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주민 뜻에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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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주민 뜻에 따르겠다"
  • 이병기
  • 승인 2010.07.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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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계양을 보궐선거 릴레이 인터뷰] 이상권 후보


취재: 이병기 기자

'인간적인 면을 지닌 강직한 검사'.

주위에서 이상권(55) 한나라당 후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천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이 후보는 첫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검사' 출신이라면 냉정한 모습을 기대할 법도 하건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의 눈물 속에서 검사의 강직함도 배어나오고 있었다. 

7.28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상권 후보는 "주민들을 부모 섬기는 심정으로 낮은 자세로 섬기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듬어 안겠다"라고 다짐했다.

1987년 영덕지청 대구지검에 근무할 때였다. 중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동네 만화가게 아주머니를 목 졸라 죽이려다 실패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울진 읍내에 나가 따로 살면서 주방장 일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주문진에서 다른 남자와 살았다. 아이는 1주일에 한 번 아버지가 찾아올 때를 제외하고는 초등학생 동생을 돌보며 지냈다. 그러던 차에 동네 만화가게를 다니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엄마'를 느끼며 정을 붙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집집마다 창문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 있고 길가에는 캐롤이 흘러나왔다. 그날도 아이는 만화가게를 찾아갔다. 아주머니는 아이가 추울까봐 방으로 데려와 무릎 위에 앉히고 이불로 등을 덮어줬다. 갑자기 눈물이 날 정도로 모정을 느낀 아이는 자신과 동생을 버리고 떠난 엄마 생각이 났다. "너 같은 엄마는 죽어야 해." 감정이 복받친 아이는 아주머니가 두르고 있던 목도리로 목을 졸랐다.

"사건을 조사해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반장도 하고 공부도 잘하는 착한 아이였어요. 지청장에게 '풀어줘야겠다'고 말했죠. 기소유예로 풀려나기 전 아이가 스스로 반성문을 써왔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검사님 같은 검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사법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 아이의 이름이 있나 꼭 확인합니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생각나죠."

그의 아버지는 건국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은 무소불위였다. 돈은 어디서든 생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는 업소를 단속하는 노른자위 '위생계'에 근무했다. 그러나 그의 집은 풍족하지 못했다.

한 번은 집에 쌀이 떨어져 어떤 이가 가져온 보리쌀로 밥상을 차렸다.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밥상을 엎고 당장 쌀을 돌려보냈다. 그때는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의 인생을 굳건하고 강직하게 만들어준 밑거름이 됐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 주민 뜻 따르겠다

"이번 선거는 지난 17대, 18대 총선과 다릅니다. 지역에서 보낸 8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당원이 아니더라도 동네사람들과 소주 한 잔 나누고, 만나면 자연스레 눈인사를 합니다. 어떤 식당에 가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큰 힘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권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무소속이나 다른 야권에서 출마하지 않더라도 오차범위 안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동네서 부대끼며 산 사람에겐 기반이 다르다"며 "총선이라면 '바람'이나 정당 대 정당 싸움으로 휩쓸릴 수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보궐선거에서는 기반이 탄탄한 사람이 유리하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노오지 JC의 IC화 ▲광역버스와 순환버스 확대 ▲국립보훈병원과 대학병원 유치 ▲계양교육청 신설 ▲서민정책 확대 ▲OBS 방송국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계양구의 중요 이슈 중 하나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논란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에 찬성하지 않는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지역의 중요 표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상권 후보는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이나 지방세 수입 등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적 효과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주민의 70% 가까이가 환경보존 의식으로 변해 주민들 뜻에 반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일은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것과도 배치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양산 골프장 최종 허가단계를 남겨놓고 칼자루를 쥔 계양구청장과 인천시장이 불허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이슈가 아니라 일단락된 현안이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하는 이상권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권 후보의 선거운동은 요란하지 않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는 6.2 지방선거 한나라당 인천 참패의 여파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선거운동 전략도 '낮은 자세로 주민들의 뜻을 받들겠다'라고 정했다.

"한나라당이 정말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로 다가간다면 다시 인천에서 사랑받는 정당으로 태어날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잘못은 용서하고 제 손을 잡아줄 것을 간절히 부탁합니다. 변화한 당의 모습을 위해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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