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조적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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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적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
  • 박은혜
  • 승인 2015.10.1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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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언 시인' 첫 시집 도끼발」발간,19일 출간


인천 출신 신인작가 김시언 시인(본명 김영숙, 인천in 객원기자)의 첫 책이 나왔다.
곰팡이 슨 반지하방, 아파트 게시판의 광고지, 대형할인마트 풍경, 나이든 노인, 어깨짐을 가득 진 가장, 인턴과 비정규직 등 시대를 투영한 현실적인 시가 담겼다.
서글픈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시로 녹여냈다.  읽다보면 깔깔 웃음이 나오는 표현이 가득하다.

누군가 사 온 주스 한 상자를 들고
경리 아가씨가 사무실을 한 바퀴 돈다
사과 오렌지 딸기 포도, 뭐 드실래요?
경리 아가씨가 상자를 들이밀자
여자는 잡히는 대로 집고서 지갑을 찾는다
경리 아가씨가 옆사람한테 갔길래 망정이지
얼마에요, 값을 치를 뻔 했다
복사해도 되나 물은 먹어도 되나  혹시 몰아서 내나
비정규직 여자는 골똘히 생각하면서
주스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연다,

- 「골똘하다」부분

아파트 게시판에 오징어가 붙어 있다
외면하면서 흘낏거린다
며칠 지나도록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채
전화번호 달린 다리 펄럭인다
.......
아무도 손대지 않은 다리를 슬쩍 떼어 낸다
주머니 속엔 다리가 우글우글
오징어가 불에 덴 듯
남은 다리를 또르르 말아 올린다

-「심해 오징어」 부분


문혜원(문학평론가)

김시언의 시는 80년대 민중시의 관념적 낙관론에서부터 암담한 신자유주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까지 걸쳐져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의 벽 앞에서 「반지하 등고선」, 「도끼발」과 같은 시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어쩌면 관념적이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등단작의 모범성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들을 계속함으로써 발전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을 꾸준히 스케치하고 있는 시들은 아직 미완이지만 그녀의 시가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시언 시인

1963년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독문과 졸업.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독어교육학과 수료.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e-mail : ich2182@hanmail.net

시인의 말

들판을 걸어야겠다.

바람 부는 날이면 더 좋겠다.
눅눅하고 서늘한 들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바람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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