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고 구단’ vs 인천 ‘애증 구단’ 가을야구 첫 대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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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고 구단’ vs 인천 ‘애증 구단’ 가을야구 첫 대결, 결과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0.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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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SK-넥센 서울 목동서 결전... 인천 야구팬들 “묘한 기분”

SK의 에이스 투수 김광현(사진 왼쪽)과 넥센의 4번 타자 박병호.
 
천신만고 끝에 인천 연고 야구 구단인 SK와이번스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넥센 히어로즈다. 인천 팬들에게 애증을 남긴 구단의 흔적이 남아있는 넥센과의 대결에 인천 야구팬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SK는 지난 3일 NC 다이노스와의 접전 끝에 4:3으로 신승하면서 올해 정규 시즌을 마쳤다. NC와의 승리를 통해 한화를 가을야구서 탈락시키킨 했지만 SK를 턱밑까지 추격하던 KIA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4일과 5일 맞붙은 KIA-두산 경기에서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했던 두산이 KIA로부터 두 게임을 모두 잡아내며 결국 KIA도 가을야구서 탈락했다. 두산이 SK에게 큰 선물을 준 셈.
 
SK는 7일부터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두산이 기다리고 있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꾀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올해 처음 실시되는 와일드카드전은 4위 팀이 먼저 1승을 공짜로 얻고 출발하는 제도. SK가 만약 넥센과의 7일 경기서 비기거나 지면 무조건 탈락이다. 때문에 SK는 일찌감치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준비시켜 놓고 있다. 조금 더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넥센도 다를 건 없다. 첫 대결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빨리 끝내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넥센의 에이스 용병인 15승 투수 앤디 밴 헤켄을 선발로 준비시키고 있다. 결국 양측이 첫 경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
 
대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넥센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천 야구팬들에게는 밝지 못한 예상. 양팀의 상대 전적이 8승 7패 1무(넥센이 근소히 우위)로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 1패를 SK가 떠안은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 와일드카드전의 특징이다 보니 비슷한 상대전적과 비교 열세의 전력을 가진 SK가 넥센을 상대로 원정 구장 경기 두 번을 내리 이기기는 쉽지 않다. 실제 도박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몬테카를로 기법에 따라 이 둘을 시뮬레이션시킨 결과 SK의 2연승 확률이 16.4%로 나타났다. 또 넥센과의 정규리그 승차가 무려 8.5게임이나 된다는 것은 전력이 확실히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LG에서 트레이드해온 정의윤의 깜짝 활약이 없었다면 가을야구는 확실히 못 했을 거라는 의견도 많다.
 
김용희 SK 감독은 일단 “5일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넥센과의 상대전적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는 등 최상의 전력을 꾸려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을 야구를 길게 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런 내용 말고도 SK-넥센전이 인천 야구 팬들에게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넥센이 SK가 구단 출범하기 전까지 인천에 연고를 두고 있던 구 현대 유니콘스를 사실상 전신으로 하는 구단이라는 점이다. 물론 넥센이 한화나 KIA처럼 이전 구단으로부터 ‘승계’를 받은 것이 아닌, ‘기존 구단 해체 후 창단’의 의미로 출범된 구단이니만큼 이전 현대의 기록을 승계하지는 않지만, 현대 시절의 선수들이 그대로 넥센(당시 우리 히어로즈) 소속으로 들어갔었다. 인천 출신의 명 투수 김수경을 비롯해 “나는 서울 출신이지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던 이숭용(현 kt위즈 코치) 등은 바로 넥센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한 경우였고 그 때문에 인천의 일부 야구 팬들에게도 애정(혹은 애증)이 남아 있는 구단이다.
 

해체 전 현대 유니콘스의 모습.
 
인천을 연고로 하던 당시 현대가 연고를 버리고 서울 진입을 시도하며 인천 팬들에게 공분을 사고 이후 SK가 본디 서울 진입을 노리려 했으나 KBO의 권유로 인천 연고 구단이 된 일련의 과정은 인천 야구팬들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실제 당시 SK의 선수들은 인천 팬들에게 그렇게 큰 응원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대부분의 인천 출신 선수들이 당시 현대에 있었고 SK의 주축 선수들은 전북 전주를 연고로 했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선수들을 주축으로 ‘해체 후 창단’ 식으로 출범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인천 야구팬들은 당시 ‘미스터 인천’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던 김경기 선수만은 인천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김경기와 조웅천 등이 인천으로 돌아와 SK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현재까지 SK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열린 SK와 현대의 한국시리즈는 SK가 인천 연고의 ‘대시민 서포트’를 잘 받지 못했던 분위기를 가장 잘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현 kt의 조범현 감독이 SK을 이끌 당시, 김재박 감독이 지휘하던 현대와 최종 7차전까지 간 끝에 석패했을 당시에도, 인천의 야구팬들은 기호에 따라 SK와 현대를 나눠 응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현대에는 당대 최고의 유격수인 박진만을 비롯해 정민태와 이숭용, 김수경 등 인천이 사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10년이 넘게 지난 현 시점에서 격돌하게 된 이 와일드카드전에 대해 인천시민들 역시 적지 않은 수가 묘하다는 반응이다. 남구 시민 이모씨(42)는 “현대가 비록 연고를 버리고 도망가 미운 마음이 들면서도 지난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인천 출신 선수들이 많이 있는 현대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 그런 분위기는 상당히 희석됐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인천 야구팬들은 과거 인천 연고 구단이 아예 없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음을 알고 있고, 그 원인 제공을 한 구단이 다른 형태로 오랜만에 다시 SK와 맞붙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다소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한 향수가 없는 젊은 인천 야구팬들은 무조건적으로 SK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스스로를 SK의 열혈 팬이라 밝힌 중구 시민 임모씨(23)는 “대학교 조별과제까지 외면하고 목동에 응원하러 가기로 했다”면서 “아버지에게 옛날 현대와 SK에 대한 이야길 전해 듣긴 했지만 옛날 이야기고 지금은 엄연히 SK가 어엿한 인천의 연고 구단이니 인천 시민이 SK를 응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SK는 이만수 전 감독 시절이었던 2013년부터 2년 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3년 만에 가을바람을 맞으며 토너먼트 경기를 하는 SK가 김용희 감독의 바람대로 길게 여러 경기를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지, 아니면 달랑 한 경기만 하고 일찌감치 접을 것인지는 7일 목동구장의 결과에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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