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개된 굴포천 상류 복원 '차근차근'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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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된 굴포천 상류 복원 '차근차근' 서둘러야
  • 송정로
  • 승인 2016.06.12 13: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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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송정로 / 인천in 대표

<부평구는 6월8일 부평1동주민센터에서 '굴포천 상류 생태하천 복원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의 하천은 그런데로 살아있었다. 당시 주안동에 살고 있었던 필자는 논두렁과 작은 개천들이 훤하게 펼쳐있던 현 간석, 동암역 일대에서 붕어와 미꾸라지, 물방개 잡이에 여념이 없던 기억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불과 10여년만에 그 많던 개울과 논, 물고기들은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는 주택과 도로, 건물 숲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차지했다. 이 일대 뿐 아니라 구도심권 너머 남동구, 부평·계양구, 서구 일대 하천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망가졌다. 그리고, 8,90년대 들어서는 하수구가 되다시피한 작은 개천들이 차례로 복개되기 시작했다.

2007년 건국대학교와 인천녹색연합이 함께 조사한 결과, 인천의 하천은 38%가 복개됐다. 만수천은 93%, 굴포천 지류는 82%(본류는 18%), 계산천 66%, 청천천 51%, 승기천 37%(지류 57%)가 콘크리트로 덮였다. 복개된 구간은 도로와 주차장, 골목길이 되버렸고 복개 구간의 수질오염은 2~9배나 증가하고 말았다.

인천의 하천을 살리기 위한 시도는 2003년 9월 결성된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이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샛강’ 살리기 바람이 불었다. 추진단은 인천의 5대 하천(굴포천, 나진포천, 장수천, 승기천, 공촌천)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벌여 자연형, 생태형 하천으로 수질을 개선하는데 힘을 모았다. 굴포천(본류)은 2006년 정비사업에 착수해 2년 뒤 준공했다. 당시 진행된 정비사업으로 오염이 지독했던 수질의 개선에 성과도 있었지만, 주민이 가까이 할 수 있을 만큼 개선되지는 못했다. 복개된 상류의 오염원도 그 원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인천은 아직도 복개된 하천을 복원한 사례가 없을 만큼, 하천 복원에 한참 뒤쳐져 있다.

수원시만 하더라도 94년 복개한 수원천 복개구간(780m) 복원공사를 2007년 개시하여 2012년 1급수 하천으로 완료하였고, 안양천 지류인 수암천 복개구간(960m)도 2007년부터 4단계를 거쳐 2011년 복원이 완료됐다. 서울 중랑천 지류인 정릉천, 전주 도심 상권을 활성화한 노송천, 보상비만 1300억원을 들여 상가 등을 철거한 대전천, 하수도관을 매설해 수질을 개선한 부산 온천천, 제주시내를 관통하는 산지천 등 셀 수 없이 많은 도시의 복개 하천들이 복원돼 각 지자체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지도 적지않은 해수가 흘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인천에서는 굴포천 상류로 부평공원에서 부평구청에 이르는 2.13km 복개 구간 복원을 위한 사업 계획이 수립돼 부평구에 의해 진행중이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공모를 통해 굴포천을 ‘통합·집중형 지원대상 오염하천’으로 선정해 국비 465억(총예산 870억원)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지방비 405억원의 조달방안을 비롯해, 주민 참여의 성공적인 생태하천 조성 과정은 만만치가 않다. 그 중에서도 우선 재정 확보를 위한 인천시와 부평구의 적극적인 협력이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시와 구가 추진하고, 기대하고 있는 (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방비의 시 부담, 혹은 시·구의 매칭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결국 구가 그 비용을 다 떠맡게 된다면, 늦게나마 찾아온 도심 하천 복원 기회는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다.
확보된 465억원의 국비를 받으려면 복개 구간을 ‘하수도’가 아닌 하천으로 지정, 오폐수 유입의 제한 및 수질관리를 규정하는 ‘도시계획 변경’ 절차도 필요하다. 하천이 복원돼도 수질이 떨어진다면 생태하천으로 별 의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달 2일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인천 13개 현안 중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을 포함시키며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아직도 하천 지정에는 미온적이다. 시가 재정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쉴 만한 물가’를 동경한다. 하천살리기는 도시의 구성원 전반이 그 공동체적 가치에 공감을 갖고 실천에 옮겨야할 과제다. 주민의 참여와 민·관, 전문가의 가버넌스, 민주적 리더쉽으로 손발이 맞아야 가능하다. 관과 관 사이의 협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탈공업화시대, 도시 하천은 도시 생태의 핵심이다. 흔히 말하는 시민의 ‘삶의 질’을 대변하는 하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도시 하천이 죄다 복개돼있거나 맑지 못하면, 도시 환경도 맑지 못하다 할 수 있다. 생활환경적으로 그렇고, 정서적으로 그렇다. 늦었지만, 인천시도 복개 하천 복원을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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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이 2016-06-14 16:13:42
환갑을 넘긴, 부평에서 태어나 부평에서 자라고 지금도 살고 있는 부평 토박이인데...
굴포천 상류 복원 기사를 읽고 나니 옛날 어린시절에 그 개울에서 놀던 생각이 난다. 작년까지만해도 부평 세림병원 앞에만 가도 굴포천을 복개한 하수도관을 통해 나오는 악취로 인하여 코를 막고 다녔다. 부평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과학 전담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최근에 '생태계 복원 계획 세우기'라는 학습주제를 수업할 때 '우리 지역의 생태계 훼손'으로 '굴포천 복원'에 대한 것을 조사시키기도 했다. 부평구에서 '굴포천 그리기' 등 몇 가지 행사를 하지만...하루빨리 정부(인천광역시), 지역 국회의원, 환경단체, 주민이 협력하여 '굴포천 복원'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여 옛모습 보다 더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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