민들의 요구로 재매입하여 주변 정리와 함께 모래사장을 조성하여 아암도 해안공원으로 꾸며졌다.

 

<지금은 육지가 되어버린 송도유원지 앞 아암도의 1960년대 모습>

 

인천인들에게는 바다로 나가는 출구로 기억되는 섬 아암도. 작은 바위섬이었지만 바닷물이 빠진 갯벌 위에 소나무를 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던 섬.


매립 이전의 아암도는 송도유원지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송도유원지 후문에서 400~500여m 떨어진 갯벌 위에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돌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이 돌다리로 인해 '홍해'를 연상시키는 길이 열렸고, 송도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은 줄지어 이곳을 찾아 바다의 정취를 느끼곤 했었다.

 

송도유원지로 소풍 가는 학생들은 선생들의 통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호기심에 이끌려 아암도로 향했다. 소풍 시즌이면 아암도에 갔다온 말썽꾸러기들이 선생님들에게 기합을 받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릴적 아버지 손을 잡고 그 돌다리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청량산에서 바라본 송도. 가운데 대관람차 뒤로 아암도가 보인다. 갯벌이 매립되고 지금은 해안도로가 나있다.>

 

<매립되기 전 송도유원지와 아암도. 아암도에 이르는 돌다리를 따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암도는 특히 해질 무렵 젊은 연인들이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밤늦게 물이 빠지고 나면 통금에 걸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오후 늦게 연인을 데리고 아암도를 찾는 음흉한 이들도 있었는데ㅎㅎ 이들의 연예담은 술자리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아암도는 인천 사람과 송도유원지, 그리고 바다와 갯벌을 하나로 묶어주는 애향의 상징이었다.

 

이렇듯 바닷물을 만질 수 있고 갯벌에 뛰어다니는 망둥어와 게를 볼 수 있어 인천인들에게 사랑을 받던 아암도는 송도유원지 공유수면 매립공사로 인해 섬 아님 섬으로 남았다.

당시 송도일대는 3개 지구로 나누어 56만4천평을 매립했다. 1989년 아암도 앞 갯벌까지 송도 3지구 매립공사가 마무리 되면서 해안선으로 돌출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1994년 7월 개통된 해안도로가 시원스럽게 지나가게 되었다.

 

아암도는 90년대 중반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개방되었다가 수개월만에 폐쇄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1995년 3월에는 인천시와 군부대가 용현갯골수로에서 아암도에 이르는 구간에 설치된 군철책선을 철거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6월 아암도를 중심으로 4백여m 구간의 철책선을 철거하였다.
 

당시 인천시는 하와이 와이키키형 관광위락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아암도 일대에 모래를 부어 인공백사장을 꾸미기도 하였으나 모레는 바닷물에 휩쓸려가고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 되었다.

 

 

철책이 철거된 뒤 행정기관의 관리소홀로 아암도에는 수많은 노점상이 난립, 이권을 둘러싸고 폭력사고가 끊이질 않자 인천시는 11월 24일 노점상 철거작업을 하였는데, 노점상인들이 돌과 화염병으로 저항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한때는 인천시 출자법인인 인천도서관광(주)이 3억6천500만원에 아암도를 개인에게 팔았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사들였던 적도 있었다. 이후 친수공간을 목말라하는 인천시민들을 위해 2000년 4월 다시 개방하여 번개휴양구간 1천241m로 아암도에 친수계단과 벤취, 음수대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였다.
 

이후 아암도 해안공원으로 인천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송도신도시가 생겨 바다의 느낌이 상쇄되었지만, 한때는 인천의 바다 위에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아암도... 아마도 많은 인천인들의 추억 속의 아암도의 멋진 낙조는 아름답게 기억될듯 싶다.


갯벌 위의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와 함께 아름다운 낙조를 담을 수 있는 좋은 일몰 포인트로도 많은 사진가들의 인기를 끌지 않을까? ^^

 


*참고자료

<경향신문>
<격동한세기 인천이야기>
<조우성의 인천이야기 10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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