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무원, "시장 눈과 귀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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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공무원, "시장 눈과 귀 막나?"
  • 이병기
  • 승인 2010.07.18 2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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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지체 이유, '시장 입맛 맞춰 보고'


2층에서 바라본 구월농산물시장 건물 내부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시 공무원들이 신임 송영길 시장의 입맛에 맞춘 '짜맞추기식 업무보고'로 시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어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남동구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이전과 관련해 인천시 경제통상국 농식품유통과는 최근 업무보고에서 사업추진의 문제점으로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들어 공사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정작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이 늦어지는 원인은 지난 2009년 5월 기존 예정지였던 남동구 남촌동 510번지에서 남촌동 177-1번지 일원으로 부지가 변경되면서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 공무원들은 송영길 시장이 인천시 부채를 강조하다 보니 다른 이유로 농산물시장 이전이 늦어지고 있는데도 시장 입맛에 맞춘 '돈 부족'을 핑계로 허위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05년 인천시의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건립 기본구상' 수립 이후 목이 빠지게 이전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농산물 시장 상인들은 5년째 불편을 겪고 있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을 담당하는 농식품유통과는 지난 7일 열린 업무보고에서 "2003년 이후 도매시장 이전건설 국비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국·시비 재원조달이 어려워 도시개발공사에서 대행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해 PF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전체 공사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보고했다.

이어 대책으로는 "현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감정평가액 만큼 이전 도매시장을 건립하되, 시행하지 못하는 부분은 준공 후 연차별 추진계획에 의해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시는 현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에 대해 공시지가 기준 1m²당 약 507만원(평당 약 1670만원)을 책정해 총 면적 6만810m²를 매각할 경우 3084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촌동 177-1번지 일원에 부지 28만5200m², 연면적 23만8017m² 규모로 경매장과 중도매인 점포, 물류시설, 직판시설 등을 건설할 경우 4194억원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부족한 1천억원에 해당하는 개발은 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시의 '핑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발전협의회(상인회) 관계자는 "인천시는 1천억원이 부족해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부지 감정가가 공시지가로 책정돼 충분히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며 "현 부지의 개발비용으로 큰 추가비용 없이 이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상수 전 시장이 경제특구 등 보기 좋은 곳들만 신경써 개발하다 보니 지난 8년 간 시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는 등 시민들의 애환은 챙기지 않았다"며 "선거에만 집중해 정치적인 이유로 이전을 미룬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이 늦어지는 이유는 농수산물시장 부지가 변경되면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보고서에 재정적인 면을 포함시킨 것은 송영길 시장이 부채를 강조하다 보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농산물도매시장 이전에 관한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 이전을 위해서는 해당 부지에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기존 남촌동 510번지에 대한 용역 결과를 부지가 전혀 다른 177-1번지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6년 9월 '2020수도권 광역도시 기본계획안에 농산물시장 이전이 반영된 이후 3년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2009년 갑자기 부지를 변경하게 된 이유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는 당시 "남촌동 510번지의 경우 토지 형태가 부정형이고, 호구포길에서 둘로 나눠지는 등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며 "지하차도와 지하통로 신설, 송전탑 지중화 등의 건설에 따른 사업비 추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이전 근거를 제시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부지는 국토해양부에서 지정했지만, 2008년 말 자치단체장이 부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며 "여러가지 조건을 검토해 부지를 이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부지(510번지)에 관계된 인사가 "이전하지 않을 경우 내년 선거에서 낙선시키겠다"며 안상수 전 시장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1994년 1월 개장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현재 인천과 경기서남부 지역을 책임지는 시장으로 발전했으나, 작은 면적과 시설 부족으로 유통기능과 인프라 구축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출하 농업인들과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등 경제수도를 지향하는 인천시의 위상과 비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이전을 통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고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며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출하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조속한 이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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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10-08-18 08:54:47
시장이 무치인가? 시장이 듣고자 하는데 공무원이 말을 안할 리가 없지.
송영길 시장이 귀가 확실히 뚫려 있는지 먼저 점검할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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