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지 않으면 길들여진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당당히 이의를 제기하라."
"온순해진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발칙한 상상! 유쾌한 반란!"
1995년 지역미술 연구모임으로 시작된 스페이스 빔 커뮤니티가 2010년 기획으로 마련한 인천판 '타도박람회 도시수리센터 엎어~컷'의 모토다. 조금은 도발적이고 심상치 않은 제목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난 4월부터 공모와 사업설명회를 거쳐 선정한 10개의 수리센터가 배다리 옛 인천양조장 자리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각각의 부스는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 <일상수다다방>에서는 요즘 사회적 이슈인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룬다. <뉴스스탠드>에서는 신문기사 내용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기사를 지우거나 수정해서 재발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구실을 하고 있다.
가치로 함께 소통의 길을 모색하는 <가치날다>, 씨앗을 분양받아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see,OH!> 등 6개 수리센터가 1층 우각홀을 채운다. 입구 쪽에는 <시민도시수리센터>라고 해서 평소에 갖고 있던 도시생활의 불만이나 불평을 남기거나 해결책을 서로 알려주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2층 시음실로 들어서면 전단이 어지럽게 바닥에 뿌려지고 맥아더장군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는 <배꼽주인> 부스가 보인다. 개인과 한반도의 배꼽인 인천의 흉터를 은폐하지 말고 성찰과 비전의 근원으로 삼고자 한다는 배꼽주인의 변이다. <네 멋대로 결혼사무소>에서는 길들여진 법칙과 굴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결혼을 원하는 사람에게 상담을 해준다. 상담일은 따로 정해져 있지만 전화상담은 24시간 가능하다. 도시 공공 시설물에 상투적으로 쓰이는 녹색에 관해 고발하는 <어느-모임>, 온통 빨간색으로 시선을 끄는 <소심한 스파이양성을 위한 [아지트R]> 등 4개 부스가 이곳에 있다.
"보여주기 식 전시와는 차원이 다른, 참여를 통해서 제시된 주제를 함께 확인하고 풀어나가는 자리"라고 민운기 도시수리센터장은 운을 뗐다. 또한 사회가 지닌 여러가지 대상, 현상, 시각적 이미지 등의 미추(美醜)를 판별하는 것이 미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술이란 게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아쉽고 부족한 상태에서 뭔가를 찾아나가는 것이 예술의 성향"이라며 "도시수리센터도 예술의 가능성 영역을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 중에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찰성과 상상력이 밑받침되지 않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민 센터장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내용적, 방법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해 말걸기를 시도했다"면서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교류하고 나누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예술이란 자유로움의 다른 이름이지요. 관행이나 제도에 묶여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각적인 사회 진단을 통해서 예술의 한계를 파악해 다양한 실험이 논의돼야 새로운 도시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도시수리센터 '엎어~컷'은 쉬는 날 없이 8월 22일까지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물론 관람은 무료다.(문의 032-422-8630/www.spacebeam.net)