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상, 전혀 다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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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현상, 전혀 다른 판단
  • 최원영
  • 승인 2016.07.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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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레임,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의 틀



풍경 #9. 담배와 기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온 두 청년이 ‘기도 중에 담배를 피우도 될까’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건하게 기도를 해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다니, 그게 말이나 돼?”라고 하는 청년에게 친구는 답답해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에게 물어보자며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목사님, 제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에 갑자기 기도하고 싶어졌어요. 그때 기도하면 되나요?”라고 하자, 목사님은 “그럼, 기도는 때와 장소가 없는 거야. 그러니 아무 때나 하면 된단다.”
사실 목사님 말씀처럼 담배를 피우던 중에 기도하는 것이나, 기도하던 중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같은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달리 보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이라고 합니다. 프레임은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프레임에 따라 같은 현상도 전혀 달리 보고 판단을 하게 될 겁니다.

프레임을 세상을 보는 ‘나의 기준’이라고 바꾸어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을 보고는 버럭 화를 내는 아빠와 그것을 보고도 아무 표정의 변화가 없는 어린 아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물론 끼어든 차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끼어들 때는 반드시 방향등을 켜서 뒷차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아빠의 기준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닐까요? 어린 아들은 그런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풍경 #10. 잔등의 말파리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선거 때 경쟁자이던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고 하자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반대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대통령 병’에 걸린 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만약 장관이 되면 사사건건 링컨의 정책에 반대를 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던 겁니다. 그들에게 링컨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번은 내가 옥수수 농장에서 밭을 갈고 있었어요. 나는 말을 몰고, 형은 쟁기를 잡고 일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 말은 평소엔 무척이나 게으른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일은 매우 힘들겠다고 여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날은 녀석이 엄청나게 달리는 거예요. 가만히 보니까 녀석의 잔등에 말파리가 달라붙어 있었던 겁니다. 내가 말파리를 떼어냈더니 형이 왜 떼어냈냐며 책망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말이 아플까봐 그랬다’고 하니까, 형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말 잔등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그 말파리 덕에 게으른 말의 동작이 빨라지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만약 그분의 잔등에 ‘대통령 병’이라는 말파리가 딱 달라붙어 그분으로 하여금 열심히 정치를 하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왜 그 말파리를 떼어내겠습니까?”

통이 참으로 큰 정치인이 링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파리를 바라보는 기준, 즉 관점이 일반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만약 상대를 바라보는 기준이 ‘나’만으로 고정되어 있었다면 그가 선거기간 중에 나를 향해 쏟아낸 독설만을 기억했을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장관으로 기용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내가 아닌 ‘국민’으로 넓혀보았기 때문에, 그런 그의 독설을 국민을 위한 열정을 보일 기회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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