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경기, 관광분야에서 막 올린 협업(協業)
상태바
인천과 경기, 관광분야에서 막 올린 협업(協業)
  • 김규원 선임기자
  • 승인 2016.06.06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칼럼] 김규원/선임기자


인천과 경기, 협업(協業) 가능할까

 

2002년, 뜨겁던 월드컵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11월쯤이다. 경기도 한 간부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원에서 근무하면서 가깝게 지냈던 터였는데, "인천에 갈 일이 있는데 꼭 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날 다시 연락이 왔다. 이틀 후에 송도에 가는데 일행이 많아 못보고 갈 것 같아 양해해 달라는 취지였다. 궁금해졌다.

“송도에는 무슨 일 때문에 와요”


행정부시장이 간부 공무원들에게 시간을 내 송도에 꼭 다녀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천지가 개벽되는 옆 동네에 가서 세상이 변하는 것을 느끼라는 취지였다. 그 간부공무원은 30여명의 일행과 함께 송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형, 이제 경기도도 바짝 긴장해야겠어. 작은 집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당시 견학을 지시한 사람은 남기명 행정부지사였다. 정창섭 기획관리실장도 거들었다. 인천시에서 행정부시장과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한 두 사람이 경기도정을 이끄는 투톱을 이룰 때였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은 시기로 평가됐다.

 

1981년 분가(分家)하면서 끊임없는 분쟁

 

인천이 경기도에서 1981년 분가(分家)하면서 분쟁은 끊이질 않았다. 옹진군과 강화군, 김포 일부가 인천시에 편입되면서 영토분쟁은 이어졌다. 경기도에서는 강화군을 다시 편입해야 한다는 운동이 강하게 일었다.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던 킨텍스 입지를 놓고도 송도와 일산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럴 때마다 인천과 경기도는 논리 싸움에서 감정 다툼으로 번졌다. 두 단체 간에 감정이 좋지 않던 시기에 감정의 골을 메웠던 것도 남기명 부지사와 정창섭 실장이었다. 그러면서 인천과 경기도의 행정적인 협조도 원활히 이뤄졌다. 다툴 때마다 경기도는 “인천은 큰 집에서 분가한 작은집에 불과한, 정서상 경기도 영지(領地)”라는 입장이고, 인천은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이젠 경기도와 비교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인천시와 경기도, 관광분야 협업시작

 

십 수 년이 지나고, 얼마 전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가 협업에 들어갔다. 양 도시 관광공사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관광 상품 공동마케팅이다. 중화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동으로 ‘인천-경기 공동 관광상품개발 팸투어’를 벌였다. 지난 주 6월 4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대만국적항공사, 언론사 기자, 파워블로거, 여행사 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팸투어단을 유치했다.
 

인천에서 1박2일, 나머지는 경기도에서 일정을 마쳤다. 태양의 후예 촬영지 ‘달콤커피숍 송도점’ ‘센트럴파크’ ‘경원재 앰버서더 한옥호텔’ ‘G타워 홍보관’ ‘인천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등 인천지역 관광지를 둘러봤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낙농체험장’ ‘파주 산머루체험농원’ ‘BBQ치킨대학’ ‘의왕레일바이크’ ‘임진각’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웅진플레이도시’ 등에서 관광 체험했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 대부분을 둘러본 셈이다. 인천과 경기도는 단일 관광 상품보다는 연계 상품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기로 했다.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태국 등지로 관광마케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중심으로 짜여 진 관광 상품을 인천과 경기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협업체계 구축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협업의 일등공신은 양 관광공사 운영을 맡고 있는 인천관광공사 황준기 사장과 경기관광공사 홍승표 사장이다. 황준기 사장은 경기도 투자관리실장, 기획관리실장, 행자부 지방재정세제본부장, 여성부 차관, 경기관광공사 사장 등을 거쳤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경기도 문화정책과장, 의회 사무처장, 도 비서실장 등을 맡았던 정통 경기도 관료 출신이다. 홍 사장은 문화와 관광마인드가 강해 주요 정책을 만들면서 준비된 공사 사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경기도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황 사장은 국내 진출입로인 인천과 경기도가 손을 맞잡아야 하는 필요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결국 준비된 두 조직의 대표가 만나 협업을 시작한 것이다.

 

협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인천과 경기도는 수도 서울의 변방에서 항상 홀대 받아왔다. ‘영광은 서울, 뒤처리는 수도권’이라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오랫동안 당연한 현실로 받아 들여졌다. 이제 인천과 경기도가 협업을 통해 지방분권형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출발선을 넘었다.


앞서 설명한 남기명씨는 현재 인천발전연구원장에, 정창섭씨는 인천시 정책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황준기 사장은 정창섭 보좌관으로부터 기획관리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인맥이다. 한 때 경기도에서 인천 인맥 일색이라고 질시 받았던 경기도 인맥이 다시 인천시정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일은 사람이 한다. 인천과 경기도가 협업을 하기에 너무 좋은 인적 진용을 갖췄다. 관광에서 그치지 말고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확대해야 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