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를 위한 엄마의 선택” <잡식가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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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먹거리를 위한 엄마의 선택” <잡식가족의 딜레마>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겸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5.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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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24.
 
 

일본의 비윤리적인 돌고래 포획방식이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에 의해 간접적으로나마 제동에 걸렸다. 200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영화 <더 코브(The Cove)>로도 알려진 일본의 무분별한 돌고래 포획과 잔인한 돌고래 사냥은 세계동물보호협회나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사항이다.

한국은 정부 차원이나 민간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독도, 위안부, 역사 왜곡 문제 등 일본과는 더 심각한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은 3만년 전부터 '인간의 친구'였다는 개의 식용문제가 수시로 국제사회에 이슈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접하고, 정을 쌓고 나서 그 도살장면을 보면 보통은 몇 일 혹은 심하면 남은 인생 동안 해당 육류를 먹지 못한다고들 하니, 동물과 고기 사이에는 뭔가 묘한 도덕성과 윤리성이 작용하는 건 자명하다.

소, 돼지, 닭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먹거리이다. 사실 육식을 자주 하는 편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이 출몰할 때마다 육식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매일 채소와 생선만 먹기도 어려울 뿐더러, 방사능 오염 등을 생각하면 정말 먹을게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육식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옳은 먹거리를 주고 싶은 감독은 남편의 저항에도, 부부싸움을 무릅쓰고 아들과 함께 육식을 거부하는 아주 많이 불편한 용기를 낸다. 물론 어린 아들은 엄마에 이끌리고 설득 당하는 쪽이다. 동물원 동물들과 야생 동물들의 아픔을 다루었던 2001년 <작별>, 2006년 <어느 날 그 길에서>의 감독은 그 영화들을 통해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최고의 동반자이자 야생 동물 전문 수의사인 남편과 이번 작품에서는 수시로 부딪치고 싸운다. 길들여진 남자에게 육식은 담배보다 더 끊기 힘든 일종의 중독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러한 과정을 모두 보여주고, 자기 주장의 지나친 강조 대신 가능성을 묻고 타진한다. 이 모든 내용과 상황을 축약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제목은 근래 한국영화 중 최고의 제목이다.

우리의 식습관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은 5월23일(토) 오후4시 상영 후 황윤 감독과의 대화까지 이어지는 <제7회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토크 2015>에서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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