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혁명과 미디어무브 - 교육혁신지구를 상상하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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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혁명과 미디어무브 - 교육혁신지구를 상상하며 1
  • 류이
  • 승인 2015.08.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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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류이/미디어교육연구소 이사장

교실붕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말썽을 피우거나 크게 떠드는 게 다반사라고 합니다. 수업이 듣기 싫어서 잠자는 학생들이 만연합니다. 일반고의 경우 반의 2/3가 잔다고 합니다. 깨어 있는 아이들이 한 반에 5명 정도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특목고 실업고로 다 빠지고 공부할 의지가 없는 학생들이 다수라고 합니다. 고등학생이니까 점잖아져서 수업을 방해하지는 않고 차라리 잠을 자는 것이지요.
 
 
자기 삶과 학습의 주인공으로 서 있는 학습자들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아이와 교사가 말다툼을 합니다.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 때문이랍니다. 중학교 교실은 더합니다. 한 마디로 ‘전쟁’입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수업을 못한다고들 합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있어라고 하면? 남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대놓고 무시합니다. 그것 때문에 싸우다가 힘들어서 명예퇴직을 한 교사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크게 떠드는 아이에게 가서 달라고 했는데, 대드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욕설을 한 것입니다. 욕하는 소리를 듣고 교사가 물었습니다. “나한테 그랬어?” 학생이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그래, 너한테 그랬다.” 그 사건 이후 고민하던 50대 여성 교사가 눈물을 흘리며 명예퇴직을 했다고 합니다.
 
교실붕괴는 한 마디로 학생의 반란과 교사의 혼돈입니다. 이미 자기 삶과 학습의 주인공으로 서 있는 학습자와 그 학습자를 억압하는 교육체제의 뒤틀림과 갈등의 표현입니다. 학습자를 억압하는 학교를 바꾸고자 하는 혁신학교운동이 요청되는 배경입니다.
 
학교의 위기, 교실의 붕괴라는 표현으로 학교를 걱정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사람 냄새 풍기는 따뜻한 공동체이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해맑게 인사하는 얼굴들, 스승의 날만 되면 우르르 찾아오는 졸업생들, 제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봐준다고 눈이 다 빨개진 선생님들. (문창민, 부산 강서고 교사)
 
그렇습니다. 학교는 여전히 ‘따뜻한 공동체’입니다. 이 ‘따뜻한 공동체’가 혁신학교운동을 성공으로 이끌 것입니다.
 
 
학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디어무브
 
미디어무브의 영향으로 학습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온고이지신이었습니다. 농사짓는 법을 부모와 조상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오랜 경험을 쌓아 지혜로운 어른으로부터 배웠습니다. 과거로부터 배웠던 것이지요. 근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에게 배웠습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교육이었습니다. 1970년대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10년 전의 노트를 가지고 우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지요. 격동의 세월이었지만 그래도 따라갈 만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재로부터 배워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변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정보화혁명 혹은 지식혁명이라고도 불리웠구요, 지금은 스마트혁명으로 유비쿼터스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2014년 초등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활동할 2030년대는 어떨까요?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2030년대로부터 미래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미 미디어로부터 배웁니다.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요. 교실에 가둬놓고 미래와는 거리가 있는 현재의 교과서를 주입식 암기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야말로 미래가 없는 일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실 이제까지는 e-러닝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은 주어졌지만 그것을 이끌어갈 동력이 부족하고 그것이 실현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건과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유비쿼터스 혁명과 미디어무브로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교사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작업은 거의 대부분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사와 똑같이 학생들도 모든 강의와 학습, 창조체험 놀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앱의 플랫폼을 하나씩 갖고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교사 여러분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바로 그것, 그것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입니다.
 
스마트폰은 학생들에게 통신과 게임과 오락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습의 강력한 도구이자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교사 여러분이 컴퓨터 쓰는 법, OA를 하나하나 배웠듯이 그렇게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전혀 없는 수퍼 컴퓨터가 스마트폰입니다. 우리 어른들 보다 아이들이 더 변화에 가까이 있지요. 영상미디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언어이니까요. 우리 어른들은 영상을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아이패드도 쓰기가 어렵습니다. 디지털과 친숙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나 교사 여러분들은 아이들보다 서투르지요. 아이들은 그야말로 스마트폰으로 ‘놀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산적인 창조체험 ‘놀래’가 아니라 소비적인 오락으로 ‘놀래’를 해서 문제인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교육개혁의 두 가지 주요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탈근대의 핵심 과제인 학습자혁명을 이루어내지 못한 채 교실붕괴를 맞이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미디어무브 대전환의 시대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디어무브 시대의 학습자혁명을 이루어내야 하는 중첩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학생 스스로가 배움의 주인공으로 서느냐 못 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학생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전체의 문제, 교육계 전체의 문제, 학부모 전체의 문제,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지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학교가 교사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생 스스로를 창조체험 놀래의 주인공으로 세워주시기만 하면 놀라운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 필자는 2014년 10월 15일 인천시교육청과 인천남구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미디어시티포럼 [혁신학교와 미디어 창조체험] 학술 세미나에서 ‘혁신교육지구’를 제안하는 기조발제를 했다. 그 기조발제를 고쳐서 정리한 글을 세 번에 나눠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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