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우리의 가장 빛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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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우리의 가장 빛나는 모습
  • 최원영
  • 승인 2016.08.08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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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여봐라'와 '박서방'



풍경 #13. 보검과 망나니 칼

보검이나 망나니 칼이나 모두 날카로운 칼날이 있습니다. 칼의 본질적인 목적은 무언가를 베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보검과 망나니 칼은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보검에는 칼집이 있지만, 망나니 칼에는 칼집이 없는 것이 다릅니다.
망나니 칼은 사람을 ‘죽이는’ 칼입니다. 죽이기 위해서는 극도의 공포심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칼집에 그 날카로운 칼을 감출 이유가 전혀 없는 셈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주어야 할 테니까요. 이런 이유로 망나니 칼은 칼집이 없는 거겠지요.
그러나 보검은 사람을 ‘살리는’ 칼입니다. 가족이나 이웃을 살려야 할 때 비로소 칼을 꺼낼 뿐, 평상시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보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칼집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칼이 우리들이 갖고 있는 ‘재능’이라면, 칼집은 바로 ‘인격’입니다.
 
어느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두 명이 한가한 오후에 병원 로비에 서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둘은 대학동창으로 무척 친했습니다. 또한 의사로서의 자긍심이 무척 강했습니다. 마침 어느 아주머니가 배를 움켜쥐고 병원 문을 들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레지던트 한 명이 “저 아주머니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임이 틀림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랬더니 다른 레지던트는 “아냐, 저 분은 디스크 환자야!”라고 주장합니다. 티격태격 하는 그들 앞으로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이렇게 묻는군요.
“저기요,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를 돌아봅니다. 정황만으로 사실을 얼마나 많이 왜곡하며 살았던가! 이런 잘못을 한 이유가 바로 저의 교만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던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풍경 #14. ‘여봐라’와 ‘박서방’
 
양반 한 명이 푸줏간에 들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봐라, 고기 한 근 다오!”
푸줏간 주인은 한 근을 썰어 주었습니다. 그때 다른 양반이 들어와 고기를 주문합니다.
“박 서방, 고기 한 근 주시게!”
그러자 주인은 고기를 썰어 주었습니다. 먼저 왔던 양반이 자기가 들고 있던 봉지보다 나중에 들어온 양반의 봉지가 더 큰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말합니다.
“이봐, 똑같은 한 근인데, 왜, 저 양반 것은 크고, 내 것은 이렇게 작은 거야?”
주인의 대답이 참으로 걸작입니다.
“네에, 나리! 나리가 가진 고기는 ‘여봐라’가 자른 것이고, 저분이 가진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입니다.”
 
스웨덴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미군 병사가 옆에 앉은 스웨덴 사람에게 이렇게 자신의 조국을 자랑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랍니다. 누구든지 백악관에 가서 대통령과 토론할 수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옆에 앉은 스웨덴 신사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화답합니다.
“네에, 그렇군요. 그렇지만 이곳 스웨덴에서는 국왕이 백성들과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이렇게 말한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미군 병사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주위에 서있던 스웨덴 사람이 말해줍니다.
“조금 전에 내린 그 분이 바로 스웨덴 국왕이십니다.”
 
겸손은 우리가 상대방에게 내어줄 수 있는 사랑 중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입니다. 나의 겸손함은 상대를 높여주고, 그래서 결국 상대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을 조금만 닫는 대신에 귀를 조금만 더 열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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