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와 바람직한 정책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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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사태와 바람직한 정책시스템
  • 박인규
  • 승인 2016.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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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와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서별관회의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의혹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에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인지하고도 정상화의 명목으로 4조 2천억원의 국민의 혈세 지원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적인 조선경기 불황과 더불어 부실경영으로 인해 수천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조정 과정에 돌입해 있고, 회계사기혐의로 전 사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단지 난파직전의 선장에 쏠려있는 것이 아니라 고장난 나침반 밖에 없는 부실한 선박에는 관심없이 거센 풍랑이 일고 있는 바다로 황금을 가득 싣고 출항하도록 종용한 배후를 향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미래가 단지 한 대기업의 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전반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1997년의 IMF사태 당시 구조조정에 수많은 공적자금을 투여하고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뼈저린 경험을 하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 보이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조직이든 의사결정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의사결정이 비공개·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많은 경우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비공개·비공식회의가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비공개·비공식 회의의 뒤에 숨어서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심지어는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방식이라면 그 어떤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들먹여도 정당성이 없는 것이다.
 

서별관회의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정부 그리고 금융기관의 실세들이 모여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결정하고 이에 따르는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투여함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회의를 통한 투명성 보장은 고사하고 회의록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아 정책결정의 구체적인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형사건이 터지면 대책을 논의하는 비공개회의가 열려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주요 시국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공개·비공식회의인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열려서 국민들의 생각이나 감정과는 무관하게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사건무마에 급급한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으며 무수히 지탄을 받기도 했다.
 

설사 비공개·비공식회의가 열리더라도 그 내용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반드시 공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비공개·비공식의 장막 뒤에서 이루어진 무책임한 정책결정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한편에 어떠한 책임도 처벌도 받지 않는 고위 공직자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또 다른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비공개·비공식회의가 행정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국회의 역할마저 무력화시키게 되므로 비선출직 고위 공직자 몇몇에 의해서 농단되는 잘못된 시스템은 차제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담당자와 참여자의 실명과 의견을 기록하고 관리하여, 정책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서 정책실명제를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비판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부 최고위층의 정책결정이 서별관회의라는 참석자도 발언자도 공개되지 않는 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실명제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잘못에 엄격하고 큰 잘못에 관대할 수는 없다.
 

반환점을 돈 6대 지방의회와 집행부도 다르지 않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개발사업과 선심성 행정이 불투명하게 결정되고 집행되는 가운데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는 제 역할을 방기한 채 거수기로 전락한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수시로 이루어지는 비공개·비공식회의를 통해서 엄정한 평가도 없이 전임 집행부가 결정하고 추진해 온 정책과 사업에 대해 찍어내기식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해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의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OECD국가 중 거의 최하위다.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투명하지 못한 것이 신뢰도를 떨어뜨린 주요 원인이다. 현재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단지 한 기업의 회생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비공개·비공식회의가 오히려 공개·공식회의 위에 군림하게 되는 일그러진 의사결정시스템을 바로잡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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