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합참의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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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합참의장의 고백
  • 지창영
  • 승인 2016.03.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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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지창영 / 시인, 번역가

-  “한반도 전쟁의 주도권을 북코리아가 잡을 수 있다.”
 

기가 꺾인 미국의 군사 최고 책임자
 
"In the event of a conflict on the peninsula, North Korea may be able to seize the initiative and rapidly escalate hostilities utilizing special operations forces, mass, and long-range fires. Risk of large numbers of civilian and military casualties remains high,"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북코리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며, 특수 부대 투입과 대규모 장거리 포를 활용하여 전장을 신속히 확대할 수 있습니다. 시민과 군인 등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친북 인사나 반전주의자가 한 말이 아니다. 지난 3월 1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국방예산 관련 청문회에서 미군 내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조지프 던포드(Joseph Dunford)가 한 말이다.
 
관련 기사 : http://english.yonhapnews.co.kr/northkorea/2016/03/18/0401000000AEN20160318000352315.html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미군이 인민군에 패한다는 뜻이다. 북-미 대결을 추적해 온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야 이런 견해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미국의 군사 최고 책임자가 이를 인정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n summary, North Korea's ballistic missile and nuclear developments, willingness to conduct malicious cyber activities, and potential to seize the initiative in a conflict on the peninsula pose risks to the security of the United States and our allies,"
 
“간단히 말해서, 북코리아는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사이버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북이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언급한 던포드 합참의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던포드가 말한 내용을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 보면 인민군이 전쟁을 일으켜 남한을 장악해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속수무책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과연 대국의 합참의장이 할 소리인가? 이것은 항복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더구나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한미 양국이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이어지는 합동군사훈련을 대규모로 진행하는 와중이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는 북한의 공격 징후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미가 먼저 북한을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어 개념을 넘어서서 북에 대한 공격을 목표로 하는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한 훈련으로 이해된다. 즉, 훈련의 내용은 북을 선제적으로 공격하여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정은의 집무실까지 정밀 타격하여 핵심을 제거한다는 이른바 ‘참수작전’을 부각시켜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서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기아로 내모는 폭정을 멈출 때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호언했고(3월 14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국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3월 26일).
 
한편 북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적들은 우리의 최고존엄과 제도전복을 노린 참수작전, 최고수뇌부 집무실을 겨냥한 정밀타격훈련까지 강행하며 특대형 도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우리 조국과 민족의 가장 성스러운 태양을 가려보려는 위험천만한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통치 기관을 초토화하겠다며 훈련 장면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북과 보수주의자들을 향한 미군 합참의장의 메시지
 
이쯤에서 상황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북의 핵심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대규모 군사훈련과, 전쟁이 발발하면 인민군이 이길 것이라는 합참의장의 고백이 도대체 아귀가 맞는가? 누가 봐도 말과 행동이 안 맞는다.
 
정말 북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통치 기관을 타격하고 나선다면 한미군사훈련의 목표대로 북을 공격하여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무실까지 파괴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미군 합참의장이 내놓은 셈이다. ‘전쟁 발발 시 북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즉 인민군이 승리할 것이다.’ 대국으로서 참으로 면이 안 서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합참의장은 체면도 못 차릴 발언을 왜 굳이 해야 했을까? 단순히 예산을 따내기 위한 엄살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는데 하나는 북에 대한 메시지요, 다른 하나는 한미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메시지로 본다.
 
첫째, 북에 대한 메시지다.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에서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백악관 머리 위에 핵폭탄이 터지는 것을 감수하고 전쟁에 개입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고심 끝에 전쟁 상대국이 될 수 있는 북에게 ‘그래 너희가 이겼다’고 하는 메시지를 미리 보냄으로써 자신들이 전쟁에 말려드는 것을 모면하고 싶은 것이다.
 
둘째, 미국과 남한의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메시지다. 특히 남한의 보수 정권과 군사 책임자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심정일 것이다. 정말 전쟁으로 치달을 만한 무모한 행위를 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쟁 발발 시 북이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훈련이 실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싶은 것이다.
 
향후 전망과 시나리오
 
이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여 향후 정세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순조로운 평화 정착 : 4월 말까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아무 일 없이 끝난다. 이후 외교적 교섭이 진행되고 곧바로 대화 모드로 급선회한다. 머지않아 오바마가 김정은에게 전화함으로써 전격적인 북-미 화해를 전세계에 공표한다. 이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로서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이를 수 있는 해결책이다. 쿠바와 화해한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에게는 북에 대해 상당한 배상을 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그간 북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제재한 대가다.
 
(2) 제한적인 전쟁 후 평화 정착 : 북이 공언한 대로 청와대 또는 기타 유사 기관이나 시설을 타격한다. 그러나 미군은 보복하지 않고 마무리함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평화협정에 합의한다.
 
미군이 보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던포드의 말이 아니더라도 2010년 11월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 사건과 2015년 8월에 일어난 지뢰 폭발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되짚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평도가 포격을 당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만 미군은 군사적으로 응징하지 않았다. 지뢰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조성된 한반도 위기는 오히려 남북의 무박 4일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번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당장은 복수를 결의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지뢰 사건에서 보듯이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고 대화로 급선회할 것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대화의 자리에서는 근본적인 평화가 논의될 것이고 남북 정상회담 또는 그에 준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3) 미국이 개입하는 전면전 : 북의 공격에 이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한다는 시나리오다. 미국 본토는 핵참화를 입게 되고, 미군 합참의장 던포드의 말대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로서 한반도가 어찌 될 것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던포드의 발언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이 다소 비약이라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정세를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북-미는 이미 평화협정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올해가 지나기 전에, 이르면 올 상반기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 관련 글들은 그러한 징후를 정리한 것이다.
 
관련 글(1) : 점점 명확해지는 북-미 평화협정의 징후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1686&m_no=2&sec=2
 
관련 글(2) :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숨겨진 비밀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1777&m_no=2&se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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