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통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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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고통은 하나다
  • 최원영
  • 승인 2016.05.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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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1)



풍경 #1. 사랑과 고통은 하나다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행복감은 언제 내 가슴 속에서 그윽하게 올라올까요? 바로 사랑을 느낄 때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 같습니다. 아픔과 함께 오니까요.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고통 역시 깊습니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내리는 빗소리와 빗방울은 아마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연당한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외로움을 부추기게 하겠지요.

이렇게 사랑은 한쪽 편에서는 기쁨과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늘 고통과 미움이 숨겨져 있을 겁니다. 사랑은 기쁨과 미움, 설렘과 고통이라는 극단적인 두 모습으로 늘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다만 기쁨과 설렘이 올라올 때는 미움과 고통은 잠시 숨어버릴 뿐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인 미움과 고통이 서로를 아프게 할 때에는 기쁨과 설렘 역시 꼭꼭 숨어있겠지요. 그래서 ‘사랑과 고통은 하나’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군요.
 
 
풍경 #2. 산통의 의미


우리가 젊었을 때 한 번쯤 읽어보았던 <파우스트>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소설을 쓴 괴테는 “내가 행복했던 날은 15일을 채 넘지 못한다”라고 말합니다. 괴테처럼 성공한 사람은 늘 행복했을 거라고 여겼는데, 일생 동안 겨우 2주 정도만 행복했었다는 고백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음미해봅니다.

어쩌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통스러운 일을 잘 소화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진 않을까요. 사랑이 고통을 수반한다고 해서 사랑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인 고통과 슬픔이 다가왔을 때 오히려 그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치열하게 사랑하라는 말씀인 듯 싶습니다.

사실 고통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고통이 없는 사랑은 그저 순간적인 ‘쾌락’일 뿐입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분만할 때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제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분만실에 함께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파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절규하고 비명 지르는 아내를 보면서 미안하고 죄스럽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은 산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영원히 모를 것 같습니다. 고통은 경험만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분만실에서 아파하는 아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 둘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귀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는데, 왜 이렇게도 엄마를 아프게 할까?’

아이가 자라면서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죄를 짓고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 아마도 아빠는 아이를 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아이를 영원히 버리지 못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사랑스런 아이를 위해 열 달 동안 먹고 싶은 것도 아이에게 해롭다고 하면 먹지 않았고, 감기몸살약도 아이를 위해서 먹지 않고 살았던 엄마, 그리고 세상 밖으로 아이를 내놓을 때의 상상할 수도 없는 산통... 이 처절한 고통과 함께 아이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함께 한 사랑은 이렇게도 위대한 사랑으로 승화됩니다. 그러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우리는 지금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했던 것입니다.

 
이제 조용히 눈을 감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려봅니다. 내게 다가온 고통을 회피하는 순간 사랑도 사라진다는 위대한 진리를 이 땅의 어머니들로부터 배운 우리, 그런 사랑이 온전한 사랑이라는 것을 가슴에 담은 우리, 그래서 그런 사랑을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우리가 바로 행복의 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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