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바다의 도시인가요? - 문화도시 인천을 상상하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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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바다의 도시인가요? - 문화도시 인천을 상상하며①
  • 류이
  • 승인 2015.06.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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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칼럼] 류이 / 미디어교육연구소 이사장

강화 남단에서 바라본 인천앞바다.  인천의 바다는 항구 등으로 막혀있어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인천은 바다의 도시인가요? 아닙니다. 꽉 막혀 있습니다. 나는 바다가 그리워서 인천에 오자마자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연안부두는 부두이지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인천항은 모조리 막혀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항구가 아닌 것이지요. 항구도시라고 합니다만, 실상은 항구에 막혀버린 도시인 것이지요. 자가용으로 혹은 전철로 인천대교를 건너서야 영종도로 들어가서 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배를 타고 섬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야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천은 주안공단 부평공단으로 이름을 날렸던 산업도시인가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공단이 쇠락하여 그 존재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때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수많은 활동가들이 몰려들었던 인천이 노동정치의 중심이 되었습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 많던 활동가들이 다들 서울로 복귀한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인천은 개항의 도시인가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개항장이 상징하는 국제도시의 면모가 살아남아 있거나 발전해 왔습니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이 있지만 이름만 인천공항이지 사실은 서울공항, 서울을 위한 공항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객들이 인천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속철을 타고 바로 서울로 날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인천에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오랜 역사를 가진 원인천은 녹지도 부족하고 쾌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문화예술은 볼 만 합니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인천시는 국제도시를 내세우고 싶어합니다. 개항의 도시, 공항의 도시이므로 누구나 그럴 수 있겠다고 얼핏 생각합니다만 금새 허탈해집니다. 무늬만 국제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기 때문입니다. 국제도시다운 문화라는 게 거의 없지 않습니까?
 
거대도시 인천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토건족들이 개발주의와 건축 기술을 앞세워서 마천루와 신도시를 만들고 산지사방으로 고속도로를 뚫어 산허리를 자르고 우리 마을과 작은 도시들을 먹어치웠기 때문입니다. 영종도, 송도, 청라에서 국제도시는 도시개발의 명분이었을 뿐입니다. 진실로 한국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들이 융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나 다 그렇지만, 일제와 그들의 뒤를 이은 식민지 토건세력들이 도시를 망가뜨려왔습니다. 인천은 그 정도가 더 심할 뿐입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인천을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거대도시 인천이 어떠한 도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인천이 여러 가지 수준과 특성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면, 그 무엇보다 먼저 ‘문화도시 인천’을 키워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깊어집니다.
 
인천이야말로 개항 이래 식민지문화의 첨병이었던 자기 역사와 그 결과로서의 현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도시입니다. 인천의 미래와 대안을 찾는 것은 그 과정에서 시민 모두가 함께 상상해야 할 과제입니다. 특히 역대 시장들의 식민지주의적 개발 전략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부터라도 하루바삐 식민지 문화를 끝내야 합니다. 인천이 나아갈 길은 그 시점에서라야 온전히 드러날 테니까요. 우리가 인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시 되돌아보고 있는 원인천학도 오늘의 인천을 성찰하기 위한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옛 이야기를 찾는 것, 뿌리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는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몸과 정신은 식민 문화와 개발 논리에 젖어 있는데 옛 이야기며 뿌리를 찾아본들 무에 소용이 있겠습니까?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지금 여기의 문제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 현실과 대안의 실마리로 연결될 때라야 옛 전통과 뿌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작은 계기라도 마련해줄 것입니다.
 
식민주의는 스스로 다양한 변이체들로 유사 식민지 사람들에 의해서 복제됩니다. 그것을 버리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일 것입니다. 일제 식민지 36년 세월 동안 어느 틈에 내 속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방 7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식민주의 문화를 청산하지 못하고 개발주의, 문화 사대주의, 황금만능주의와 같은 더욱 기괴한 형태의 변이체로 번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컨대 많은 분들이 개항기에 외국 문물을 빨리 들여온 인천의 특징과 소재를 근대의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식민주의 문물을 근대 인천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그것을 세계화 혹은 국제주의로 치장하여 우리 눈을 흐리게 만들며, 다시 신도시를 만드는 것을 도시개발의 지상과제로 떠받드는 것이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개항기의 역사 문물을 기념하되 그것을 성찰하는 계기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이미 내 속에 들어와 있는 식민주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비판과 재창조의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전혀 다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구로 막혀 숨통이 졸리는 도시의 숨길을 어떻게 틔우고 바다의 도시로 재건할 것인지, 시민의 삶터로서의 바다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콘크리트 빌딩과 아파트로 뒤덮힌 사생아 도시가 아니라 개항지와 근대 골목문화가 살아 있으되 한옥마을과 어우러져 되살아나는 생태적인 현대 한국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뿌리부터 다른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그 출발 지점에서 우리는 문화도시 인천을 화두로 들고 인천을 다시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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