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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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려면…
  • 이혜정
  • 승인 2010.07.18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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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어 '대안경제체제' 구축에 정책목표 둬야


지난 5일 인천의 사회적 기업가 18명이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꼭 활성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일반 기업보다 높은 비정규직 비중, 정부인증 3년을 맞으며 돌아오는 해고의 압력.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버는 기업'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문제다.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은 아직도 '넘지 못할 산'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는 '희망'도 갖게 하는 게 사실이다. 

'걸음마' 단계인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문제를 고용노동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자.

첫째, 노동자의 어려움이다. 사회적 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의 65%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1인당 임금도 월평균 90여만원 수준으로 매우 낮다.

사회적 기업의 고용불안은 정부 인건비 지원 정책 탓이다.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한 기업에 3년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그것도 1년마다 재심사를 거쳐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니 사회적 기업 입장에서는 1년 미만의 비정규직으로 고용계약을 맺게 되고, 지원이 끊기면 많은 종사자들이 다시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둘째, 경영자의 어려움이다. 인증 사회적 기업의 연평균 총수입은 9억1천만원인데, 이 가운데 매출액은 6억6천만원, 정부 지원금이 2억5천만원이다. 정부 지원금이 수입의 28%를 차지한다. 장애인, 보육, 교육 등 공공성 높은 분야는 지원금 비중이 더 높다. 전체 수입의 30% 가까이가 1년 뒤를 보장받지 못하는 한시적인 것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도 단기 성과에 초조하게 매달리게 된다.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활동을 펼칠 의지도 여력도 매우 작아지게 마련이다.

셋째, 창출하는 가치의 어려움이다. 현재 사회적 기업 성과는 단순히 일자리 개수와 매출만으로 재단된다. 교육, 보육,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나, 이런 사회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 또 사회적 기업이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기업 스스로도 재정 자립 압박 탓에,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집계해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최근 사회적 기업이 영리 기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영리 대기업 상당수는 최근 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성과를 정의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그럼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사회적 기업을 보는 독자적 틀을 갖는 정책 주체로 자리잡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그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발굴, 육성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나서면 결국 천편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일자리 개수와 재무적 자립이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자체가 독자적 정책 틀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책 주체뿐 아니라 정책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 개별 사회적 기업 직접 지원을 통한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는 현 정책 방향은 재검토해야 한다.

일단 '자립'을 좀더 폭넓게 정의하고, 시장과 상충되는 사회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재무적 자립만 강조하면, 사회적 기업들이 정작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인력과 사업을 줄이게 된다. 

또 개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자립시키는 대신,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대안적 경제환경, 즉 사회적 경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목표를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생산 시스템을 강화하고, 윤리적 구매활동을 촉진해 고객을 만들어 주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를 육성해야 한다.

정책 당국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성과 제고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비전과 목표를 재점검하고,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통해 달성한 사회적 성과를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소득과 복지가 주민에게 돌아가는 지역순환형 지역경제 활성화 방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회적 기업을 봐야 하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지난 7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사회적 기업 한마당' 행사가 펼쳐졌다.


이런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려는 인천의 경우를 보자.  

인천시는 사회적 기업에 행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가 지난해 12월 '사회적 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에도, 지원예산이 전혀 잡혀 있지 않아 사회적 기업 육성과 활성화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예비·인증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공모를 통해 27개 중 24개 예비·인증 사회적 기업을 최종 선정해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추진한 이 사업은 기존 인건비 지원 이외에 사업에 필요한 기술개발, 연구용역비, 상품과 서비스 개발, 신규 사업진출 등 다각적인 비용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의 내실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이 사업비는 인건비, 퇴직적립금, 근로자 복지 비용 등 사업개발비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업개발비 지원 사업은 올해 7월~12월까지 진행된다. 최대 지원금액을 보면 인증 사회적 기업은 7천만원, 예비·신규 사회적 기업은 3천만원까지다.

시는 24개 예비·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지역 내 수요가 있고 자립 기반형성이 가능하며, 높은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했다.

자체적으로 사업개발비를 공모한 계양구는 4곳 중 예비 사회적 기업 2곳과 비영리단체 1곳을 선정했고, 부평구에서는 2곳 중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1곳을 선정했다. 계양구는 총 2천500만 원, 부평구는 총 1천280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하윤기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부장은 "올해 사회적 기업 관련 예산 편성 당시, 지난해 지원받은 1억 원조차 잡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이번 노동부 사업 진행으로 3천300만원의 예산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사업비는 노동부에서 교부받은 보조금 80%와 지자체의 지방비 20%를 연계하고, 공모절차를 통해 사업수행기관 선정과 지원을 지자체에서 추진했다. 이는 인천시가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이 아니라 노동부 사업에 떠밀려 지원한 격이다.

김용한 청소사랑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이윤창출이 아닌 사회적인 목적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며 "사회적 기업이 양과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에 전담부서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해 시장판로개척, 전문고용인력 지원 등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여기에 사회서비스의 성격이 강한 돌봄 관련 사회적 기업들은 더 어려움을 격고 있다.

황현주 다사랑간병서비스 센터장 은 "간병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후 발생하는 모든 수익이 간병사들의 인건비로 바로 지급되고 있다"며 "이윤 창출을 전혀 할 수 없는데도 매출에 대한 부가세로 인해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 서비스 관련 사회적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나마 올해 경인지방노동청이 사회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한 유급 근로자의 4대보험료를 지원해주고 있어 부담감을 덜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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