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버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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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버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 윤현위
  • 승인 2016.01.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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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故김대중 전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씨의 더민주당 입당 소식을 신문지면을 통해 전해 들었다. 일각에서는 ‘동교동계 뜨끔’이라는 머릿기사를 내기도 했다. 동교동계라 불리는 DJ 곁에서 정치를 해온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 중에 일부가 더민주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김홍걸씨의 입당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이는 더민주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재영입 과정과 전략에서 더민주당의 정통성과 연속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일 수도 있고 본인이 원해서 이루어진 입당일 수도 있다. 통합을 강조했던 DJ의 정신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입당을 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작년과 올해 내내 당내 분열과 탈당사태를 거듭하면서 지지율의 추락을 거듭한 더민주당에 정신적 뿌리의 한축인 DJ의 그림자에 기대는 모습을 우리는 사실 많이 보아왔고 경우에 따라서 필요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아들이 직접 입당을 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더군다나 김홍걸씨는 대통령의 재임시절, 그 유명하고 시끄러웠던 최규선게이트에 연류되어 징역을 선고받은 과거가 있다. 물론 부적절한 금품을 받고 정치원로라는 칭호를 받으며 아직도 뉴스와 신문에 언급되는 권노갑 전의원이나 정대철 전의원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청산의 대상이지 정치인 중에 깨끗하게만 정치한 사람이 누가 있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의 예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처음 김홍걸씨의 입당을 봤을 때, 혹시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서 입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다. 목포의 맹주 박지원 의원이 최근에 더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았는가? 그런 우려가 걱정되었는지 바로 총선불출마의 메시지도 신문지면을 통해서 공개되었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하고도 국회의원을 무사히 마친 후 총선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남동구로 출마선언을 한 문대성의원처럼 말을 뒤집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박지원 의원은 현재 저축은행과 관련해서 재판에 연류되어 진행 중에 있다. 총선전에 최종판결이 날 확률은 적지만 만약 판결이 난다면 등판에 최적기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아직도 87년 대선 당시 DJ가 단일화를 불복하고 목포역 광장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그때의 장면을 기억한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DJ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라 상황이 이러한 연상작용과 맞물리면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란다. 목포에서도 지역구활동을 하면서 정치기반을 닦기 위해서 노력하는 정치신인이 분명 있을 것이고 수년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지역정치 활동을 해온 이들의 노력을 너무나 쉽게 깨뜨려 오지 않았는가?

김홍걸씨는 입당회견에서 “돌아가신 어른의 뜻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는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자리를 이용한 과거의 잘못을 다시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설사 오래전 일이라도 다시 꺼내어 알리고 용서를 빌어야한다. 그래서 같이 갈 수 있다. 그런 뜻을 위해서라면 당 밖에서도 동교동계가 아닌 동교동의 입장을 전할 수 있고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직업이 정당인이길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얼마전 YS가 서거하면서 그의 차남 김현철씨가 자연스럽게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당에 입당했다가 공천에 탈락하고 부산시장에 출마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그가 직업정치인이 되고 싶어함은 우리 모두가 안다. 그리고 더민주당의 상황과 맞물려 PK지역에 출마시키면 어떻겠느냐는 관측성 기사도 많이 나왔었다. 사실 전략적으로 괜찮을 수도 있고 얼마전 더민주당에 입당한 시사평론가 이철희 소장도 김현철씨의 정치적 센스를 높게 평가한바 있다.


김현철씨도 언론에 공개된 문재인대표에게 보낸 문자에서와 같이 지금 당장 정치생활을 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아버지가 대통령인 시절에 소통령이라 불리며 한보그룹사건과 같은 비리에 연류된 전력이 있다. 그 역시 현실정치에 입문하고 싶다면 통렬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DJ와 YS는 공과가 공존하는 대통령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서 우리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고 민주진영을 이끌었던 양대산맥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지금의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점은 인정해야하며 그 유지를 지키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유지를 받드는 것과 그의 아들들이 현실 정치에 직행하는 일은 다른 일이다. 지역구를 물려받아서 3선 5선 한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엔 너무 많지 않은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앙정계에 한번에 진출한다면 문재인 후보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외쳤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공염불이 된다. 청년이라 불리던 이 아들들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아직 늙지도 않았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평등하게 기회를 부여받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노력해야 정의로운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들 때문에 아버지들이 받았던 비난을 조금이나 덜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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