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앞둔 야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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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을 앞둔 야권의 선택
  • 박인규
  • 승인 2016.01.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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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20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지금 정치권에 일대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발 탈당과 분당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정국은 여야는 물론 양 진영의 지지유권자들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는 여당의 입장에서는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인 반면,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이합집산의 많은 경험을 한 야당이지만 작금의 사태가 몰고 온 파장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휴유증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민주주의가 확고히 정착된 선진국에 비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이 여전히 불안정하다 못해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은 야당지지 유권자들에는 물론 우리 정치 전반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 지도자들이 항상 주장해 왔던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강자의 일방적인 질주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고 국민들에게 정치불신을 안겨주었던 날치기가 한국 정치사를 얼룩지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여야가 당장의 정치적 편익을 넘어서 만들어낸 국회선진화법이 총선의 결과로 개정이나 폐지의 조건이 되는 여당의 180석 이상의 획득이야 말로 한국정치의 역주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루어지는 정당들의 분당과 탈당이 한국 정당정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당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된 정치선진국들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보면 그다지 놀라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명확한 이념적 분립 속에 양당제나 다당제가 정착된 서구사회와는 달리 현재의 혼란한 야권의 상황이 선거 내내 이어진다면 자칫 한국정치가 보수독점정치의 강화 속에서 급격히 우경화로 치달으며 주변국들과의 마찰이 갈수록 심해지는 일본의 모델로 귀착될까 우려된다.
 
승패가 분명한 싸움은 싸움의 당사자에게도 보는 관객에게도 별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가슴 졸이고 승리를 바라며 원 없이 싸웠을 때 찾아오는 승리의 기쁨은 그 가치가 배가 되는 것이며,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자신과 유권자들 앞에 떳떳하고 다음 선거를 흔쾌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탈당과 분당사태가 야권 전체적으로는 중도의 영역을 보수진영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것이 선거에서 결실을 거두려면 야권이 연대와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125석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도 19대 국회 내내 야당답지 못하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제1야당에 실망하고 등돌린 유권자들에게는 현재의 야당 상황이 차라리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새로운 야권 재편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부에서 갈등과 대립을 수습하지 못할 바에야 탈당과 분당이 무조건 잘 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분열은 곧 패배라는 수많은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이 분열의 길로 들어서서 한쪽은 세 불리기와 창당준비에 열중하고 한쪽은 당명까지 개정하며 이탈을 막고 새로운 인사 영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연대를 논하는 게 당사자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출현이 충분히 현실화 될 수 있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야권지지자들에게 야권연대는 그 어느 선거보다도 절박한 요구로 다가올 수 있다. 걱정과 불만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 속에서 아직은 야당의 분별정립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불신과 무관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당간 혁신경쟁과 새로운 인재영입 못지않게 빛바랜 사진첩에서라도 야권연대의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뿐만 아니라 갈수록 이에 대한 야당지지 유권자들의 요구와 압박이 강해질 것이다.
 
사실 강한 여당에 맞서기 위해서 다수의 야당이 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선거 때마다 형성되는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야권연대가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는 아니지만 적어도 여야의 기울기가 확연히 드러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권자들이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고 견제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의석을 야당에 안겨줘 왔던 것 또한 분명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이어진 2012년 총선 및 2014년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인천에서는 최근 정의당 인천시당이 야권연대판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고, 선거 때마다 야권연대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서로가 팽팽해야 정책적 대결도 불을 뿜을 것이고 유권자들의 참여도 더욱 신바람나게 이루어질 것이다. 절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애초부터 결과가 뻔하다고 판단하는 선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리 만무하니 그 과정에서 여야 간 정책대결은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분열된 야당 간에 물고 뜯는 상황이 된다면 예상된 결과가 현실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거대 여당과 더불어 왜소하고 무력한 야당의 출현은 야권에 불행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여야의 승패를 떠나서 한국정치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야권이 연대하고 협력할 지혜를 찾는 것이 당 수습과 창당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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