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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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
  • 진달래 기자
  • 승인 2016.01.11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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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이 트인다>,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출간기념회 열려
<단상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녹색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4인(왼쪽부터 신지예, 이계삼, 김주온, 황윤)과 사회자 김조광수 감독.>


"저는 엄마이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제 아들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재앙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주를 탐색해서 또 다른 지구를 찾는 무모한 상상을 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유일한 서식지를 돌보고 아끼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 녹색당 20대 총선 비례대표국회의원 1번 황 윤 후보의 출마선언문 중에서


8일 오후 7시, 인천YWCA 7층 강당에서 "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책 발간 기념회 겸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책은 국내 정당 중 가장 먼저 제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당내 경선을 마친 녹색당에서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들과 당 대표진 등의 글을 모아 엮어 출간한 책이다. 즉, 이번 북콘서트는 총선을 앞둔 녹색당의 '출마 선언회'이기도 하다.

이날 북콘서트장에는 이름에 맞게 우쿨렐레와 노래 연주가 함께했으며, 인천에서 녹색당을 지지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시민 50여명이 모여 질문과 대답을 나누었다.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이번 북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김조광수 감독은 "나는 인천에서 상당히 오래 살았는데, 인천은 명절 때 총학생회에서 따로 준비해서 고향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억울했다."며, 각자의 인천과의 인연을 묻고 답했다.


'인천의 딸' 신지예 후보, '인천의 사위' 이계삼 후보

황윤 후보는 주로 동물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영화 감독이다. 아들이 태어난 뒤 아들과 함께 돼지가 나고 죽는 과정을 그린 그는 "인천에 매우 자주 오기도 하지만, 저어새를 정말 좋아해서 인천과는 여러모로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온 후보는 비례대표 3번으로,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활동가이자, 이번 총선 피선거권을 겨우 며칠 전에 획득한 최연소 국회의원 후보이기도 하다. "이모할아버지께서 인천에 사셔서 나주에 살던 제가 버스를 타고 올라왔을 때. 인천을 서울이라고 굳게 믿었었다"며, 인천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계삼 후보는 국어 교사로 일하다가 2012년도 밀양 이치우 어르신의 죽음을 계기로 밀양 송전탑 투쟁에 함께하게 됐다. 결혼하고 2년간 서구 신현동에 살았다며 인천과의 인연을 이야기한 그는 자신을 "인천의 사위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신지예 후보는 연극 배우이자, 하자작업장학교를 졸업하고 망원동에서 청년과 지역재생을 위한 '오늘공작소'를 세웠다. 인천의 남동구 만수동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을 인천에서 보내며 "남동경찰서 앞 방방은 언제나 자신의 놀이터였다"고 회상했다.


고 김영삼 전대통령 기록 갈아치울 최연소 후보, 최초의 영화감독 출신 국회의원 후보 

김주온 후보는이번에 당선되면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더 어린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이나 독일 등에서도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은 전부 녹색당 출신이 만들었다. 

황윤 후보는 "현역 영화감독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없다. 되기만 하면 역사의 신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 감독은 2002년도에 녹색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던 이유진 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당시 야생동물 보호 모임을 창립했고 자신도 그 모임에 가입, 현재의 남편을 그 곳에서 만났다. 그가 녹색당에 가입하면서 이번에 비례후보로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후보로 나오게 되었다.


중앙 미디어의 관심 벗어나, 4년 동안 열심히 활동했는데도 사람들은 녹색당을 잘 몰라 

녹색당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임기순환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비례 후보가 1명 당선되면 2명이 임기를 2년씩 나누어서 하고,  100만 표 정도를 받아 3번까지 당선될 경우 4번과 5번 후보도 다른 후보들의 임기를 반씩 나누어 활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상당한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후보들은 여전히 '녹색당'이라는 당명이 잘 알려지지 않아 겪는 고충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신지예 후보는 "할머니에게 녹색당 후보로 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뭔지 모르겠지만 합당해!'라고 말씀하셨다.(웃음)" 

이계삼 후보는 "녹색어머니회와 헷갈려 하는 분들도 많더라"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또한, "전교조 국어교사모임에서 만난 선생님이 '정의당을 지지한다'면서 격려를 해 주셨다"면서, 녹색당의 인지도를 더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온 후보는 "어제 진주에 갔는데 그렇게 많은 경남 지역 분들이 한 곳에 정치 행사를 보러 온 것이 드문 일이라고 들었다." 며, 작년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서명을 주도한 녹색당원들이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명 한 명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고 한다. 설문조사 기관에서 선택지로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우리의 문턱은 높지만,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친한 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들리게 만드는 것 자체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이 구상하는 녹색 정치는 무엇인가

서울 망원동에서 '오늘공작소'를 운영하며 청년들의 마을운동을 진행해온 신 후보는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은 집이나 땅의 소유주들보다는, 그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사람들의 장소다. 녹색당의 정치는 결국 소유자의 정치가 아닌 "빌려쓰는 자들의 정치"인데, 결국 지구를 사람이 소유할 수 없고 살다 죽는 것처럼, 돈이든 공간이든  빌려서 사는 삶이 이자와 집세로 얼룩지지 않고, 똑같이 존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삼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어 밀양에 자주 오지 못하게 되면 밀양 할배, 할매들이 서운해하지는 않느냐는 사회자의 말에 이계삼 씨는 "4년 내내 국회와 한수원의 노하우를 다 배웠기 때문에, 의원이 되면 싸움을 더 잘할 자신이 있다.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이 아니라 녹색당 국회의원으로서 '탈핵과 탈성장'을 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 선본은 탈탈탈 선본이다. 탈핵과 탈송전탑, 그리고 탈시설이라는 뜻"이라며, "장애인 운동 진영과 논의를 통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그동안 생각했던 핵발전소와 송전탑 말고도 우리가 '탈'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탈'운동들을 만들어 각자의 '탈'선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황윤 감독은 "지난 12월 31일,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면서, "동물실험을 한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팔 수도 있는데, 이것까지도 금지가 되었고 굉장히 놀라운 결과다. 유럽이나 북미는 이미 도입되었는데, 한국은 현재 동북아시아 최초다. 그런데 이 법안 발의자가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그렇게 했는데, 녹색당이 국회로 간다면 얼마나 더 많이 일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주온 후보는 "녹색당이 1년간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던 동안에도 국내에서 상당히 많은 담론들이 생겼다. 성남시 청년배당도 기본소득을 모델로 했다고 이야기하시더라. 핀란드에서도 내년까지 제도를 설계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내가 기본소득 운동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이상해했는데, 이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제 진짜 고민하고 설계하고 실험도 해보는, 현실적인 정책이라는 게 알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한겨레>에서는 2016년을 기본소득의 해로 명명했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주목받기 어려웠지만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정책에 관심을 촉구하면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는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앞으로 92일, 멀면서도 짧은 길

김주온 후보는 "90여일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례도 대의원처럼 제비뽑기로 하자는 말까지 할 정도로 우리도 당원의 하나일 뿐이고, 팀으로서 팀플레이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치가 팀플이라는 것을 우리가 보여주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교육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즐겁게 같이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지예 후보는 "녹색당의 이번 총선 목표는 당원 7천5백명이 함께 다같이 국회에 가는 것이다.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녹색당이 선점하고, 봄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득찬 총선 날 녹색당의 이름을 본다면 마음을 모두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위트있으면서도 현실적인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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